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난 어떤 사람일까

  • 최소영
  • |
  • 입력 2019-01-07 07:53  |  수정 2019-01-07 07:53  |  발행일 2019-01-07 제18면
평판따라 살기보단 자신의 삶으로 ‘나’ 증명해야
자신을 둘러싼 상반된 평가가 존재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혼란오기도
긍정적 평가엔 책임져야 한단 부담
‘어떻게 살고 있는가’더 중요한 질문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난 어떤 사람일까

국·공립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4~5년에 한 번씩 전보 내신서를 작성하고 학교 이동을 한다. 때문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첫 발령을 받은 교사들이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근무하는 학교의 수는 10개 정도가 된다. 평생 10개 학교에 근무한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 학교에 4년씩 10개 학교면 무려 40년을 교직에서 보냈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두고 평생을 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사립학교 선생님 중에는 부러워하는 분들도 많다. 자유롭게 떠날 수 있고, 또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으냐고 말이다.

솔직히 나만 해도 처음에는 학교를 이동한다는 사실이 좋았다. 학교에 따라 교무실의 조직문화나 학생들의 성향이 사뭇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동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학생과 선생님들을 만나게 될까? 마음이 설레고 기대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몇 년씩 같은 공간에 근무하다보면 익숙해져서 좋은 점도 많지만, 그것이 답답함으로 다가올 때도 많았다. 그래서일까. 왠지 다음 학교에 가면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하고 싶은 수업도 더 잘 펼칠 수 있을 거야’라는 마음이 들곤 했다. 그래서 학교 이동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2019년 새해, 나는 또 한 번의 학교 이동을 앞두고 있다. 어느 철학관에서 내 사주엔 역마살이 들어 있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첫 발령을 받은 이후 네 곳의 중학교와 두 곳의 교육 관련 기관에서 근무했다. 그사이 20대 아가씨는 40대 중년 아줌마가 되었고, 학교 이동으로 설레던 마음은 ‘다음 학교에서도 잘 해낼 수 있을까?’를 스스로 점검하고 긴장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선배 선생님들은 나이가 들어 그런 거라고, 누구나 이런 변화를 겪는다고 했지만 솔직히 이런 변화가 낯설고 힘들었다. 그리고 내 마음이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 정말 궁금했다.

직업이 무엇이든 이동을 할 경우 대부분 사람보다 소문이 먼저 가 앉아 있을 때가 많다. 나 역시 매년 누군가의 평판을 묻는 전화를 한두 번은 받아보았던 걸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일을 경험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올해 학교 이동을 앞두고 있는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학교에서의 지난 4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를 교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좋게 보는 분들은 나의 평판을 묻는 질문에 매우 긍정적으로 답변해 주셨다. 이에 비해 나로 인해 불편했거나 상처 받은 일이 있는 분들은 또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씀하셨다. 서로 상반되지만 두 가지 모습 모두 ‘나’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나를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신 분들에게는 지금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하지만 이분들이 말씀하신 만큼의 성실성과 업무능력, 인성을 갖추고 있는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추천해 주신 분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추천하는 일은 말로만 끝나지 않고, 때로는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누군가를 추천했다가 나의 추천과 실제 그 사람의 행동이 너무 달라서 사람을 잘못 추천했다는 핀잔을 들은 일이 있고, 이로 인해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면 그 누구도 추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나에게 호의를 갖고 추천해 주셨는데, 혹시나 내가 그런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 이분들이 사람 잘못 추천했다는 핀잔을 듣게 되는 것은 아닐지 너무도 걱정이 되었다.

또한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신 분들의 이야기들과도 마주해야 했다. 솔직히 고통스러웠고, 또한 그 말들의 상당수가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힘들었다. 똑같은 일을 두고도 누군가는 업무 추진력이 있다 했고, 누군가는 실적을 위해 너무 밀어붙인다고 했다. 사뭇 다르지만 두 가지 모두 사실이라는 것이 나를 슬프게 했다. 한동안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그저 열심히 산다고 살았을 뿐인데, 왜 사람들의 말 속에서 나 자신도 너무 낯선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인지 속상했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 스스로도 알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작가 산도르 마라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삶으로밖에 증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 나는 교육철학이 있는 교사이고, 몇 가지 삶의 중요한 원칙을 가지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 누군가의 말 속에 살기보다는 내 삶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의 평판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가 훨씬 중요한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 나의 학교 이동은 설렘과 기대에서 지난 몇 년간의 내 삶을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나혜정<대구 경서중 교사>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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