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복도가 갤러리로, 학교 곳곳서 꿈·끼 발산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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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31  |  수정 2018-12-31 09:11  |  발행일 2018-12-31 제14면
교실·복도가 갤러리로, 학교 곳곳서 꿈·끼 발산
학교 공간의 변신, 교육계의 화두다. 틀에 박힌 교실과 복도, 교무실, 교장실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즐기며, 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구 학교 중 일부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싹을 틔우고 있어 소개한다.

◆학교의 변신, 새론 미술관으로 초대합니다

지난 27일 오전 방학을 하루 앞둔 대구 새론중. 현관에 들어서자 테이핑 캐스팅 기법으로 만든 사람 형체의 스파이더맨이 공중에 떠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늘을 날아 움직이는 이 스파이더맨을 만들기 위해 학생이 직접 모델이 됐고, 다른 학생들이 그 몸에 테이핑해 본을 떴다. 이런 테이핑 캐스팅 작품들은 복도 곳곳에 설치돼 있었는데, 마치 미술관에 전시된 미술작품을 연상케 했다. 작품에 앵두 전구를 부착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형상에는 시무룩한 표정을 그려넣어 보는 이를 즐겁게 했다.

학교는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새론미술제를 열었다. 김희숙 새론중 교장은 축제 때 전시된 미술제 작품들을 학교 곳곳에 그대로 전시해뒀다. 김 교장은 “학교 곳곳에 설치미술, 대형 협동작품을 전시해 마치 미술관을 연상시킨다”면서 “틀에 박힌 학교공간을 탈피해 어떻게 하면 학생과 교사가 학교를 친근하게 느끼고 학습하는데 편하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알록달록 꽃신으로 수놓은 대형 한반도 지도도 눈길을 끌었다. 복도의 벽면 한 쪽을 가득 채웠는데, 수십 명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한 흔적이 보여 더욱 뜻깊었다. 또 자유학년제 운영 결과물, PBL 수업 성과를 비롯해 빨간 염소 보내기 바자회, 인도네시아 국제 교류 결과물 등 비주얼 싱킹 관련 자료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고종현 학생 대표는 “설치미술부터 대형 협동작품까지 모두 우리가 작가가 돼 참여한 만큼 뜻깊은 추억이 되었고, 예술제 이후 학교 공간 곳곳에 전시된 우리의 작품들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 교장은 “새론중은 외국 선진학교를 본떠 만든 개교 3년차 학교인 만큼 공간이 넓고 활용도가 매우 높다”면서 “학교공간을 다양하게 변신시켜 학생들이 좀더 즐겁게 학습하고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론중, 학생 협동작품 등 전시
스파이더맨·한반도 지도 ‘눈길’
틀에 박힌 공간 탈피 학교 새 활력
원화여고, 시청각실서 연극 선봬
경덕여고는 틈새공간서 전시회


◆연극 무대가 된 학교 시청각실

대구 원화여고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교내 시청각실을 공연 무대로 재탄생시켰다. 연극부 ‘페르소나’는 무대 연출과 디자인, 연기, 분장 등을 맡은 1~3학년 학생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연극부의 공간은 다름아닌 교내 시청각실이다.

시청각실에는 연극부의 무대 세트와 소품들로 자리잡았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연기 연습을 하고, 서로 힘을 합쳐 무대세트를 운반하고, 빠진 소품이 없는지 체크하며 연극에 대한 꿈을 키운다.

지난 1학기에는 이곳에 전문 극단 유목민이 찾아와 작품을 펼치기도 했다. 연극부는 물론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공연을 관람했다. 특히 연극부 학생들에게 연극에 대한 살아있는 배움의 기회가 됐다.

연극부는 지난 8월26일과 28일 이곳에서 연극부 선후배들을 초청해 자신들의 무대를 선보였다. 이후 연극 대회에 나가 수상의 기쁨도 누렸다. 강지원 학생은 “한해 공연을 마치고 시청각실에 설치한 무대 세트를 직접 철거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섰던 기억이 선명하다”면서 “친구, 선배, 후배들과 연극을 하며 협동의 가치와 책임감의 중요성에 대해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틈새공간을 작은 갤러리로 변신

대구 경덕여고는 교내 틈새공간을 교육활동 갤러리로 활용하는 경우다. 중앙 현관, 2층 다목적실, 3층 시청각실, 학교 도서관, SW메이커스페이스에는 일년 내내 다양한 전시물이 마련돼 있다.

학교는 4월에는 세계 책의 날 행사 전시회, 독도의 날 홍보 전시회, 7월에는 양성평등 전시회, 10월에는 학생 학술 전시회, 학생저자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11월에는 학급 중심의 학급별 자치활동 전시, 학생 출간 영어책 전시, 수학 마인드맵 결과물 전시, 3D 프린트 제작물 전시, 창업 동아리 활동 전시회를 했다. 이러한 전시의 규모는 날로 확대돼 지역 교육공동체와 학부모 전시회도 함께 열리고 있다.

정상화 교장은 “학급 수 감축으로 생겨난 틈새공간을 활용하고 학교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해 학생들의 교육 활동 결과물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예술·문화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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