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아쿠아맨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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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1   |  발행일 2018-12-21 제42면   |  수정 2018-12-21
‘DC’의 히든 히어로, 바닷속 세계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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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만화계 쌍두마차인 마블과 DC의 희비는 원작 캐릭터들을 스크린으로 소환하면서 극명하게 엇갈리기 시작했다. 코믹스에서 단연 우위를 점했던 DC의 슈퍼히어로인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이 속속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아이언맨’을 중심으로 한 마블 영화들과의 흥행 결과만 비교하더라도 상당한 격차를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마블의 히어로들이 총출동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이 국내에서 1천만명을 동원할 정도로 승승장구한 반면, DC의 야심작 ‘저스티스 리그’(2017)는 DC 히어로들이 대거 등장했음에도 17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지만 DC에는 아직 히든 카드가 남아 있다. 마블도 여태껏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는 바닷속 세계를 다룬 ‘아쿠아맨’이다.

등대지기 아버지와 해저 왕국 아틀란티스의 여왕 사이에서 태어난 아서(제이슨 모모아)가 그 주인공이다. 아버지에게서 인간성을, 어머니에게서 초능력을 물려받은 덕분에 아서는 수중에서 숨을 쉴 수 있고, 엄청난 속도로 헤엄칠 수 있으며, 육지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그는 바닷속 왕국이 아닌 지상에서의 평범한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간혹 자신의 능력을 정의로운 일에 사용하지만 그 과정에서 블랙 만타(야히아 압둘 마틴 2세) 같은 빌런이 잉태되기도 한다. 어느 날, 제벨 왕국의 공주인 메라(앰버 허드)는 아서의 이복동생인 옴(패트릭 윌슨)이 지상 세계 정복을 꿈꾸고 있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아서의 힘만으로 옴을 상대하기에 역부족. 이에 메라와 함께 바다를 다스릴 수 있는 전지전능한 아틀란의 삼지창을 찾아 나선다.


인간 아버지와 해저 여왕 사이 태어난‘아서’
막강한 능력에도 지상에서 평범한 삶 원해



‘아쿠아맨’은 ‘쏘우’와 ‘컨저링 유니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최고의 흥행작으로 만든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액션, 공포, 로맨스를 더해 바닷속 아틀란티스의 역사와 신화가 어우러진 하나의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했다. 미지의 세계인 우주처럼 현실과 완전히 다르고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판타지의 세계다. 다만 ‘아쿠아맨’은 전통적인 SF영화를 따르면서도 가족 이야기를 중요하게 부각시켰다는 점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작용할 듯 하다. 반은 인간이고 반은 아틀란티스인인 그가 바다에도, 육지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외톨이이자 아웃사이더라는 정체성의 고민도 포함해서다. 아틀란티스 왕국의 적자로서 아서에게 주어진 의무와 아웃사이더로서 그가 누리고자 하는 자유의 충돌은 바로 ‘아쿠아맨’을 추동하는 힘이다.

서사가 안정적으로 구축된 만큼 이제 남은 건 이를 완벽히 스크린에 구현하는 일이다. 제임스 완 감독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수중세계가 펼쳐진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그의 말처럼 시각적인 임팩트는 상상 이상이다. 50개 이상의 실제 세트와 CGI를 통해 탄생한 아틀란티스는 마치 고대 그리스 문명과 초현대적인 과학 문명이 뒤섞인 듯 화려함을 뽐내고, 비현실적으로 거대한 해양생물, 수만 마리에 이르는 다양한 해양 크리처들은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그간 어둡고 음울하고 진중했던 DC의 세계관을 벗어났다는 점에서도 흥미롭게 마주할 수 있는 영화다. (장르:액션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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