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4.8%만 운행…택시 붐비던 주요도로 한산”

  • 민경석,임호,김기태,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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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1  |  수정 2018-12-21 09:01  |  발행일 2018-12-21 제6면
20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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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택시업계가 일일파업을 실시한 20일, 여행객들이 대구국제공항 버스 승강장에서 캐리어와 쇼핑백 등을 들고 시내버스를 타고 있다(위쪽). 같은 시각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택시승강장에는 단 한 대의 택시도 보이지 않았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카카오 카풀 규탄 택시 파업

버스·지하철은 시민들로 붐벼
포항 52%·문경 35% 운행중단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규탄하며 택시업계가 일일 ‘운행중단’에 들어간 20일 대구와 경북 주요 도시 도로에는 택시가 거짓말처럼 종적을 감췄다. ‘설마’ 하고 택시를 기다리던 시민은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다른 교통수단을 찾아 나섰다. 대구시 ‘두드리소’ 상담에는 이날 54건의 택시 민원이 접수됐다. 하지만 도로에 택시들이 사라지면서 교통흐름은 더 좋아졌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대구 택시운송사업조합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이날 대구지역 택시 운행률은 4.8%로 집계됐다. 파업에 동참한 택시는 개인·법인을 합쳐 1만5천400여 대(휴업 제외)이며 택시운행정보시스템·카드결제로 파악한 운행 택시는 700여 대로 나타났다. 당초 50% 가까이 운행을 예상했던 시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경북에서도 대거 파업에 동참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8개 시·군 3천379대가 운행을 중단했다. 개인·법인·협동조합 택시 1만180대 가운데 33%다.

◆대구

이날 오전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택시승강장. 이곳은 마치 소개령이 내려진 듯 평소 장사진을 치고 있던 택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10분 넘게 택시를 기다리던 이동준씨(33)는 “설마 택시가 한 대도 없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지하철을 이용할 걸 그랬다”고 했다. 한참 동안 택시를 기다리다 시내버스가 도착하자 서둘러 발길을 돌리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 김지혁씨(21)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택시를 이용하려 했는데 없어서 당황스럽다. 기말고사 마지막 날인데 늦을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평소 수십여 대의 택시가 늘어선 채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대구국제공항 앞도 한산했다. 공항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허둥지둥 서두르는 시민도 있었다. 공항 이용객 임모씨(여·23)는 “택시를 타고 공항에 오려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바람에 버스를 탔다.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달성군 현풍읍 신기리와 유가읍 양1리, 용2·3리, 쌍계2리, 초곡리 등 2개 읍 6개 리(327가구·605명)를 대상으로 하는 ‘농촌형 맞춤형 교통서비스(행복택시)’도 운행이 중단돼 일부 주민이 불편을 겪었다. 한 주민은 “우리 마을은 버스가 안 다니는데 택시까지 운행이 중단해 답답했다. 특히 오늘은 현풍 장날이라 구입할 물건도 많은데 교통수단이 없어 포기했다”고 했다.

반면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에는 시민이 몰렸다. 도시철도 1호선 신천역에는 이른 시간부터 지하철을 타기 위한 직장인과 학생들로 붐볐다. 김선국씨(31)는 “마침 차가 고장나 택시를 타려 했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서 결국 지하철을 타러 왔다”면서 “평소보다 출근길이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30분부터 오전 9시까지 지하철을 이용한 시민은 지난주 목요일보다 3천명가량 늘었다.

도로에서 택시가 사라지자 오히려 출근길이 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동일씨(29)는 “평소 아침 출근길마다 택시가 많아 달구벌대로 등 주요 도로가 막혔는데 오늘은 택시가 없어 오히려 소통이 원활한 것 같다”고 했다.

◆경북

사정은 경북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주(1천226대)·안동(729대)·김천(530대)·울진지역(92대) 택시는 이날 오전 4시~오후 4시 전면 운행 중단했다. 경산(572대)도 오전 9시~오후 5시 전면 운행 중단했다. 포항에선 전체 운행 택시의 52%인 1천500대가, 문경·예천에선 35%가 운행 중단했다.

이날 오후 2시40분쯤 KTX 포항역 택시승차대에는 불과 5대의 택시만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이 시각이면 줄잡아 80여 대가 KTX 열차 도착에 맞춰 길게 줄지어선다. 하지만 이날 열차 도착 20분 전인데도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 법인택시 기사는 “오늘은 파업으로 시민이 택시 구경조차 하기 힘들 것”이라며 “‘택시콜’ 알림 문자가 와도 원활히 갈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이날 KTX 포항역에 내린 시민은 택시가 보이지 않자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버스 승강장으로 총총히 발걸음을 돌렸다.

평소 붐비던 포항시외버스티미널 앞에서도 택시를 찾아볼 수 없었다. 택시를 기다리던 한 노부부는 “택시 파업을 하는 줄 몰랐다”며 당황해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날 ‘택시콜이 안 된다’는 민원이 10여 건 접수됐다”며 “대부분의 개인택시가 멈춰서는 바람에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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