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스윙키즈’ 도경수

  • 윤용섭
  • |
  • 입력 2018-12-21   |  발행일 2018-12-21 제43면   |  수정 2018-12-21
“탭댄스 열정에 빠진 포로役
춤·노래하는 나와 공통분모
심장까지 쿵쾅거리는 영화”
20181221

‘스윙키즈’의 로기수는 통제불능 거제도 포로수용소 내 최고 트러블 메이커다. 그가 전직 브로드웨이 출신 흑인 하사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의 탭댄스를 우연히 본 후 그 춤에 매료된다. “땅바닥을 막 때리는 춤 같지도 않은 거이 사람을 막 미치게 만드는 구만.” 이제 배우라는 수식이 자연스러운 도경수가 탭댄스를 향한 열정에 빠져든 말썽쟁이 포로 로기수를 연기했다. “심장이 두근두근, 쿵쾅거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강형철 감독의 의도에도 딱 부합된다. 최정상의 아이돌 그룹 출신답게 노래와 춤 실력은 물론이고, 연기 데뷔 3년 만에 청룡영화상 남자배우 신인상을 받으며 연기력도 입증받았다. 무엇보다 주연배우로서의 부담과 무게를 거뜬히 떠받칠 수 있을 정도로 무섭게 성장한 그다. 강 감독이 “첫 미팅 때 만나러 가니 기수가 앉아 있었다”고 말한 게 결코 과장처럼 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무대로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가슴 터질 듯한 이야기의 출발은 그랬다. 그 중심에서 도경수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로기수 그 자체’였다”는 감독의 두터운 신뢰와 찬사를 받으며 또 한번 자신의 행보에 힘을 보탰다.


거제도 포로수용소‘트러블 메이커’
오직 춤에만 빠진 오합지졸 댄스단
‘모던 러브신’ 울음 나올 정도로 좋아

당시 종군기자 사진 보며 감정이입
펑퍼짐한 교복, 삐딱한 모자 쓴 인물
로기수와 잘 부합, 캐릭터 맞춰 연기

발로 드럼치는 느낌…90% 직접 소화
촬영 스태프도 흥얼거리며 리듬 타
북한 사투리 탈북자 도움받으며 연습

노래·연기 매력적…둘 다 포기 못할듯
작품 캐릭터로 보이는 배우 되고 싶어



20181221

▶전작들에서 주로 암울한 청춘들의 초상을 연기했다면 기수는 호기롭고 당당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차별된다. 게다가 음악이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는 영화라 누구보다 반갑게 마주했을 것 같다.

“말씀한 것처럼 전작들에선 마음의 상처가 있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하지만 내 안에도 밝고 장난스러운 면이 있다. 이번 영화에선 춤과 음악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나와 공통분모가 형성됐다. 이제껏 연기로 보여준 적 없던 그런 면을 끄집어내 극대화시킬 수 있어서 좋았고, 그러다보니 스트레스가 해소됐다. 특히 기수와 판래(박혜수)가 춤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모던 러브(Modern Love)’신은 각자 다른 장소에서 춤추는 모습을 담았는데, 촬영하면서도 어떻게 나올지 가장 궁금했던 장면이기도 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너무 잘 만들었다. 내가 출연한 영화지만 울음이 나올 정도로 모든 장면이 좋았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흐름과 느낌이 다르다. 밝고 유쾌하게 시작했지만 차츰 시대의 아픔이 이야기에 녹아든다.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해서 접근했나.

“6·25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내가 당시 전쟁 포로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공감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님이 자료로 준비한 당시 사진들을 보면서 감정을 이입시키려고 노력했다. 대부분 종군기자들이 찍은 사진인데 그중에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교복처럼 보이는 옷을 펑퍼짐하게 입고 있는 한 포로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로기수 캐릭터와 가장 잘 부합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 인물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다.”

▶극 중 탭댄스는 모두 본인이 소화한 건가. 그리고 브로드웨이 최고의 탭댄서 자레드 그라임스와의 호흡은 어땠나.

“난도가 높은 장면은 대역을 썼다. 기수가 탭댄스를 처음 배우기 시작해서 점점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5개월의 연습만으로 그 모든 걸 보여주는 건 사실 무리였다. 항상 춤을 춰왔으니까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웬걸, 나도 처음에는 몸치가 된 듯했다. 그래도 에필로그의 90%는 내가 소화했다. 그 과정에서 자레드 그라임스의 도움과 배려를 많이 받았다. 그는 정말 좋은 배우이자 스승이다.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진짜 공부가 많이 됐는데 공교롭게도 그는 ‘엑소’의 안무를 담당하는 토니 테스타와 친분이 두텁다. 그런 분과 배우로 만나서 경합을 벌인다는 게 엄청 부담이 됐지만 현장에서 너무도 많은 것을 친절하게 알려줬다. 소통의 문제는 박혜수씨가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영어도 잘해서 별 문제가 없었다.”

▶일반 춤과 탭댄스의 차이점을 뭐라고 생각하나.

“탭댄스는 ‘발로 드럼을 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진짜 처음 보는 악기를 배우는 느낌이었다. 춤은 발로 바닥을 두드리는 동작이 아예 없다. 춤을 출 때도 손이나 몸동작을 취하는 게 전부다. 내가 탭댄스를 어렵다고 생각한 것도 이제껏 춤을 추면서 발로 바닥을 두드려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춤을 처음 배우는 초심자의 심정으로 매진했다. 이제는 탭댄스 동작이 몸에 배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발을 바닥에 두드리고 있을 때가 있다.”(웃음)

▶음악이 늘 현장에 함께했다는 점에서 흥겨운 놀이마당이라는 느낌도 들었을 것 같다.

