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자영업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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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8   |  발행일 2019-01-08 제30면   |  수정 2019-01-08
[취재수첩] 자영업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노인호기자<경제부>

지금은 사라졌지만 1990년대 초반에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서도 시험을 쳐야 했다. 나름 규모 있는 회사에 지원하려면 2~4년 정도 대학 과정을 마쳐야 가능했다. 직장을 구하기 위한 과정이 최소한 8년, 보통 10년 정도는 공부해야 겨우 자격을 갖출 수 있었던 셈이다. 통상 대기업에 지원한다고 보면 그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고 일정자격도 갖춰야 했다.

하지만 본인이 하나의 회사를 차리는 창업을 하면서는 이런 준비를 하지 않는다.

2016년 중소기업연구원이 분석한 ‘자영업 경쟁력 강화방안’ 자료를 보면 전체의 92%가 1년도 채 준비하지 않고 자영업을 시작했다.

물론 창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이전, 직접적인 준비가 아니라 자신이 직장생활 등을 하면서 쌓은 경험의 시간들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창업이라는 것은 비록 자신이 해오던 일을 하더라도 그라운드가 전혀 다른 곳이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지금처럼 창업 후 폐업률이 높은 이유도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이 생기는 배경 중 하나는 정부와 지자체의 무책임한 지원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 지원정책 유형별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외식산업에 지원한 전체 예산 166억원 가운데 금융 지원은 135억원에 이르지만 인력·교육 지원 금액은 4억원(전체의 2.4%)에 불과했다.

인력과 교육 지원은 사실상 전무한 대신 빚을 쉽게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지원해 창업자 수만 늘리는 것에 집중했을 뿐 정작 이들의 창업 후에 대해서는 소홀했다는 이야기다. 창업자 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성공한 창업자 수를 늘려야 한다. 일자리를 늘린다고 정규직보다 단기 아르바이트생만 늘려서야 될 일인가.

‘임금주도성장’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 와서 ‘소득주도성장’으로 대체될 만큼 국내에는 월급쟁이보다 못하지만, 분류상 사업자인 영세 자영업자가 많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7~8차 협력업체까지 생겨났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더 늦기 전에 자영업자의 내실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자영업에 접목해보자. 대구시가 골목상권의 유동인구와 이들의 소비 패턴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 인공지능으로 성공 가능성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창업지도를 만든다. 그리고 성공 가능성 높은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하면 자금을 지원, 특성에 맞는 골목상권을 키워나간다. 그렇다면 장담은 할 수 없다 해도 적어도 지금보다는 성공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기업이 지역경제를 이끄는 큰 기둥이라면, 자영업자들은 나무젓가락이 모여 만든 굵은 기둥이다. 큰 기둥의 위기는 한눈에 보이지만, 자영업은 조금씩 무너져 내린 탓에 완전히 쓰려지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시기를 놓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다시 살려내기란 큰 기둥 하나보다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지금 위기의 자영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노인호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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