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북핵협상 관전법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9-01-02   |  발행일 2019-01-02 제39면   |  수정 2019-01-02
[영남시론] 북핵협상 관전법

최근 핵협상 관련, 북한의 언동이 수상하다. 그동안 미국에 대한 불만을 간헐적으로 내뱉기는 했지만, 이제 그 수준이 노골화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기 전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며, 미북 비핵화협상이 교착에 빠진 것을 미국의 그릇된 인식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또한 “6·12 조·미공동성명에는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명시돼 있지 ‘북 비핵화’라는 문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며 “미국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어물쩍 간판을 바꿔놓음으로써 세인의 시각에 착각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반도 비핵화는 주변으로부터의 모든 핵위협요인을 제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변했다.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그대로 해석해 본다면, 북한은 당초부터 자신만의 비핵화 의지는 없었다. 대외적으로 비핵화의지가 있는 척 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여 자기들이 원하는 여건을 만들어 보려는 꼼수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의용 청와대안보실장이 지난해 4월초 대통령특사자격으로 북한을 다녀와서 조건부이기는 하나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의지가 있다고 전언할 때 사실 반신반의했다. 정 실장은 워싱턴으로 날아가 이런 의지를 전달했고, 미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상황이 온 것은 자기가 추진한 최대의 압박정책의 결과라며 자화자찬했다. 그리고 하루빨리 김정은과 만나기를 원하며 회담만 열리면 북한 핵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것처럼 호언장담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만은 북한이 달라졌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4·27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이 ‘핵없는 한반도’를 공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공동목표임을 확인할 때까지만 해도 이제는 진정 북한이 핵을 내려놓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북핵협상이 교착국면에 접어들면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과거처럼 위장평화공세를 펼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평양회담에 다녀온 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비핵화 협상을 매듭짓고 경제발전에 매진하겠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유엔과 유럽으로 다니며 이런 북한입장을 전하고 대북제재의 완화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자기들의 핵만을 내려놓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북한이 왜 그토록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집했는지 그 속내를 발견할 수 있다. 합의에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역량 제거임을 속내에 감추고 구태의연한 용어혼란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사실 지난 20여 년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협상이 이어졌지만 북한은 늘 국제사회를 기만하면서 시간과 돈을 벌고 결국 핵개발에 매진했다. 그런 북한이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2017년 11월말 이후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발사는 하지 않지만, 핵물질 생산과 핵탄두의 소형화, 미사일 역량 강화 노력은 지속하고 있다. 결국 북한은 비핵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핵없는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의 고리를 끊어내려는 속내이다. 다시 말해 그들의 대남적화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불순한 의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의 기본인식과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김정은 서울 답방이 성사된다 해도, 우리가 바라는 북한 비핵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한미동맹과 북핵을 맞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점점 한미가 중대한 결단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아직 북핵 협상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접자는 것은 아니지만, 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이제 북한에 과거와 같은 꼼수는 결코 통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