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눈길이 가는 표지…‘딱지본’을 아시나요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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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5   |  발행일 2018-12-15 제16면   |  수정 2018-12-15
딱지본: 오래된 근대, 딱지본의 책그림
국문학자가 만든 19세기 목각본부터
70∼80년대 판본까지 다양하게 조명
총 553종 771책의 표지와 판권 수록
앞으로의 연구방향에 대한 고민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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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에 유행한 책이지만 학계에서는 크게 조명하지 않았던 ‘딱지본’에 대한 책이다. 딱지본은 20세기 초에 신식 활판(活版) 인쇄기가 우리나라에 도입됨에 따라 생겼다. 당시 국문 소설류들이 활판인쇄기를 통해 발간됐다. 이전에 국문 소설들은 대체로 필사본으로 전해졌는데, 19세기 후반 서울, 전주 등지에서 목각으로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이 목각으로 출간된 것을 경판(京板) ·완판(完板)·안성판(安城板) 등으로 불렀는데, 딱지본이라는 명칭은 이 목판본의 한 별명이라고 보면 된다. 목판본 책들의 표지가 울긋불긋해 아이들 놀이에 쓰이는 딱지와 비슷해 이름 붙여진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동안 딱지본의 주인은 주로 국문학 연구자들이었다. 고소설 연구자들이 딱지본 연구의 서막을 올렸고, 근대소설 연구자들이 그 뒤를 이어서 딱지본을 사유화했다. 그 결과 딱지본은 ‘구활자본 고소설’과 동의어가 되기도 했고, 다른 한편 ‘신소설’과 동의어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국문학 연구자들이 딱지본을 독점하기 시작하면서 딱지본이 지닌 본래의 의미와 가치는 배제되고, 책의 내용만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변질됐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미술사와 디자인 분야에서 딱지본을 다루게 되면서 딱지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수정되고 있다. 딱지본 자체, 무엇보다 딱지본 표지에 주목하면서, 이를 그린 특정 화가에 대한 연구, 딱지본 책의 표지나 삽화 등 장정과 관련된 시각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새로운 접근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연구의 하나이다. 우선, 딱지본을 복원한다. 딱지본은 70~8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장터에 가면 한 구석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십여 년 전만 해도 변두리 헌책방만 가도 한두 권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풍속이 이미 사라졌고, 딱지본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책은 우선 딱지본의 정확한 어원에 대해 설명한다.‘딱지본’이란 ‘딱지’와 ‘본’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이다. 딱지본은 옛날에 주로 남자 아이들이 갖고 놀던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고 화려한 색깔과 모양으로 표지를 꾸민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딱지본은 ‘울긋불긋한 그림을 그린, 표지의 꾸밈이 황홀한, 여느 책에 비해 활자 포인트도 크고, 정가도 비교적 싼’ 책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딱지본이라는 말의 사용 시기는 현재로선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다. 문헌을 통해서는 딱지본이라는 용어는 1970~80년대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저자는 이러한 정황을 참고해 처음에는 ‘이야기책’이라 부르다가 50년대부터 ‘딱지본’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70~80년대 들어와서 일반명사로 자리매김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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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식, 유춘동 지음/ 소명출판/ 676쪽/ 5만5천원

이 책은 딱지본 750여 책을 대상으로 딱지본의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그래서 표지 이미지를 크게 했으며, 원본의 이미지를 최대한 반영했다. 책에는 딱지본 553종, 771책의 표지와 판권을 수록했다. 딱지본의 배열은 소설과 비소설로 나눠 각각 시간순으로 배열했다.

책에는 딱지본과 함께 딱지본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고, 앞으로 딱지본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연구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글도 실려 있다. ‘오래된 근대 딱지본의 매혹’에서는 딱지본의 개념, 딱지본의 흥망성쇠, 딱지본 연구의 새로운 관심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 있고, ‘딱지본 소설책의 표지 디자인’에서는 191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딱지본 소설 표지의 변화에 대해 추적했다. 그리고 ‘고소설 연구에서 딱지본과 딱지본의 표지’에서는 딱지본 연구의 동향, 딱지본 표지의 의의, 딱지본 연구의 방향 등을 살펴본다. 또, ‘딱지본 소설 목록의 양상과 문학사적 가치’에서는 새로 발굴한 400여 종의 딱지본 소설 중에서 ‘사랑의 싸움’ ‘인간고락’ ‘봄을 맞는 처녀’ 등을 상세히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옥중화에 나타난 이도영의 목판화 도상 연구’에서는 도화서 출신의 화가였던 안중식의 수제자 관재 이도영이 그렸던 딱지본 표지의 면모와 그중에서 고소설 ‘옥중화’의 도상을 자세히 다룬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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