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미스터 스마일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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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8   |  발행일 2018-12-28 제42면   |  수정 2018-12-28
다정하고 젠틀, 마음까지 훔치는 은행털이범
[금주의 영화] 미스터 스마일

“오늘 기분은 어떠신가요.” 선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은행원에게 가방을 내미는 노년의 신사. 수트 안의 총을 보여주며 “전 지금 은행을 털러 왔어요. 당신이 다치는 건 싫으니 다른 행동하지 말고 제 가방에 현금을 채워주세요”라고 속삭인다. 당황한 은행원이 돈을 채우면 미소를 남긴 채 가방을 들고 유유히 사라지는 그는 한평생 은행을 털어온 전대미문의 은행털이범 포레스트 터커(로버트 레드포드)다. 우연히 만난 쥬얼(시시 스페이식)에게 마음을 빼앗긴 터커는 은행을 터는 동안에도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가지만, 그를 쫓고 있는 텍사스주 경찰 존 헌트(케이시 애플렉)는 점점 수사망을 좁혀온다.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은퇴작…60년 연륜 명연기
다양한 작품 오마주 촬영…마지막 출연작 경의·헌사

‘미스터 스마일’은 전설의 은행털이범 포레스트 터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그는 70대까지 은행털이를 멈추지 않았고, 1980년에는 한 해에만 무려 60여 곳의 은행을 턴 기록도 가지고 있다. 또 교도소에서 18번 탈옥에 성공해 ‘탈옥 아티스트’로 불리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그가 은행을 터는 방식이다. 총은 장식으로만 휴대할 뿐 일체의 폭력이나 협박을 사용하지 않았고 시종 다정하고 젠틀하게 사람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피해자들이 터커를 “아주 점잖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한 건 그런 이유다. 심지어 “행복해 보였다”는 한 은행원의 말처럼 그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은행강도 이야기지만 흔한 총격전과 카체이싱은 이 영화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조금은 천천히 움직여도 무방하고, 잠시라도 숨을 고를 수 있었던 1980년대의 여유와 낭만을 소환해 아날로그적 감성과 추억으로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주력한다.

미스터 스마일은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은퇴작이다. 연출을 맡은 데이빗 로워리 감독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전성기가 시작된 1970년대의 연출법과 그가 출연한 다양한 작품들의 오마주를 통해 마지막 작품에 대한 경의와 헌사를 표했다. 촬영도 슈퍼 16㎜ 필름을 사용했다. 이에 화답하듯 로버트 레드포드는 60년 연기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인상깊은 연기로 대미를 장식했다. 그는 이 영화로 내년 1월6일 열리는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팬들을 위한 로버트 레드포드의 뜻깊은 마지막 선물이다.(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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