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포용의 정치, 유쾌한 정치를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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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31   |  발행일 2018-12-31 제26면   |  수정 2018-12-31
지금의 어려움이란 것들도
큰 역사에서 보면 작은 고비
정치도 넉넉한 관점이 필요
새해에는 진영대결보다는
공존의 정치기조 많아져야
[아침을 열며] 포용의 정치, 유쾌한 정치를 희망하며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마침 ‘아침을 열며’ 게재 날짜가 2018년 마지막 날이다. 하루가 가고 오는 게 일상의 일이지만, 한 해를 마감하는 날은 달리 생각하게 만든다. 마지막 달력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더불어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하고 새해의 희망을 찾기도 한다. 일상의 흐름 속에서는 어려웠던 과제들이 새로운 전기를 만드는 분절점이 될 수도 있다. 국내외의 각 언론에서는 올해의 10대 사건, 새해 전망 등을 내보낸다.

정치를 소재로 올 한 해 써왔던 이 칼럼에 2018년 마지막 날에는 어떤 소재를 담을까 고민했다. SNS에 의견을 물었더니 다양한 제언들을 주었다. 정치 현안에 대한 것도 있었고, 송년이니 위로와 희망을 주는 소재가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정치 주제가 대체로 무겁고, 비판적인 사안이 많은 게 사실이다. 정치 분야를 전공하고 이 주제로 활동하는 입장에서 늘 직면하는 과제이자 고민이었다. 더구나 한국정치는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었다. 공적 영역에서 늘 불신 1위였다.

물론 환호를 보내며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는 때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가깝게는 탄핵 이후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도 있었고, 새로 출범한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문재인정부 집권 초 지지자들은 하얀 와이셔츠 차림에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대통령과 비서진의 모습을 보면서 ‘청와대 어벤져스’로 부르는 유쾌한 희망을 걸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남북화해 분위기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환호 속에 대통령이 있었다. 역사적인 사건이었고 세계의 주목도 받았다. 4·27 정상회담의 판문점 도보다리 장면, 평양 정상회담 때 백두산 정상에서의 모습은 국민적인 환호를 받으며 기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환호의 에너지가 희망의 정치 동력으로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애초부터 일부 야당의 이견과 비판적 견해가 없던 게 아니었지만, 근래 들어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비판 진영의 목소리가 커졌다. 또 높아진 기대감만큼 파격적인 성과를 보이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

무엇보다 민생경제와 경제정책을 둘러싼 논란과 정치갈등이 문재인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야당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가운데 집권여당에 대한 실망도 가세하고 있는 셈이다. 2018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집권 1년7개월을 거치면서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적인 평가보다 많아졌다. 오늘 12월 마지막 날에도 조국 민정수석 등이 국회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김태우 폭로’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 답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때 청와대 어벤져스로 유쾌한 칭찬을 받았던 사진, 지금 볼 경우 느낌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정적인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민과의 공감을 확보하지 못했던 데 있다고 본다. 유쾌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가 자칫 ‘그들만의 오찬’ 모습으로 남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사에서 했던 말을 돌아보길 주문하고 싶다.

“개혁도, 저 문재인의 신념이기 때문에 또는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눈을 맞추면서,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가겠습니다.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습니다.”

연말을 정리하는 사자성어들이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안전보건법전부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되는 성과도 거뒀다. 큰 역사로 보면 오늘의 어려움이라는 것도 아주 작은 고비이며, 인류는 늘 희망을 만들어 왔다는 점을 말해달라고 한 친구는 SNS를 통해 제안했다. 우리의 정치도 그런 관점에서 넉넉하게 희망적으로 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새해에는 과도한 진영대결의 흑백정치보다 공존과 포용의 정치 기조가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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