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한파주의보에 찾은 여수 거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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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4   |  발행일 2018-12-14 제38면   |  수정 2018-12-14
매서운 칼바람에도 은빛 갑옷 찬란한 감성돔 ‘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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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전방  30m 지점을 노리고 캐스팅하고 있다.

정면에서 불어대는 칼바람을 맞으며 1시간여. 자꾸만 앞으로 말려 들어오는 조류를 따라 춤을 추던 찌가 스멀스멀 잠긴다. 입질이다. 박경호 프로가 뒷줄을 잡고 살짝 당겨본다. 이때 쑥 빨려들어가는 찌.

“왔어~!”

하늘을 향해 높이 쳐든 낚싯대가 U자로 꺾인다. 발밑 여 속으로 처박으려는 놈의 대가리를 돌려세우기 위해 박경호 프로는 낚싯대를 이리저리 조정하며 녀석을 살살 달랜다. 이윽고 물 밖으로 녀석의 얼굴이 비친다. 그렇게 기다리던 감성돔이다. 그것도 은빛 갑옷이 찬란한 씨알 좋은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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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낚아 올린 씨알 좋은 감성돔을 뜰채째 들어 보이는 박경호 프로.

12월∼1월 초중순까지 갯바위 부근 활발한 먹이활동
수심 6∼8m 바닥권, 심포 안통 자갈밭 포인트 채비
정면으로 불어오는 맞바람…발밑 파고드는 찌·밑밥
바람 멎는 순간 잠기는 찌, 고꾸라지는 초릿대 릴링
1시간만에 받아낸 씨알 35㎝녀석, 4짜급 정도 힘 세
썰물로 잦은 밑걸림…조류 방향 틀자 또 한번 입질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

“하필이면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오늘 출조를 했네요.” 박 프로(쯔리켄 필드테스터·쯔리켄FG 회장)의 말대로 우리가 배를 탄 날은 공교롭게도 올해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지난 7일, 우리는 전남 여수의 국동항에서 거문도 가는 배에 올랐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해가 완전히 떠오른 오전 10시라는 점. 이 시기 거문도 감성돔 출조 시각은 보통 오전 1시나 2시인 경우가 많다. 여수권 겨울 감성돔은 먼바다로 빠져나가기 전, 즉 12월부터 이듬해 1월 초·중순까지는 인근의 안도, 개도, 거문도 등의 갯바위 부근에서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한다. 이때 씨알 좋은 감성돔을 노리기 위해 꾼들은 여수권 명 포인트를 찾으면서 자리다툼이 치열해진다. 이러다 보니 낚싯배들은 손님을 좀 더 좋은 포인트에 내려주기 위해 출조시각을 자꾸 당겨온 것이다.

그러나 이날만은 특별했다. 한국다이와가 주최하는 감성돔낚시대회가 열린 날이었다. 160명의 선수가 20명씩 8척의 배에 나눠 타고 국동항을 출항한 시각이 오전 10시. 박 프로는 이날 대회에 선수로 참가 했고, 4선단 선수들과 함께 거문도로 향한 것이다.

◆썰물이 진행되고 있는 안통 자갈밭

오전 10시쯤 국동항을 출항한 배는 40여분을 달려 거문도 서도 동남쪽 해상에 닿았다. 한 포인트에 2명씩 짝을 지어 하선하고 이윽고 박 프로가 내릴 차례가 왔다.

“여기가 무슨 포인트예요?”

“심포 안통 자갈밭 포인트입니다. 수심은 6~8m 정도 돼요.”

선장에게 간단한 포인트 정보를 들은 후 우리는 심포 안통 자갈밭 포인트에 내렸다. 그런데 선장이 말한 수심 6~8m라는 건 듣기에 따라 애매할 수 있다. 6m란 거야, 아니면 8m란 말이야? 발 밑 수심이 6m, 채비를 멀리 던지면 8m까지 내려간다는 말인가? 감성돔낚시 경험이 적은 꾼들은 헷갈리기 딱 좋은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수권 감성돔 포인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장의 말은 정확하다. 수심 6~8m라는 말은 간조, 즉 물이 빠졌을 때 6m, 만조 때는 8m까지 수심이 깊어진다는 뜻이다.

감성돔낚시에서 바닥까지의 수심은 굉장히 중요하다. 감성돔의 먹이활동 수심이 바닥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서 있는 포인트의 바닥 수심을 정확히 알아야 감성돔 입질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올라간다. 오전 11시, 썰물이 시작된 지 두 시간이 지났다. 지금은 한창 물이 빠지고 있을 시각이다. 박 프로는 중썰물로 향하고 있을 때 갯바위에 올라선 셈이다. 서둘러 채비를 꾸린다. 3000번 릴을 1·2호 낚싯대에 연결한다. 원줄은 2.5호. 여기에 도래를 달고 3m 정도 길이의 2호 목줄을 연결한다. 바늘은 감성돔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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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호 프로가 쓴 찌. 쯔리켄 직공 1.5호를 쓰다가 1호로 바꿨다.

