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범블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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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8   |  발행일 2018-12-28 제42면   |  수정 2018-12-28
인간미 몰고온 ‘범블비’…‘구원병’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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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패착은 볼거리에만 치중한 나머지 서사를 등한시했다는 점이다.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2007년 트랜스포머 1편의 성공 이후 이에 도취된 제작진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지나친 물량 공세로 관객의 피로도를 증가시켰고, 산만한 서사는 실망감을 안겼다. 결국 5번째 시리즈인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는 2억6천만달러(약 2천923억원)의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였음에도 ‘최악’이라는 평가와 함께 전작이 거둔 평균 수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에서 구원병으로 등장한 작품이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스핀오프격인 ‘범블비’다.

前시리즈 물량공세 피로도 증가, 기대 못미친 서사
1980년대 추억 소환…새로운 이야기로 반전 노려


범블비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늘 주인공 곁을 지켰던 진실되고 순수한 충성심의 아이콘 범블비를 주인공으로 했다. 디셉티콘과의 전쟁에서 패할 위기에 처한 옵티머스 프라임은 오토봇 B-127에게 자신들이 재기할 수 있는 전초기지의 거점을 지구에 마련하라는 특명을 내린다. 하지만 B-127은 도착하자마자 미군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지구에 있던 디셉티콘 블리츠윙까지 그를 공격한다. 가까스로 그들을 물리친 B-127은 낡은 비틀로 변신해 폐차장에 은둔한다. 어느 날, 운좋게 비틀을 소유하게 된 소녀 찰리(헤일리 스테인펠드)는 자신의 낡은 자동차가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그리고 모든 기억이 사라진 B-127에게 범블비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친구가 된다. 그러나 범블비의 정체를 파헤치려는 인간들과 그가 가진 정보가 필요한 디셉티콘이 거리를 좁히며 추격해온다.

범블비는 의식적으로 화려한 액션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1980년대를 무대로 삼았다. 당시는 완구와 애니메이션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기였고, 추억을 소환함으로써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펼칠 여지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덕분에 범블비를 비롯한 로봇들의 디자인은 1980년대 방영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에 가깝다. 특히 범블비는 ‘귀요미’라는 단어를 절로 떠올리게 만드는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시리즈에서 보여준 스포츠카 카마로 대신 소형차 비틀로 변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는 상실의 아픔이 있는 찰리와 끈끈한 관계를 맺는 인간적인 캐릭터로서의 범블비를 조명한다. 그 과정에서 액션 장면은 상당 부분 축소됐다. 대신 범블비와 18세 소녀의 우정과 성장드라마로 그 빈자리를 채웠다. 물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완성된 초반과 후반부의 전투장면은 꽤나 만족스럽다. 채우기보다 비우기에 천착한 범블비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반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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