[박재일 칼럼] 유시민의 유튜브 정치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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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9   |  발행일 2019-01-09 제31면   |  수정 2019-01-09
[박재일 칼럼] 유시민의 유튜브 정치

‘작가 유시민’이 본인은 정치가 아니라고 하지만 명백히 그러한 ‘유튜브 정치’로 세간의 화제다. 명명하여 ‘유시민의 알릴레오, 고칠레오’ 두 종류다. 직접 나서는 이른바 팟캐스트 형식이다. 각각 1편씩 유튜브에 띄웠고, 총 300만 이상 클릭했다. 유 작가는 유튜브 등장 의도를 분명히 했다. 현 문재인, 전 노무현 정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겠다고. 그는 현재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앞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TV홍카콜라’란 유튜브를 먼저 론칭했지만 실상 일찍이 유튜브에 눈을 떤 이는 유시민이다. 그는 3년 전 자신의 서울대 글쓰기 특강도 유튜브에 올렸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된 우리 80년대 학번들에게는 유시민 하면 그 유명한 ‘항소 이유서’가 떠오른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시절 학생운동권에 몸담으면서 이른바 ‘서울대 프락치 폭행 사건’에 연루돼 수감됐다. 그때 직접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한 이유서다. 교정에 가득 풀어놓은 사찰 요원들의 억압적 감시망에 학생들의 합리적 의심이 폭행으로 이른 모순을 지적했다. 하도 잘 써서 판사들이 돌려보며 읽었다고 한다. 지금 읽어도 법률가적 혹은 사회·인문학적 지식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문장들로 가득차다. 확실히 그는 재능이 있다.

대선 출마설까지 나오면서 정계 복귀를 점치는 이들도 있지만 그는 정치인으로 돌아가면 ‘을(乙)의 위치’가 되고, 책임도 무거워지고, 가족들의 부담도 커진다며 단연코 부인하고 있다. 그래도 연말 연초 그가 출연한 최근 토론회나 과거 발언 동영상들을 보면 유시민만큼 정치적 메시지를 과감·단명하게 던지는 이도 드물다.

신년 초 JTBC 토론회에 등장한 유 작가는 작금의 ‘한국경제 위기론’에 대해 ‘오염된 보도’가 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해 논쟁을 촉발시켰다. “경제 위기론은 보수정당과 보수언론, 대기업의 이념 동맹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배워 온 것이나 생활의 터전, 정보의 소비가 유사한 이들이 문재인정부의 경제실패를 주문처럼 외며, 끼리끼리 주고받은 편향된 정보에 기인한 오염된 경제뉴스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사실검증을 들고 나왔다. 작금의 침체는 구조적이라는 것.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중산층이 수십년째 쇠퇴해 온 점을 든다. 성장의 몫을 기업이 더 가져가는 탓이다. 결과적으로 소득분포에서도 200만원 안팎의 저소득층이 밀집돼 있다. 이를 300만~400만원대 수준으로 올려놔야 소비가 진작되고 성장의 효과를 볼 것이란 주장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변되는 소득주도성장 같은 개혁에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옹호했다.

스스로를 ‘어용지식인’이라고 격하한 그의 주장에 한편으로 공감하면서도 그래도 한편으론 공허한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 역시 전통적 좌우파의 경제 패러다임에 갇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의 양극화 한편에는 수직적인 계층, 가난한 자와 부자로 대변되는 모순만 있을까.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대체로 2.7%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괜찮은 성장이다. 반면 대구경북연구원이 예측한 올해 대구의 경제성장률은 불과 1.7%, 경북은 1.1%다. 단편적 예이지만 한때 잘나가던 울산을 포함한 지방 전역은 만성적 저성장의 시름에 빠져 있고, 수도권은 고성장의 이중성을 보인다. 1인당 개인소득에서도 2017년 기준 서울 2천143만원에 나머지 지방은 1천500만~1천800만원으로 서울과 비서울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유시민은 한때 대구서 정치에 도전했다. 그는 대구 심인고를 졸업했다. 2008년 수성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다. 내심 그가 당선돼 대구정치의 새 바람을 응원한 이들이 많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후 경북대 강의에도 나서며 대구에 정을 붙이는 듯했던 그는 결국 대구를 떴다.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고칠레오는 노무현재단 후원으로 제작된다. 유시민은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자처한다. ‘노무현’의 공이 있다면 지방균형발전, 혁신도시 건설이 단연 우위다. 유시민이 기왕 ‘고칠레오’를 한다면 이런 지방적 현실과 사실을 검증한 논거를 올리고 고친다면 그건 신선할 것이다. 재능있는 그가 유튜브의 그저 똑똑한 ‘정치 이데올로그’에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무슨 레오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오를 풍자한 듯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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