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여성 뇌전증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8-12-18 07:56  |  수정 2018-12-18 07:57  |  발행일 2018-12-18 제20면
“임신 중 발작, 적절한 약물치료로 반드시 조절해야”
20181218
임신 중 일어나는 발작은 약물보다 임신에 미치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적절한 약물치료로 반드시 조절해야 한다.

일부 여성 뇌전증 환자에서 발작이 생리주기의 특정 기간 평소보다 2배 이상 일어나는 경우에 ‘월경뇌전증’으로 정의한다. 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발작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프로게스테론은 발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에스트로겐은 발작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 월경뇌전증은 프로게스테론이 급격히 떨어지는 월경 전후,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올라가는 배란 전후, 부적절한 황체기가 있는 경우 프로게스테론의 농도가 낮아지는 생리주기 후반부에 발작이 잘 일어난다.

또 성호르몬과 일부 항뇌전증약은 같은 간효소에 의해 경쟁적으로 대사가 되기 때문에 생리주기에 따라 약물농도가 변할 수 있다. 즉 에스트로겐 농도가 올라가면 항뇌전증약의 대사가 촉진돼 약물의 혈중 농도가 떨어져 발작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월경뇌전증이 의심되는 환자는 발작이 증가할 때 약물농도를 측정해 적정치료농도를 유지하도록 용량을 조절해 주거나 일시적으로 다른 약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일부환자 생리주기에 발작 2배 이상 늘어나기도
항뇌전증약 투약 가임기 여성 ‘엽산’ 보충 권고
태아기형 위험 높다고 알려진 약물은 대체해야
출산시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 안전 근거 부족



20181218
파티마병원 배성윤 신경과 과장

여성 뇌전증 환자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임신이다. 항뇌전증약 복용으로 인한 태아기형과 임신 중 발작으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 체내대사의 증가에 따른 약물대사 변화, 그리고 심리상태의 변화가 생기고 이러한 변화는 임상적으로 뇌전증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임신 중 일어나는 발작, 특히 전신강직간대발작은 약물보다 임신에 미치는 위험(외상이나 저산소증 등)이 크기 때문에 적절한 약물치료로 반드시 조절해야 한다. 임신과 관련해 특별히 안전한 약물은 없지만 ‘가능한 한 적은 용량의 단독요법으로 치료’를 권장한다. 고용량이 불가피하다면 가능한 여러 번에 나눠 투약하는 것이 좋다.

복합요법으로 치료한 여성 뇌전증 환자에서 태아기형의 위험은 약 3~9%로 일반인보다 2~4배 높다. 임신 첫 석달 동안 약물을 단독요법으로 사용했을 때도 일부 항뇌전증약물은 선천기형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최근에 개발된 항뇌전증약의 위험은 아직까지 자료가 제한적이지만, 과거부터 태아기형의 위험이 높다고 알려진 약물들을 복용 중이라면 의사와 상의해 약물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신경과학회에서는 항뇌전증약을 투약 중인 가임기 여성에게 비타민의 일종인 엽산을 하루 0.4~4㎎ 보충하도록 권고한다. 일반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엽산을 복용하는 것이 신경관결손(주요 태아기형)의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다.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발작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지만, 이 성분이 포함된 경구피임약이 뇌전증 발작을 악화시킨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라모트리진이라는 항뇌전증약은 경구피임약과 함께 복용 시 혈중 농도가 25~75%까지 낮아져 발작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반대로 일부의 항뇌전증약물들은 경구피임약의 효과를 감소시켜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할 수 있으므로 역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경구피임약으로 피임을 하는 경우 50㎍ 이상의 에스트로겐 호르몬을 추가로 복용하거나 루프 등 다른 피임법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여성 뇌전증 환자가 유산할 확률은 일반 산모에 비해 높지 않다. 하지만 자간전증, 출산후 출혈, 조산, 자궁내 발달장애 등의 출산과 관련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은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또 여성 뇌전증 환자가 출산시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분만이 더 안전하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항뇌전증약을 복용 중인 뇌전증 산모에게도 모유수유는 적극 권장돼야 한다. 한 연구에서 항뇌전증약을 복용하는 여성의 아이들 중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는 분유로 자란 아이보다 지능지수(IQ)와 언어기능이 더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발작조절이 잘 되고 있는 경우 모유수유를 위해서 항뇌전증약을 함부로 변경하면 안 된다. 대신 모유수유 중인 유아에서 혹시 있을 수 있는 항뇌전증약의 부작용(유아가 잠이 너무 많지 않은지, 젖을 빨지 못하는지, 섭취량이 적고 성장이 늦지 않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파티마병원 배성윤 신경과 과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