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작은 것까지 볼 수 있는 힘을 ‘밝음’이라 한다(見小曰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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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7 07:54  |  수정 2019-01-07 07:54  |  발행일 2019-01-07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작은 것까지 볼 수 있는 힘을 ‘밝음’이라 한다(見小曰明)

지난 연말 오랜만에 만난 13개월 된 손자가 어미 품에서 불쑥 두 손을 할아버지에게 내밉니다. 너무 기뻐 얼른 품에 안고 ‘둥개둥개’하였습니다. 모든 식구가 “어! 준이는 낯가림도 안하네!”하고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손자를 거실에 내려놓자 아장아장 걸으면서 방문을 열어가며 ‘아아!’ 소리치며 집안 곳곳을 쫓아 다녔습니다. 아이의 성장 발달이 그저 신기합니다.

2019년은 ‘황금돼지의 해’입니다. 돼지는 대소변 장소를 가려서 보는 3세 유아 수준의 지능을 가졌다고 합니다. 올해의 돼지는 사람에게서 유달리 대접을 많이 받을 듯합니다. 새해 아침에 네 살배기 여자 아이가 소변을 못 가렸다고 화장실에서 벌서다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엄마의 학대로 인한 안타깝고 슬픈 소식입니다.

삼국유사는 ‘첫머리에 말한다. 옛날 성인은 예절과 음악을 가지고 나라를 세웠다. 그리고 어짊(仁)과 옳음(義)을 가지고 백성들을 가르쳤다. 그렇기 때문에 괴력난신에 대하여는 말하지 않았다’고 썼습니다. 올해엔 모든 사람들이 ‘예절, 음악, 어짊, 옳음’을 가지고 생활하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마음가짐이 건강을 지키고 복을 받는 지름길일 테니까요.

노자는 ‘천하에는 그 시초가 있다. 그 시초를 천하 만물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그 어머니를 알면 그 자식을 알 수 있다. 이미 그 자식들을 알고, 그 어머니를 잘 모시면 몸이 죽을 때까지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마음속에 생기는 욕망의 끝없음을 닫아 버리고 만족하며 살면 종신토록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반면에 그 욕망의 끝없음을 열어젖힌다면 번뇌는 증가할 것이고 죽을 때까지 근심하며 살 것입니다. 그칠 때 그쳐야 평생 치욕스럽지 않습니다.

노자는 ‘견소왈명(見小曰明) 수유왈강(守柔曰强)’이라 했습니다. ‘작은 것까지 볼 수 있는 힘을 밝음이라 하고,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을 강함이라 한다’는 뜻입니다. 다른 곳을 비추는 지혜인 빛을 이용하는 사람은, 자신의 내부를 비추는 지혜인 작은 빛까지 볼 수 있어서 ‘밝음’이라 한 듯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이어야 ‘어짊’과 ‘옳음’만 익히게 되겠지요.

노자가 친구 상창의 병문안을 갔습니다. 상창은 자신의 입을 벌려 혀와 한두 개만 남은 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여보게 친구. 혀와 같이 부드러운 것은 오래갈 수 있지만 이처럼 단단하고 강한 것은 오래가지 못하네”라고 하였습니다. 그 순간 노자는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새해가 일주일째 지나가고 있습니다. ‘일양래복(一陽來復)’이라는 말은 ‘그 길을 되풀이하여 이레(7일)로 다시 온다’는 뜻입니다. 복(復)은 ‘나가거나 들어오거나 행동이 자유롭다. 허물 없는 벗들이 모여오니 즐겁다. 가던 길을 돌아오는 데 이레 만에 왕복한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롭다’는 의미입니다.

‘황금돼지의 해’가 이레로 되돌아 왔습니다. 힘차게 나아가야 합니다. 작은 것이 나타나서 보이는 것도, 작은 것까지 볼 수 있는 힘도 모두 ‘밝음’입니다. 아울러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이 진짜 ‘강함’입니다. 박동규<전 대구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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