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폐수 99.7% 정수…생활하수 종말처리장 안보내고 처리 가능

  • 손선우
  • |
  • 입력 2018-12-15 07:47  |  수정 2018-12-15 07:48  |  발행일 2018-12-15 제12면
■ 담·폐수 정수처리장비 개발
두원티이지<주> 배유근 대표
20181215
두원티이지의 비전은 MVR를 통해 도심 속 하천에 맑은 물이 흐르게 되면 생태계가 복원되고 도심이 친환경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배유근 대표는 “서울 청계천처럼 도심에 맑은 물이 흐른다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동아프리카 케냐는 지난해 2월까지 계속된 가뭄으로 270만명이 식량안보의 위협에 직면하고, 에티오피아는 물 부족으로 수백만명이 긴급 식량 지원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매년 식수난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비영리단체들은 가장 기본적인 식수 및 식량을 지원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물의 위기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위기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한 전 지구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 위기가 이처럼 심각한 가운데 담수 및 폐수 정수 처리장비를 개발한 업체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두원티이지<주>다.

기계적 증기 재압축장치 MVR
에너지 절감 효과 뛰어나 각광
정수전 득실거리던 세균 불검출
하수처리장 비용·민원도 축소

올해 동남아·유럽 등 수출주력
인도네시아 대기업과도 협상중
크로아티아 등에 지사 설립추진
해외서 8년 내 1조원 수출 목표


◆저렴한 비용으로 공장 폐수 99.7% 정수

최근 두원티이지는 초소형 MVR(기계적 증기 재압축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MVR는 담수나 폐수에서 증발되는 기체를 다시 압축해 에너지원(증기)으로 재사용하는 설비다. 전기에너지로 물을 증류하면 터보시스템에서 저열원의 에너지를 고열원의 에너지로 만든 뒤 열교환기를 통해 물을 끊인다. 에너지 절감 효과가 뛰어나 차세대 에너지 절감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농축공정에서는 막대한 전기로 물을 데워 만들어낸 증기를 투입하는 데다 일단 사용한 증기는 다시 공기 중으로 배출되고 농축을 위해 끊임없이 물을 데워야 했다. 하지만 MVR는 이런 낭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두원티이지의 초소형 MVR는 에너지 절감에 이어 ‘물 재이용’에도 초점을 맞췄다. 빗물이나 생활하수 등으로 버려지는 물을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하천 유지수 등으로 다시 쓸 수 있게 정수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도심지역의 아파트·주택 등의 생활하수를 종말처리장으로 보내지 않고 설비를 통해 바로 정수해 시내 하천으로 흐르게 하면 친환경적 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고 두원티이지 측은 설명했다.

배유근 두원티이지 대표는 “화학약품이나 미생물을 이용해 정수처리하는데서 발생하는 2차 환경 오염원을 방지하고 각종 생활하수로 인한 수자원 오염도 최소한으로 감축할 수 있다. 하수종말처리장 운영비용과 민원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일 하수 생산량을 다변화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루 10~200t의 물을 정수할 수 있다. 산업 폐수를 처리하는 데도 효율이 매우 높다. 배출 폐수 감축량은 최대 1/10이다. 정수율도 뛰어나다. 두원티이지가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MVR로 도금공장 악성 폐수를 정수 테스트한 결과 정수처리율은 99.7%로 나타났다. 정수 전 득실거리던 바실루스 세균과 박테리아, 수은, 불소, 카드뮴, 염분, 색소 등도 불검출됐다.

두원티이지의 MVR가 설치된 곳은 부산해양수산청 신항만관제센터, 부산시 엄궁 하수종말처리장, 포스코, <주>대우조선해양, <주>현대시멘트 등이다.

20181215

◆새 먹거리로 물산업에 뛰어든 기계자동화기업

두원티이지의 초소형 MVR 개발은 산업의 주기를 살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두원티이지는 배 대표가 금오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던 1990년 설립됐다. 공학도의 길을 걷던 배 대표가 지인의 사업을 도와주던 게 출발이다. 자동문 제조업체 대리점으로 출발했다. 1994년부터는 금성(옛 LG상사) 대리점으로 독일에서 산업용 고속 자동문을 수입해서 국내에 판매했다. 사업은 안정적이었다. 주로 삼성, 현대, 코오롱, LG 등 대기업에 20년간 산업용 고속 자동문을 납품해왔다. 납품 기일을 꾸준히 지키고, 제품 유지 관리를 철저하게 한 덕분이었다. 그러면서 배 대표는 사업 수완과 판로 개척 방법을 익혔다.

IMF 외환위기 시절에도 오히려 사업이 확장됐다. 외국인 투자기업이 국내에 몰려들면서 산업용 고속 자동문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4천만~5천만원이던 연매출이 1997년 4억~5억원으로 오르고, 2005년에는 2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1997년부터 국산화를 시작해 2005년 무렵엔 첫 국산화 산업용 고속 자동문을 출시했다. 연매출은 20억원 정도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34억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수요자가 가격이 낮은 자동문을 원하는 탓에 저가를 내세운 자동문 제작업체들이 생겨났고 자동문 시장은 레드오션이 됐다.

기존 시장에서 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배 대표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 대학원을 찾았다. 금오공대에서 연료전지 분야를 전공하면서 기존 사업을 해오면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던 그는 물산업이 미래의 비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물산업 기술을 가진 회사를 찾았다. 업력이 10년 정도 되는 회사지만 조선업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중국 기업에 매각될 뻔한 기업을 인수했다. 지난해 초부터는 물산업 관련 기술자를 영입하고 회사를 성서산단에서 국가산단으로 옮겼다. 규모도 크게 늘렸다. 1천652㎡(500평) 규모에서 1만1천239㎡(3천400평)으로 확장했다. 이곳에서는 산업용 고속 자동문보다는 MVR의 비중이 높다.

두원티이지는 올해 동남아와 유럽 등 수출 추진을 위해 주력했으며 내년에도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 몰두할 계획이다. 당장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은 식수와 폐수 문제가 심각한 탓에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현재 해외 파트너로 인도네시아 대기업과 협상 중이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통해 크로아티아, 인도, 스리랑카에 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진출 목표는 5년 내 6천억원, 8년 내 1조원 수출로 정했다.

배 대표는 “최근 대구시의 물산업 성과보고회에서 참가했는데 충분히 MVR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도심환경을 살리는 물산업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두원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