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사진작가 대구 유병완씨 “작업 지칠땐 병동 아이들 생각하며 몰입”

  • 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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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2   |  발행일 2018-12-12 제13면   |  수정 2018-12-12
40대에 병마 겪으며 사진 입문
우연히 아동병동쪽 모습 보고
전시 수익금 지원하기로 결심
하트 사진작가 대구 유병완씨 “작업 지칠땐 병동 아이들 생각하며 몰입”
유병완 사진작가가 지난해 대전 중구문화원에서 개최한 하트 전시회. <유병완씨 제공>

‘하트(♡)’ 사진작가 유병완씨(55·대구 수성구 지산동)를 최근 대구 달서구 송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유 작가는 건장했지만 걸음걸이는 불편해 보였다.

수년 전 대구 태갤러리에서 책갈피로 하트를 표현한 사진작품을 관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전시회의 주인공이 바로 유 작가다.

유 작가는 잘나가던 사업가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병마(파킨슨병)로 마흔여섯 살의 한창 활동할 시기에 고통으로 방황했다. 이런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지인의 권유로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사진에 입문하게 됐다.

유 작가가 파킨슨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병원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아동 병동 쪽으로 발길이 닿았다. 힘든 현실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어린 환자 부모의 모습을 보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하다가 자신의 재능을 이용한 사진 전시회 수익금을 활용하기로 하고 작업에 몰두했다. 그의 삶에 찾아온 역경도 사진 작업 덕분에 순간순간 잊을 수 있었다.

“왜 하트를 작품으로 찍게 됐는지”라는 물음에 유 작가는 “책을 보다가 책갈피를 접었는데 우연히 만들어진 하트 모양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서부터 책이 주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지식과 상상,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만질 때마다 나타나는 새로운 모습에 탄복했다. 오늘의 이 모습이 내일은 또 어떤 다른 형태로 나타날까? 라는 기대감에 카메라를 들 때마다 설렌다”고 했다. 유 작가는 자신을 감동하게 하는 희망, 그리고 기대감에 오늘의 삶이 즐거울 뿐 아니라 내일을 기다려지게 하는 힘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하트 작가가 됐다고 했다.

유 작가는 사진 작업으로 지칠 때도 있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새벽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기도 한다.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사진을 만들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는 것. 방 한 칸을 작업실 삼아 수천, 수만 장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결과물을 세상에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 작가는 소아병동에서 투병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사람들이 작품을 구매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희망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것.

유 작가는 하트 공원, 하트 거리를 만들어 그 공간이 치유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더불어 할 수 있는 행복하고 복된 공간이 되도록 꾸미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세간의 알려짐을 멀리하고 상처받은 이들의 빛으로 남고 싶은 유 작가의 아름다운 하트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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