◆수심 6m 바닥에서 마수걸이

일단 포인트의 정확한 수심을 알아봐야 한다. 박 프로는 바늘에 수심측정 봉돌을 달아 30m 전방으로 채비를 던진다. 생각했던 것보다 수심이 얕다. 6m 남짓. 바닥에 수중여가 널려있는 모양이다. 밑걸림이 생긴다. 채비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목줄이 뜯겨나가기를 몇 차례. 박 프로는 수심눈표용으로 원줄에 묶어둔 면사매듭을 초릿대 쪽으로 50㎝ 정도 밀어 올린다. 바늘에 크릴을 꿰고 캐스팅.

그나저나 바람이 너무 강하다. 게다가 정면으로 불어오는, 이른바 맞바람이다. 얼굴 마스크를 쓰고 후드를 깊숙이 눌러 머리를 덮어본다. 그래도 목깃 사이로 파고 들어오는 칼바람. 아무리 힘껏 던져도 밑밥이 찌가 서 있는 자리까지 날아가지를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조류는 계속 발 앞으로 밀려 들어온다. 찌도 따라서 발밑으로 자꾸만 파고든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그러다가 잠시 바람이 멎는 순간. 30m 오른쪽 전방에 날린 찌가 살짝 잠긴다. 예신이다. 깜빡 잠기던 찌가 스멀스멀 수면 아래로 사라진다. 박 프로는 낚싯대를 잡은 반대 손으로 원줄을 살짝 잡아 당겨본다. 이때 물속으로 휙 사라지는 찌.

“왔어요~!”

박 프로의 낚싯대가 하늘로 향하는 순간 이내 초릿대부터 수면을 향해 고꾸라진다. 높이 세워둔 낚싯대를 한 손으로 단단히 움켜쥔 박 프로. 외해 쪽으로 차고 나가려는 놈의 힘을 일단 버텨낸다. 그리고 릴링. 이윽고 박 프로의 뜰채가 갯바위 아래 수면을 향해 내려간다. 물 위까지 올라와서도 두어번 몸을 뒤집으며 힘을 쓰던 녀석은 결국 얌전히 뜰채 안으로 들어간다.

1시간 만에 받아낸 겨울 감성돔 입질이다. 씨알은 35㎝ 정도. 아주 크진 않지만 걸렸을 때 차고 나가는 게 4짜급에 버금갈 정도로 힘이 세다. 박 프로는 녀석의 주둥이에 박힌 바늘을 빼고 라이브웰(살림통)에 물을 채운 후 갈무리를 한다.

◆간조 무렵 찾아온 두 번째 입질

스타트는 나쁘지 않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마수걸이가 35㎝ 씨알이니 이제는 좀 더 큰 놈을 기대해본다. 다시 캐스팅. 여전히 매서운 바람이 정면에서 얼굴을 때리고 있다. 큰 두 사내가 갯바위에 올라서서 콧물을 줄줄 흘리며 울고 있다. 정말로 가관이다.

그래도 입질을 받았기에 희망은 있다. 낚시를 이어가야 한다. 낮 12시20분. 박 프로는 원래 서 있던 자리에서 발판이 좀 더 낮은 왼쪽으로 두어 걸음 옮긴다. 그리고 캐스팅. 바로 살짝 찌가 잠기는 입질에 챔질. 뭔가 덜컥 걸리는 듯 하더니 이내 낚싯대가 펴지고 목줄이 날린다. 바늘 위 목줄이 깨끗하게 잘린 채 올라왔다.

“잡어가 많아 보였는데, 아마 복어 소행인가 봅니다.”

감성돔낚시에서 복어는 꽤 골치 아픈 잡어 중 하나다. 톱니 같은 이빨로 목줄을 잘라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잠시 쉬었다 합시다.”

우리는 그나마 좀 더 편평한 갯바위를 골라 거기에 앉았다. 준비해 온 점심은 김밥.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오후 3시반까지 버티려면 이거라도 먹어둬야 한다. 꾸역꾸역 쑤셔 넣은 김밥이 뱃속까지 채 내려가지도 않았을 때 박 프로가 먼저 일어선다.

썰물이 계속 진행되면서 밑걸림은 점점 심해진다. 박 프로는 채비 수심을 계속 조정해가면서 낚시를 이어간다. 그런데 이때까지 발 앞으로 밀려들어오던 조류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흐르기 시작한다. 밑밥이 조류를 따라 오른쪽으로 흐르며 띠를 만들고 있다.

“왔어요, 왔어~!”

다급한 박 프로의 목소리에 놀라 그쪽을 보니 다시 한 번 낚싯대가 멋진 U자를 그리고 있다. 천천히 릴링을 하는 박 프로. 마지막 발 앞까지 끌려와서 수중여로 처박으려는 놈을 뜰채 안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한다. 이번에는 씨알이 좀 잘긴 하지만 그래도 근사한 빛깔의 감성돔이다.

이때가 오후 1시반. 물때는 거의 간조를 향해 치닫고 있다. 우리가 서 있는 갯바위의 밑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물이 빠져 있다. 박 프로는 이후 1시간반 동안 낚시를 이어갔다. 그러나 잦은 밑걸림으로 채비를 터뜨리는 일도 잦아졌다. 급기야 원줄까지 끊어야 할 정도로 심한 밑걸림까지. 이쯤 되면 더 이상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

“여기는 밀물 포인트네요. 물이 들어올 때 마릿수 입질을 받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썰물 때 입질을 받으려면 조류가 밖으로 뻗어 나가줘야 하는데….” 낚싯대를 접는 박 프로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있었다.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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