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비밀생활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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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1   |  발행일 2018-12-11 제31면   |  수정 2018-12-1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는 같은 시기에 인사청문회에 섰지만 홍 후보자는 통과되고 김 후보자는 야당 반대에 부딪혔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세금탈루 등 도덕성 문제를 근거로 김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위장전입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다. 이게 문제가 돼 탈락하는 후보자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명되는 후보자도 있다. 자질검증보다는 흠집 찾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우리나라의 인사 청문회 속성상 위장전입은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거리’다. 다운계약서와 세금탈루는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영화 ‘완벽한 타인’이 올해 한국 영화 TOP5에 든 영화 중 손익분기점 대비 관객을 가장 많이 모은 영화가 되었다. 영화에 큰 관심이 없으면서도 이 영화에 대해 두 번(11월30일자 금지된 장난)이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클로징 크레딧 직전의 자막 ‘…사회생활, 개인생활, 비밀생활…’ 때문이다. 필자에게 긴 여운으로 남은 이 자막은 여러 날이 지나가도 국민의 관심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재명 도지사의 진실 공방을 떠올리게 한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의 폭로는 위장전입 등 개인생활이란 영역내의 떳떳지 못한 과거사에 한정돼 있다. 더 깊숙이 은폐돼 있는 비밀생활이 폭로된 예는 찾기 어렵다. 권력 투쟁에 들어가면 다르다. 비밀생활이 교묘하게 포장돼 폭로된다. 최근의 희생자로는 혼외자 문제로 옷을 벗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꼽을 만할 것이다. 박근혜정부 초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다 청와대의 눈밖에 나 개인사까지 들춰지는 수모를 견뎌야 했다.

이 도지사는 국민 여론에서 불리하다. 그의 정치적 능력이나 인간적인 면 등은 일반인에게 제대로 인지되기 어렵다. 대다수는 그와 형수의 통화 녹음파일을 먼저 접했기 때문이다.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김부선씨와의 관계,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등은 이 도지사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굳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혜경궁 김씨 건까지…. 오는 13일로 선거법 위반 사건 공소 시효가 끝난다. 이 며칠이 이 도지사에게는 정치적 운명이 갈릴 기한이다. 더불어 그의 비밀생활의 진위도.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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