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3·1운동 100주년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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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3   |  발행일 2019-01-03 제31면   |  수정 2019-01-03
[영남타워] 3·1운동 100주년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유난히 뜻깊은 해다. 3·1운동 100주년의 해이기 때문이다. 3·1운동의 결실로 맺어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한민족 역사의 큰 물줄기를 이룬 기념비적인 해라 단언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3·1운동 100주년을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하기로 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다.

3·1운동은 한민족 자주독립운동의 출발점이었다. 독립운동의 대중적 기반을 넓히며 항일투쟁의 물줄기를 바꾼 분수령이었다. 지식인은 물론 학생, 노동자, 농민, 상공인 등 계층의 경계를 허문 역사적 사건이었고, 그 속에는 숨죽여 살아온 순수한 민중의 염원이 담겨있다. 억압과 탄압에 대한 애끓는 외침도 내재되어 있다. 특히 민중들은 3·1운동에 참여하면서 민족의식과 정치의식을 높일 수 있었다. 이는 1920년대에 다양한 사회운동과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러한 이유로 공공적 가치를 구현한 모범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3·1운동은 나라 안팎에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준 ‘거사’이기도 했다. 일제의 총칼에 태극기만 들고 온몸으로 맞선 ‘비폭력·평화’의 전형이다. 중국의 5·4운동과 인도의 무저항운동을 비롯해 전세계 비폭력 평화운동의 시발점이 3·1운동이다. 3·1운동을 세계 최초의 비폭력 평화운동으로 명시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3·1운동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도화선이었고, 독립운동의 체계화와 조직화, 활성화를 여는 기폭제가 됐다. 지금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든 것은 당시 스스로 몸을 내던진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이 100년 전 세운 ‘임시정부’는 튼실한 씨앗이 되어 굴곡과 부침의 세월을 견디며 성장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특히 3·1운동의 근간이 된 3·1정신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항쟁의 사상적 저수지로 이어지고 있다. 자주, 자유, 단결, 평화의 핵심가치는 지금의 국내외 정세를 극복할 수 있는 시대정신으로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분단과 평화통일의 문을 여는 마중물이 되기에 충분하다. 성숙한 시민사회가 없었는데도 시민사회의 가치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의미를 넘어 미래적 가치도 있다.

더욱이 3·1정신은 역사의 중심에 서 온 대구·경북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대구·경북은 예부터 국난의 시기에 스스로 일어나 역사의 중심에 서왔다. 그것은 강한 신념에서 피어난 ‘의(義)’의 길이었고, ‘충(忠)’의 길이었다. 절망의 시대를 뛰어넘는 혁명의 길이기도 했다. 신분과 성별, 나이를 초월한 대구·경북민 모두의 역사였다. 그 역사는 3·1운동 이전과 이후에도 쉼 없이 이어지며 큰 물길을 이루었다. 때로는 의병항쟁으로 일제에 맞섰고, 때로는 애국계몽운동으로 민족의 역량을 축적해 나갔다. 3·1운동 때는 들불처럼 일어나 저항의 깃발을 들었고, 무력으로 맞선 의열투쟁에서는 목숨을 걸고 광복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는 자주, 자유, 단결, 평화의 가치를 지향한 3·1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정신은 시대와 공간의 경계를 넘어 한민족 전체가 공유해야 할 정신적 유산이다. 차세대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강력한 리더십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삼일절이 되어도 태극기조차 보기 힘들다. ‘한 아파트의 태극기 게양률이 2%밖에 되지 않는다’는 뉴스는 안타까움을 넘어 비통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후손들에게 그 뜻을 제대로 환기시켜 주지도 않는다. 3·1운동과 3·1정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3·1운동을 과거사로만 여기는 국민의식은 애석하고 한탄할 일이다.

역사를 기억하고 그 정신을 새기는 일은, 더 나은 미래의 문을 여는 의지와 직결된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기해년 새해가 갈등과 반목, 분열과 대립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초석을 놓는 해가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3·1운동과 3·1정신을 되새기고 체화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대구·경북이 솔선수범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백승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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