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니아’‘덕후’·인기배우 열성팬 몰이…작품성에 빠져 재관람 잇기도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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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4   |  발행일 2018-12-14 제34면   |  수정 2018-12-14
■ 공연가 ‘회전문 관객’
뮤지컬 ‘마니아’‘덕후’·인기배우 열성팬 몰이…작품성에 빠져 재관람 잇기도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뮤지컬 ‘라이온 킹’에도 회전문 관객이 몰리고 있다.

◆라이온 킹의 매력에 빠져= ‘라이온 킹’이 첫 내한공연을 펼치고 있다. 오리지널 팀의 공연인데 탄생 20주년을 기념해 최초로 성사된 인터내셔널 투어의 하나다. 필리핀과 싱가포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국을 찾았다. 한국공연은 대구를 시작으로 서울, 부산에서 이어진다.

이씨는 “예전에는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등 대형뮤지컬을 보려면 서울에 가야 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공연들이 대부분 대구에 오고, 라이온 킹처럼 대구에서 먼저 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공연도 생기고 있다”며 “대구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져 공연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많다”고 좋아했다.

그는 이어 “라이온 킹은 음악과 무대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뛰어난 것은 물론 주연부터 조연까지 동물역할을 하는 연기자들의 감정선과 연기력이 깊이가 있어 감동이 컸다. 동물흉내를 섬세하게 표현한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며 “뮤지컬의 대단한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라이온킹’오리지널팀 20주년 첫 내한
대구 투어…지역관객 재관람 좋은기회
한류 영향, 아시아 팬도 여러차례 관람
스타위주 작품…신인성장 막힐 우려도
영화계선‘보헤미안…’N차 관람 열풍


◆회전문 관객은 어떤 이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회전문관객의 유형을 크게 2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뮤지컬 마니아들이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들이니 같은 뮤지컬을 여러 번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이들은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 위주로 보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은 보통 2~3번은 본다.

배 위원장은 “보통 더블캐스팅이나 트리플캐스팅을 하기 때문에 배역에 따라서만 봐도 2~3번은 본다. 특히 공연을 잘한다고 느껴지는 배우의 공연은 1~2차례 더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스타를 따라가는 열성팬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면 그 공연을 서너차례 보는 관객이다.

성우기획 대표로 있으면서 ‘미스 사이공’ 등 대형공연을 기획했던 배 위원장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뮤지컬은 서울 등 외지에서 오는 것은 물론 한류 바람을 타고 일본, 중국 등에서도 보러 온다. 장기공연을 하는데도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공연을 거의 빠지지 않고 보러오는 열성팬이 꽤 있다”며 “2007년 공연한 미스 사이공의 경우 42회 공연에 39회를 본 여성도 있었다”고 전했다.

◆뮤지컬의 힘= 뮤지컬은 매직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뮤지컬의 힘이 강하다는 것이다.

배 위원장은 “회전문 관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 결과에 따르면 작품을 3번째 관람했을때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처음은 무언지도 잘 모른 채 내용만 쫓아가는 경우가 많고 2번째부터 뭔가 좀 더 새로운 것이 보이기 시작해 3번째 봤을 때 그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회전문 관객들이 주로 해외뮤지컬에 열광했는데 최근에는 국내 창작뮤지컬에서도 회전문관객의 증가가 뚜렷하다. 특히 젊은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이 대표적이다. 소극장용 창작뮤지컬인 ‘빨래’도 회전문관객들이 선호하는 작품으로 알려졌다. 국내 창작뮤지컬이 발전하고 있는 청신호라 할 수 있다.

배 위원장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공연됐던 작품들을 분석한 결과, 회전문 관객의 상당수는 여성으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밝혔다. 주로 2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의 여성들이다.

◆부작용도 있어= 회전문관객이 공연을 반복해 봄으로써 뮤지컬계를 활성화시킨다는 긍정적 작용도 있지만 스타 위주로 작품을 관람하는 열성팬들로 인해 뮤지컬의 캐스팅이 스타 위주로 흘러가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들이 나오면 그 스타의 팬들이 대거 관람하기 때문에 수익면에서는 공연이 성공적이라 할 수 있으나 작품성 등 뮤지컬 전체의 평가에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것이 뮤지컬전문가의 비판이다.

지역의 한 뮤지컬기획자는 “뮤지컬의 성패가 작품성이 아닌 출연 스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은 뮤지컬의 수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유명한 배우 위주로 주역을 캐스팅하다 보면 역량있는 신인배우들이 성장할 길을 막을 수도 있다”며 “스타만 보고 오기보다는 작품성을 보고 오는 관객이 많아져야 뮤지컬계가 더욱 긍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라이온 킹’이 시사하는 점= 이런 측면에서 지난 11월7일 시작돼 객석점유율 90%대를 유지해가고 있는 뮤지컬 ‘라이온 킹’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라이온 킹의 대구공연 기획자인 파워엔터테인먼트 이철우 대표는 “처음 내한 공연을 펼치는데도 회전문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배우를 보러오는 것이 아니라 작품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티켓오픈 때부터 뜨거운 반응을 받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관객들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대표는 “한 달여 공연의 평균 객석점유율이 90%를 넘어 공연 종료시점이 되면 94~95%는 될 것으로 예측한다. 58회 공연에 10만명 이상의 관객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라이온킹은 동물가면을 쓰고 나오기 때문에 배우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공연 그 자체를 즐기고 싶어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N차 관람객 증가하는 영화계= 영화계에도 동일 영화를 몇 번에 걸쳐 관람하는 N차 관람객이 많아지고 있다. 영화의 경우 대부분 상영기간이 제법 긴 데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좋은 작품을 몇 차례에 걸쳐 다시 관람해도 경제적 부담이 적다. 특히 최근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N차 관람객이 두드러진다. 1970~80년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퀸을 소재로 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일반영화를 본 뒤 싱어롱 버전 혹은 MX 및 아이맥스 상영버전 등 특수관 상영버전을 찾는 관객이 많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최근 관객수 730만명을 넘기며 ‘레미제라블’(592만명)을 제치고 국내 개봉 음악영화 중 흥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가족과 영화를 본 뒤 친구들과 다시 관람했다는 김호진씨(23·대구 북구)는 “퀸의 음악을 한두곡 알고 있어서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고는 감동을 받아 친구들과 함께 다시 갔다. 퀸의 노래를 영화를 보면서 싱어롱 할 수 있는 상영관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서 봤다.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보니 더욱 감동적 이었다”고 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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