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4기 달빛내륙철도, 수도권 블랙홀 대항…남부 新경제권 ‘대동맥’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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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5 07:40  |  수정 2018-12-15 07:49  |  발행일 2018-12-15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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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대구~광주 달빛내륙철도 건설사업이 마침내 가시권에 들어왔다. 내년 예산에 사전타당성조사 용역비 5억원이 담긴 게 직접적 계기다. 앞으론 정부가 직접 용역을 주관하며 이 사업에 관여하게 된다. 총 사업비 4조8천987억원(광주는 6조3천87억원)에 견줘보면, 이번에 확보한 용역예산 5억원은 5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대구시와 광주시 관계자는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영호남을 잇는 철도건설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시키고, 나아가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남부 경제권역 구축이라는 대의(大義)도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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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지 않았던 과정들

대구시와 광주시는 2011년부터 8년간 달빛내륙철도 건설에 매달려 왔다. 먼저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1~2020)에 포함시켜놓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래야 예산규모상 만만치 않은 이 사업이 순항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2011년 4월 확정된 제2차 국가계획엔 추가 검토대상으로 분류되는 데 그쳤다.

양 도시는 2016년 2월 다시 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6~2025) 반영을 건의했다. 역시나 그해 6월 신규 사업목록에 담기지 못하고, 추가 검토사업에 머물렀다. 그나마 추가검토사업 1순위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이듬해 2월엔 영·호남 8개 시·도지사 협력회의에서 이 사업추진을 공식 건의했다. 사업추진에 보다 중량감을 싣기 위해서다. 19대 각 정당 대선주자들의 대선공약에도 담겼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 공약의 한 자리(영·호남 상생협력사업부문)는 꿰찼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 7월엔 광주시청에서 달빛내륙철도 건설 추진협의회 출범식을 열었다. 양 도시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해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 등 46명이 추진위에 들어갔다. 가끔 조기건설 목소리도 높였고, 여당 의원들의 지원도 등에 업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문 정부 첫해 정부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종의 정치적 딜(Deal)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호남권을 정치기반으로 갖고 있던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사업타당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호남선 KTX 2단계(광주~목포) 사업의 무안공항 경유안’에 대한 예산 우선 배정과 관련해 정책공조를 택했다. 그 영향으로 달빛내륙철도 용역비는 단 한푼도 건지지 못했다. 대구시는 망연자실했고, 호남선 KTX 무안공항 경유도 숙원사업인 탓에 광주시는 애써 대구를 위해 표정관리를 해야했다. 달빛동맹 이후 양 도시가 큰 마음먹고 시작한 대형프로젝트 1호는 원점으로 회귀했다.

희망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 양 도시가 예산을 각각 절반씩 분담해 자체 연구용역(3억원)을 하겠다고 의기투합했다. 정부에 대한 대응논리를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맡은 이 용역은 지난해 7월 착수했고, 최종보고서는 내년 5월에 나온다.

물론 사업추진에 고비는 남아있다. 먼저 까다로운 정부 예비타당성조사의 파고(波高)를 넘어야 한다. 현재 양 도시가 자체 연구용역을 하는 것도 정부입장과 달리,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논리를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자체 연구용역 결과를 국토부 조사에 충분히 반영시키는 일이 중요해졌다. 그래야 내년 하반기 예타조사대상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2020년 상반기 예타 대상사업선정이 목표다. 아울러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달빛내륙철도를 우선순위(추가검토사업 1순위→정식 신규사업)로 앞당기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침체일로 남부 ‘희망의 빛’

541만명 영향권…43만명 취업유발
생산·부가가치유발효과 14兆 넘어
47.6% 대구 경제권 낙수효과 기대
남북경협 수도권 집중 완충 역할도

“5억 용역비, 5조원 가치”

2011년 프로젝트 추진 후 잇단 고배
끈질긴 대응 끝 정부 관여 이끌어내
2020년 상반기 예타선정 최대 고비
국가철도망 정식사업 편성도 과제


◆달빛철도 경제적 효과는


달빛내륙철도는 시·종점인 대구시와 광주시 외에도 담양군·순창군·남원시·장수군·함양군·거창군·함안군·고령군을 경유하도록 설계된다. 올 7월 한국교통연구원의 용역착수보고회자료에 따르면 철도 노선이 경유하는 직접적 영향권에 드는 인구는 431만명이다. 주변 인접지인 경산, 청도, 창녕, 구례, 곡성, 나주 등까지 합치면 간접 영향권에 포함되는 인구는 541만명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달빛내륙철도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침체된 인접 경유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도 건설과정에서 43만1천200명의 취업유발 혹은 28만9천100명의 고용유발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10조8천927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조4천104억원 가량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중 47.6%는 대구 경제권에 낙수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과정에서 7~9%가량 GRDP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영호남 간 물리적·심리적 거리감 단축에 따른 비용도 최소화된다.

대구∼광주 간 자동차운행 시간은 현재 150분(2시간30분)이다. 달빛고속철도가 놓이면 운행시간은 60분으로 단축된다. 연간 750억원의 기회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갈등해소에 따른 기대 예상수익은 연간 2천640억원으로 파악됐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우선 대구의 자동차 부품산업과 광주의 완성차(기아자동차) 업체간 협력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차부품관련 육로 수송물량을 향후 철도로 대체할 수 있다. 대구의 첨단의료산업과 광주의 광(광통신기술)산업 등 신산업도 포진돼 있다. 도시 간 협업의 여지가 많다. 광주전남연구원 연구자료를 보면, 달빛내륙철도가 개통되면 호남권의 농수축산물과 대구권역의 음료품, 화학제품, 금속가공제품 등 양 지역의 주취급품목의 교류가 증가할 수 있다. 자연히 양 권역에 있는 물류창고(호남권 7.1%·대구경북권 7.3%) 활용 효율성이 높아진다.

가야 및 백제·신라 문화권과 지역특화산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관광명소도 큰 장점이다. 그만큼 관광분야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중장기적으론 남북화해시대를 감안, 남북경제협력사업 효과가 수도권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데 달빛내륙철도가 어느 정도 완충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남북철도와 달빛내륙철도가 연계되면 영호남도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수혜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철도 연결을 통해 경제영토 범위를 더 확장하면 광주와 대구는 물론 목포·여수·포항·울산·부산 등 영·호남 주요 도시가 ‘1시간 이내 생활권’으로 연결된다. 인구 1천300만명을 아우르는 남부 신(新) 경제권역구축도 현실화될 수 있는 셈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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