“정말 너무 신났다. 사실 탭댄스가 대중적인 춤은 아니지만 막상 접해보면 누구나 신나고 재밌다고 느낄 것이다. 이번 현장은 늘 음악이 함께했기 때문에 너무 달랐다. 나중에는 카메라 감독님을 위시해 모든 스태프가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고 리듬을 탔다. 덕분에 현장은 늘 흥이 넘쳤다. 개인적으로는 엑소 공연때 무대에 올려보고 싶기도 하다. 백현이는 나보다 먼저 탭댄스를 배웠고, 멤버 중에서도 배우고 싶어하는 친구가 많아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계획이다.”

▶북한 사투리도 제법 능숙했다. 그리고 삭발은 본인이 자처했다고 들었는데.

“북한 사투리도 고민이 많았다. 탈북한 분이 내 사투리 교육을 담당했는데 북한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지역마다 사투리가 다른데 한국영화에서의 북한어는 실제와 좀 차이가 난다고 했다. 우리는 접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니 로기수가 평양 사투리를 쓴다는 설정으로 선생님의 억양을 열심히 따라했다. 삭발은 포로라는 극 중 설정에 맞게 그냥 밀었다. 원래도 긴 머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미련없이 삭발했는데 해보니 너무 편하고 좋더라.”

▶비중이 큰 역할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기수라는 캐릭터를 하게 됐다는 것만으로 설레고 기뻤다. 이제껏 내가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이기도 했고, 내 안에 있는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 정말 반갑게 마주했다. 무엇보다 강형철 감독님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다. 시나리오도 읽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던 이유다.”

▶소속사인 SM에선 연기연습을 따로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연기력을 인정받는 몇 안되는 아이돌 출신이다. 스스로도 연기 자질이 있다고 느끼는 편인가.

“평소 몰랐던 감정이 나도 모르게 확 튀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도 놀란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2014)를 할 때 그런 감정을 처음 느꼈다. 내가 평소 눈물이 없는 편인데 울컥한 감정이 나도 모르게 생겨났다. 울고 싶지 않았지만 절로 눈물이 나와서 신기했던 경험이었다. 물론 연기로는 늘 아쉽다. 초창기에는 연기를 지도해 주는 선생님이 계셨지만 지금은 감독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그리고 촬영에 들어갈 때 선배님들의 눈만 보고 있어도 정말 공부가 많이 된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선배님들을 항상 관찰하고 있다.”

▶최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화제를 모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스윙키즈’도 그 여세를 몰아갈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해 보인다.

“나도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지만 사실 ‘퀸’의 노래는 누구나 좋아하고 익숙한 곡이다. 반면 우리 영화에 삽입된 노래들은 젊은 세대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곡이 상당수 나온다. 예를 들면 재즈의 스탠더드 넘버로 손꼽히는 베니 굿맨의 ‘씽 씽 씽’이라는 곡과 정수라 선배의 ‘환희’는 처음 들었더라도 모두 흥겹게 흥얼거리거나 따라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기수의 심장을 뛰게 한 게 춤이라면 지금 도경수의 심장을 뛰게 하는 건 무엇인가.

“노래다. 최근 거미 선배 콘서트를 처음으로 티케팅해서 보러 갔는데 너무 좋았다. 나는 항상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무대에 서는 사람이었는데, 관객의 입장이 되어보니까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무엇을 보여주는 게 좋은지를 많이 배우고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선배의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이 쿵쾅거렸는데 그 순간 나도 내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부르고 싶은 곡을 직접 작곡과 작사를 해서 대중에게 들려드리고 싶다.”

▶음악이 이렇게 본인의 가슴을 뛰게 하는데 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뭔가.

“노래와 마찬가지로 연기 역시 절대 놓지 못할 끈 같다. 극 중 캐릭터들을 통해 내가 경험하고 느껴보지 못한 여러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쾌감과 희열이 대단하다. 그런 매력 때문에 연기는 평생할 것 같다. 간혹 가수와 배우 중 하나를 선택해보라는 질문을 받는데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다. 사실 두 분야가 비슷하다. 가수가 피나는 연습과 노력을 통해 앨범을 내고 콘서트로 그동안의 결실을 보여주는 것처럼 배우 역시 그런 과정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라는 결과물을 내놓는다. 둘 다 쉽지 않은 과정이기에 늘 도전하게 되고 그러면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연기와 노래 말고 도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도전하고 싶은 건 요리다. 개인적으로 요리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자격증을 딸 생각도 하고 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선지 한식을 특히 좋아한다.”

▶배우로서 도경수가 꿈꾸고 있는 건 뭔가.

“관객들에게 최대한 공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때문에 작품을 선택하는 조건도 좋은 메시지가 있고 내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담겨져 있으면 끌린다. 누구보다 먼저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가 궁금하다. 그렇게 작품 속에선 도경수가 아닌 극 중 캐릭터로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 연기를 보면서 공감하고 에너지를 얻고, 어떨 때는 슬프고 어떨 때는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

글=윤용섭기자 yys@ueongnam.com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