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구FC, 새 역사 쓰고 있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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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2   |  발행일 2018-12-12 제30면   |  수정 2018-12-12
프로축구 첫 시민구단 대구
지역민에 의존 가난한 구단
올해 K리그 7위·FA컵 우승
선수단·서포터스·市가 함께
‘가난=부진’ 등식을 조금씩 깨
[동대구로에서] 대구FC, 새 역사 쓰고 있다
유선태 체육부장

대구FC는 대구를 연고로 한 한국 프로축구 최초의 시민구단이다. 시민구단은 지역 주체가 쌈짓돈을 털어 만들었다. 때문에 모기업이 있는 팀과 달리 살림살이가 팍팍한, 가난한 구단이다. 이는 높은 몸값의 선수를 많이 보유할 수도, 다른 곳에서 데려 올 수도 없다는 말이다. 현재 대구가 보유하고 있는 선수 가운데 고가로 불릴 만한 선수는 외국인 몇 명 정도다. 이마저도 대구에 속해 있는 다른 선수에 비해 몸값이 높다는 것이지 다른 구단의 몸값 높은 선수들에 비해 비싸다는 건 아니다. 대부분 선수 연봉은 리그 다른 팀의 선수보다 많지 않다.

가난한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데리고 와서 재계약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리그에 적응 못한 선수는 퇴출된다. 그래서 재계약이 안된다.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다른 구단이나 다른 나라 구단에서 가난한 구단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돈을 주고 데려간다. 2015년과 2017년 대구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조나탄과 주니오가 최근의 예다. 가난한 구단은 속된 말로 잘 키워 남 주고 몸값 싼 선수를 영입해 훗날을 도모한다. 이 같은 불행은 대구에서 되풀이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난한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기란 어렵다. 대구의 역사가 이를 증명해줬다. 2002년 창단한 대구는 2003년 K리그 참가 첫해에 12개 팀 가운데 11위를 차지했다. 2004시즌 10위, 2005시즌 9위였다. 2006년에는 7위를 기록하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지만 ‘반짝’이었다. 2007시즌 12위, 2008시즌 11위에 랭크됐고 2009·2010시즌에는 최하위인 15위를 기록했다. 2011과 2012년에는 경기방식이 다르긴 했지만 12위였다. K리그는 2013년부터 1·2부로 나눠졌고 대구는 그때부터 4년 동안 K리그2(2부리그)에서 뛰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대구는 ‘가난한 구단=성적 부진’이라는 프로스포츠 세계의 부동(不動) 등식을 조금씩 깨고 있다. 2017시즌 천신만고 끝에 K리그1(1부리그)으로 올라 온 대구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중위권에 해당하는 8위를 기록했다. 대구는 올해 상위 스플릿(K리그1 12개팀 가운데 6위 안에 드는 것)에 오르진 못했지만 14승8무16패 승점 50점으로 하위 스플릿 1위, 전체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역대 최고 성적 타이지만 성격은 많이 다르다. 2006년 7위 때는 1·2부로 나눠지지 않았던 단일 리그 시절이었다. 대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창단 17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FA컵 대회 결승 1·2차전에서 최근 2년간 6번 싸워 6번 졌던 울산 현대를 상대로 2연승하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여기다 덤까지 얻었다.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선방한 조현우 덕분에 대구의 국제적 위상(?)은 K리그 명문구단들보다 더 높아졌다. “세계육상선수권을 개최한 것보다 조현우 한 명이 대구를 더 많이 세계에 알렸다”고 말하는 여론 주도층이 적지 않을 정도다.

프로스포츠 세계의 불문율을 부수고 있는 대구의 변신 중심에는 선수들의 피와 땀, 코칭스태프와 구단 경영진의 헌신, 대구시의 행정적 뒷받침, 많진 않지만 누구보다도 열성적인 스포터스가 자리하고 있다. 여러분 덕분에 대구는 구단 새 역사를 쓰며 대구 시민의 자랑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좋은 기억을 가슴에 새기고 또 다른 내년을 준비하는 대구를 생각해본다. 아시아무대에서 다른 나라 리그의 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구의 선수들을 떠올려본다. 대구는 기자에게 기분 좋은 연말을 선물했다.유선태 체육부장

유선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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