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밉다고 北 외면하면 엄청난 블루오션 뺏겨…큰 차원서 대북지원 판세 읽어야”

  • ” 박종문
  • |
  • 입력 2019-01-08   |  발행일 2019-01-08 제6면   |  수정 2019-02-20
20190108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사진>은 문재인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만큼은 힘을 모아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흔들기가 심하면 최악의 경우 과거 긴장관계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핵을 포함한 현재 북한문제를 한 번 정리해 본다면.

“김대중정부 때는 북핵문제가 없었고 노무현정부 때는 북핵문제가 있어도 6자회담에서 북미가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2005년 9월19일 베이징 6자회담에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수교를 하고 경제지원도 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부시정부가 그 다음날 북한에 경제제재를 시작하니까 전날 합의는 자동적으로 깨졌다. 그후 1년 뒤인 2006년 북한은 첫 핵실험을 했다.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며 2008년 12월 북핵 6자회담의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북한은 2017년 9월까지 핵실험을 다섯 차례나 더 했다. 북핵문제가 이렇게 커진 상태에서 집권한 문재인정부의 정책기조는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트럼프정부도 이전 정책 실패로 북핵능력이 엄청 커진 상태에서 압박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대화로 돌아섰다.”

▶남북미 정상이 직접 회담에 나선 건 전례 없는 일이다.

“그렇다. 역설적인 이야기이지만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했기 때문에 그런 거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한 상황에서 더 큰 ‘사고’를 치기 전에 관리를 해야 될 거 아닌가. 문재인정부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해줘서 그 결과로 비핵화 되고, 나아가 국민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다.”

▶서로 속셈이 있는 것 아닌가.

“김정은은 경제발전을 위해 북미관계를 개선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핵을 내놓을 수 있다는 거고, 트럼프는 골치 아픈 문제(북핵)를 해결함으로써 재선까지 가겠다는 거고, 문재인 대통령은 둘을 잘 연결시키면 한반도에 평화가 올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거다.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잘돼 가고 있다고 본다.”

▶북한 퍼주기가 항상 논란인데.

“북한 경제가 발전하는 데에 우리가 돈을 퍼부어야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에게 돈 쓸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른다. 우리로서는 북한이 우리한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를 빨리 짜야만 한다. 이게 통일로 가는 길이다. 살림을 하나로 뭉치려면 남북이 서로 필요로 하는 상황이 돼야 한다. 그게 경제공동체인데 미적거리다 보면 외국투자자들이 먼저 들어가 버린다. 그러면 남북은 영영 남이 되고 통일은 물 건너 간다.”

▶잘못하면 남 좋은 일 시킬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영남일보가 이 이야기를 대구·경북민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줘야 한다. 북한 미운 건 근거가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6·25전쟁도 벌였고 그 뒤로도 여러 번 장난(도발)을 많이 쳤으니까…. 그러나 옛날 생각만 하고 대북 교류협력이나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라고 하면서 뭐든지 못하게 하면 결국 북한이라는 ‘잠재성이 엄청난 블루오션’을 중국이나 미국·일본기업한테 줘 버리는 꼴이 된다. 북한 미운 거 다 이해하고 문재인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거 다 이해하지만, 큰 차원에서 앞으로 판세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보면 지금 정부의 대북정책에 딴지 걸 때가 아니다. 퍼주기라고 욕먹는 대북지원은 훗날 결과적으로 그 열 배, 스무 배 이득을 우리에게 돌려줄 것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미국 실무관료들의 협상 방식이다. 이들은 25년 동안 북한을 상대했던 경험을 갖고 ‘북한과 동시행동은 절대 안된다. 언제든지 북한의 선(先)행동을 끌어내야 한다’는 식으로 버티면서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북한은 과거에 선행동 요구를 들어줬더니 미국이 나중에 그것만 따먹고는 뒤통수 때리고, 일 안되는 책임은 북한한테 떠넘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 못믿는 거다. 그러니까 북핵 문제는 ‘보텀 업(Bottom Up)’이 아닌 ‘톱 다운(Top Down)’ 방식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해야 된다. 그렇게 하려면 문재인정부가 다시 한 번 움직여야 한다. 북미 실무관료들한테만 맡겨 놓으면 밀고 당기기만 하다가 접점을 못 만들 것이다.”

▶2019년에 어느 정도 진전될 것으로 보는가.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빨리 열려 큰 틀을 짜야 한다. 먼저 정상급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정해주고 구체적인 것은 실무그룹에서 풀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연초에 틀이 잘 짜여지면 비핵화는 속도를 낼 것이다. 연초에 그걸 끝내야 한다. 그러면 봄부터 비핵화가 시작되면서 평화체제도 뿌리를 내릴 거고, 종전선언문제도 결론이 날거고, 상응조치도 시작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한은 전쟁공포 없이 살게 되고, 북한도 핵개발로 돌아가지 않으며, 미국도 압박 이야기 안 할 것이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