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시 문화행정에 중심이 없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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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7   |  발행일 2018-12-27 제31면   |  수정 2018-12-27
[영남타워] 대구시 문화행정에 중심이 없다
조진범 문화부장

깜짝 놀랐다. 처음엔 잘못 들었나 싶었다. 아니었다. 대구시 공무원인 사회자도 놀라 다시 한번 물었는데, 똑같은 말이 들렸다. “지인입니다.” 지난 17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이인성 고택 복원 및 활용 방안 용역보고회’ 자리였다.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이 전문가를 불러 의견을 듣는 공식 회의였다. 그 자리에 이인성기념사업회장이 ‘지인’을 불렀다. 회의는 그냥 진행됐다. 대구시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인성기념사업회장의 지인은 마이크를 들고 이인성 고택 복원 및 활용화 방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까지 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대구시는 몰랐다고 했다. 그 지인이 발언까지 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고 했다. 기가 찬다.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이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인성기념사업회에 ‘책잡힐’ 일이라도 있었나라는 의심도 생겼다. 만약 대구시장이 주재하는 공식 회의에 초대받지 않은 그 누군가의 ‘지인’이 참석한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래도 대구시 공무원들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었을까. 물론 이런 일은 잘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대구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의 행정이 중심을 못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간송미술관 찬반 논란도 그렇다. 이제와서 새삼 찬반 논란이 일어난다는 게 좀 뜬금없지만, 일부의 반대는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찬성하라는 법은 없다. 간송미술관은 2016년 12월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대구간송미술관 건립 및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국비 160억원 지원도 결정됐다. 대구시는 일부의 반대에 신경을 쓰기보다, 반대 의견을 반영해 간송미술문화재단과 협의해야 한다. 그 반대 의견이 완전히 잘못된 게 아니다. 반대 의견에서 드러난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어차피 반대 의견이 있다고 국비 지원까지 결정난 대구간송미술관을 포기할 수는 없다. 대구간송미술관을 반납한다면 그 후폭풍이 더욱 거셀 것이다. 대구지역 미술인도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에 찬성하는 상황이다. 대구미술협회가 공식적으로 찬성 의견을 밝혔고, 수성구미술가협회도 입장문을 내놨다. 미술인들은 “일부 의견은 말그대로 일부일 뿐이다. 대구 미술인 전체의 의견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대구시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먼저 중심을 잡고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대구미술협회나 대구수성구협회의 입장을 믿을 게 아니라 ‘이렇게 해 나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간송문화재단과의 협의 과정도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문화정책에 믿음이 생긴다. ‘시끄러워지는 게 부담스러워서’ 이도저도 말 못하면 더 큰 비판을 받는다. 행정의 일관성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구시 문화행정이 중심을 잡고 투명하게 해나갈 때 ‘가짜뉴스’도 사라진다. 올해 얼마나 많은 소문이 대구 문화판을 휩쓸었나. 대구문화재단 비리의혹에 대해서도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마구 떠돌아다녔다. 같은 성씨라고 친인척으로 몰아세우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탓이다.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도 마찬가지다. 소문의 진앙지처럼 됐다. 대응도 문제였다. 비판적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오해다, 억울하다’며 하소연하고 있지만, 정작 오해를 풀 일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대구 문화판의 가짜뉴스는 때론 심각한 사태로 번졌다. 편가르기의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반지성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기야 ‘내로남불’은 대구 문화판에만 있는 게 아니다.

내년 대구시와 경북도의 문화체육관광국장이 맞트레이드된다. 상생의 명분이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다. 아마 온갖 소리가 나올 것이다. 중심을 잡지 않으면 올해보다 더 흔들린다. 조진범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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