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Q&A로 풀어보는 조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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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8 08:02  |  수정 2019-01-08 08:03  |  발행일 2019-01-08 제20면
“뇌 손상으로 망상·환청 증상…꾸준히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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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동병원 박상운 원장

Q. 조현병은 한마디로 어떤 질환인가.

A: 조현병(調絃病)은 뇌 손상으로 인해 망상과 환청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만성 질환으로 우울증과 함께 정신과를 대표하는 질환이다.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충분히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제대로 된 치료법을 몰라 병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이미 만성기에 접어들어 치료가 어려운 환자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나을 수 없는 병’이라는 편견이 있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치료법이 선진화되면서 더 이상 이런 편견을 갖지 않아도 된다. 과거에는 장기입원을 통해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최근에는 단기입원으로 치료를 하고 재활에 힘써 환자가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치료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Q. 조현병의 유병률은 얼마나 되나.

A: 국가와 인종에 상관없이 조현병의 평균 유병률은 1%다. 즉 100명 중에 1명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앓고 있는 병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수용 위주의 치료법이 중점적으로 시행돼 왔다. 아직도 조현병 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사회를 안전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인 시선이 두려워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만성기에 접어 들어 더욱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이들이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야 한다.

Q. 대동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마취하 전기경련치료(MECT)’는 정확히 어떤 치료법인가.

A: ‘마취하 전기경련치료(MECT, Modified Electro Convulsive Therapy)’는 환자의 머리에 부착된 전극을 통해 전기를 흘려 인위적인 경련을 유발, 정신병적 증상이나 기분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 방법이다. 1930년대부터 소개돼 지금까지 꾸준히 정신질환 치료에 이용되고 있으나 환자 및 보호자가 ‘전기고문’을 연상해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고, 마취과 등의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대학병원을 제외한 일반 병원에서는 치료가 쉽지 않았다. 또한 이를 시행하는 대학병원이라 할지라도 다른 수술일정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시술 일정 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동병원에서는 지난해 9월 처음 시행한 이래 현재까지 600건 이상의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도 하루 4~5건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어 그 수는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MECT를 가장 많이 시행하는 병원의 경우 1년에 1천건가량 시행하는데 대동병원도 현재 그와 같은 수준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대동병원이 대학병원보다 접근성이 높고, 외래 단위로 시술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국가·인종 상관없이 100명 중 1명 꼴로 앓아
치료법 선진화로 ‘나을 수 없는 병’ 편견 깨
마취하 전기경련치료 통해 증상 등 호전시켜
약 복용 중단해 재발…지속형주사제 요법도



Q. 그렇다면 마취하 전기경련치료는 어떤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인지.

A: 이 치료법은 자살의 위험이 있는 급성기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자살을 거듭 시도하는 환자는 입원해 주사와 약을 투여하며 약효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기간이 매우 위험하고 고통스럽다. 또 약효가 듣지 않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약물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강제적으로 물리적인 통제를 가해야 하는데, MECT를 통해 이 같은 급성 증상을 완화한다면 치료가 훨씬 수월해진다. 전기경련치료는 우울증을 비롯, 난치성 정신질환 대부분에 효과가 있고 심각한 부작용도 매우 드문 편으로 정신질환치료에 있어 효과적인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Q. 시술에 대한 환자의 두려움이나 만족도는 어떠한가. 시술 시간이 적다고 들었는데.

A: 30분~1시간 정도면 시술이 가능하며, 당일 예약해 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마취 과정 없이 시술해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마취를 실시하기 때문에 본인이 시술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수면 내시경을 예로 생각하면 된다. 또 이 치료의 장점은 환자는 물론 가족의 만족감도 아주 높다는 것이다. 치료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만족감을 높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Q. 조현병 환자가 약을 복용하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무엇일까.

A: 조현병 환자의 경우 약을 제때 먹지 않거나 스스로 약물 복용을 중단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장기지속형 주사제(Long-Acting Injection)다. 한 번의 주사를 통해 한 달에서 세 달가량 약효가 지속되기 때문에 약물 중단으로 인한 증상의 재발을 낮추는 데 도움이 준다. 또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가능한 오랜 투여 간격을 제공해 환자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환자의 정상적인 일상생활과 독립적인 사회생활 복귀에 기여하기도 한다. 이처럼 마취하 전기경련치료법을 사용해서 급성기 증상을 완화시키고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는 이 두 가지 치료법은 조현병 치료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일본 등에서는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치료법으로 국내에서도 이러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대구 대동병원 박상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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