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시대 가난한 청춘의 사랑

  • 김봉규
  • |
  • 입력 2018-12-15   |  발행일 2018-12-15 제16면   |  수정 2018-12-15
사랑이 운다
아날로그 시대 가난한 청춘의 사랑
김규인 지음/ 좋은땅/ 306쪽/ 1만3천원

‘남자의 지갑 속에는 38년 동안이나 한 여인의 사진이 부적처럼 숨겨져 있었다.’ 첫 쪽에 나오는 이 구절은 소설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시대의 사랑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중년에게는 적잖은 즐거움이다. 자신의 첫사랑을 추억하게 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지난 시절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이 소설은 전형적인 출세지상주의자인 전직 국회의원의 피살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추리기법을 사용해 범인 추적에 나서고, 그 과정에서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야 했던 한 청년의 가슴 아픈 과거가 그려진다.

소설은 기성세대들에게 청춘을 돌아보게도 만든다. 소설의 주인공은 그 시절 대부분의 청춘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노동의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주인공은 결코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뜨거운 열기를 받아 잔뜩 달아오른 철도 레일과 침목 사이로는 온통 자갈만 가득했지만, 그곳에도 풀이 자라나는 것을 보고 ‘제 아무리 주어진 여건이 나쁘더라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생명을 싹 틔울 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로지 한 여자만을 위해 살아온 남자의 이야기는 결국 슬픈 해후로 막을 내리게 된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이 보면 남자 주인공의 사랑이 ‘어리석은 사랑’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닫을 때쯤이면 ‘사랑은 받을 때보다 줄 때가 더 행복한 것’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영남일보 김제덕 기자가 필명으로 낸 작품이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