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예술가를 존중하고 아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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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9 08:15  |  수정 2019-01-09 08:15  |  발행일 2019-01-09 제23면
[문화산책] 예술가를 존중하고 아껴라
이현정<어울아트센터 공연기획담당>

2005년 1월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하고 <사>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에서 운영한 워크숍에 참여했다. 한달간의 교육을 마치고 받은 수료증 옆면에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강준혁 선생이 1988년에 작성한 ‘기획자의 길’이라는 글이 있었다.

글에는 ‘예술을 사랑하라. 그리고 예술가를 존중하고 아껴라’ ‘자신의 기획이 예술을 훼손시키고 예술가를 소모시키는 일이 되지 않게 하라’ 등 기획자가 가져야 할 12개의 덕목이 적혀있었다. 당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문화행정가로의 삶을 시작하는 나에게 이 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그리고 14년이 지난 오늘, 전년도 사업 정산을 마치고 새로운 공모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정신없이 바쁜 요즘 문득 이 글이 생각났다.

2019년 1월, 예술계는 조용한 것처럼 보인다.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공연이나 전시의 개최 기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때가 가장 바쁜 시기다.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은 예술인들은 12월에는 사업정산서와 결과보고서를 작성한다. 1월이 되면 새로운 공모사업에 지원을 받기 위해 계획서를 쓰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기도 한다.

지원기관도 마찬가지다. 전년도 사업에 대해 예술단체에서 제출한 정산서류를 검토하고 새로 지원할 단체를 선정하기 위한 행정적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1월의 예술계는 농사로 치면 농번기나 다름없다. 이 때 농사를 잘 지어야 그 해의 문화예술이 풍년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과정을 끝내고 지원 단체 선정 결과가 나오면 항상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 혹은 예술인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진다. 예술가와 예술행정가, 역할이 조금 다를 뿐 같은 배를 탄 우리인데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 예전에 지원 기관에서 일하면서 가졌던 고민들이다. 정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앞서 언급한 ‘기획자의 길’을 다시 읽으니 어느 정도 고민이 해결된다. 예술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예술가를 존중하고 아낀다면 좀 더 예술적인 예술정책, 예술적인 예술 작품들이 탄생하지 않을까? 예술행정가는 시민과 예술가의 접점에서 그들을 연결해 주는 매개자이고 예술가는 더 좋은 예술 활동을 통해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공기와 같은 사람들이다.

공모의 시즌 1월, 공모사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강준혁 선생의 ‘기획자의 길’을 한 번 읽어 보길 추천한다. 2019년 예술계의 풍년을 기대하면서….
이현정<어울아트센터 공연기획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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