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스마트폰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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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1 07:46  |  수정 2018-12-11 07:46  |  발행일 2018-12-11 제19면
스마트폰 자체가 블랭킷증후군 대상
팝콘 브레인 등 일상 망치기도 쉬워
나무라기보다 현실 재미 찾게 해야
[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스마트폰 중독

사이버 중독이란 ‘정보이용자가 지나치게 사이버 세계에 접속하여 일상생활에 심각한 사회적, 정신적, 신체적, 금전적 지장을 받고 있는 경우’라고 정의해 볼 수 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많은 숫자가 이미 사이버 중독이라 할 만큼 걱정이 된다.

지나치게 사이버 세계에 빠져 있는 청소년에게 물어 보면 ‘사이버 세계가 현실 세계보다 더 재미있고 역동적이고 화려하며 나를 인정해 준다’는 공통적인 이유를 말한다. 이 말은 ‘현실 세계가 재미없고 지루하며 부담스럽고 위축이 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사이버 중독의 종류로는 크게 4가지를 걱정하는데 스마트폰·SNS·게임·도박 중독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이 중 스마트폰이라는 말에 전화기로서의 기능이 먼저 생각난다면 이미 다른 세대를 사는 사람이다. 스마트폰에서 폰이라는 말이 의미 없어질 날이 곧 올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정보 검색에 대한 중독, 모바일 메신저나 SNS 중독, 앱 중독, 모바일 게임 중독, 모바일 성인용 콘텐츠 중독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이 모든 중독 행위들에서 스마트 폰이 전화기로서의 기능은 더 이상 없다.

정말 필요한 정보보다 잡다한 정보들의 수집 자체에만 집착해 강박적으로 웹 사이트나 자료를 검색하는 경우를 ‘정보 검색에 대한 중독’이라 할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 중독’이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인간관계에 몰두해 실제 인간관계를 등한시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그동안 메신저만 주고받던 여고 동창생들 몇몇이 벼르고 별러 어느 카페에서 만나서는 5분 대화 후 서로 돌아 앉아 다른 사이트에 메신저를 보내고 있었다는 현상도 그리 낯설지 않다.

또 SNS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과도하게 시간을 보낼 뿐 아니라 인터넷 동호회를 운영하거나 개인 홈페이지를 관리하는데 스마트폰의 대단한 위력에 빠지면 중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모바일 앱을 끊임없이 내려 받는 것에 푹 빠지거나 모바일 게임을 과다하게 사용하거나 성인용 콘텐츠에 깊이 탐닉하게 되면 현실을 망치는 것은 금방이다. 스마트폰, 너무 재미있는 기계이다. 그러나 무서운 기계이다.

현실에 무감각해 지고 크고 강렬한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는 현상을 ‘팝콘 브레인’이라고 하는데 스마트폰의 여러 기능들은 브레인을 팝콘 터지듯 순식간에 반응하도록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다.

이 정도 되면 일상생활은 단순하고 평범하며 지루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으로 소통은 잘 하지만 실제로 대면해서는 매우 어색해 하는 ‘디지털 격리 증후군’도 큰 문제이고 게다가 스마트폰 블루라이트 현상 때문에 불면증은 당연히 따라 오며 또한 거북목 증후군, 손목 터널 증후군도 걱정스러운 문제들이다.

뭔가 소중한 것이 옆에 없으면 매우 불안하고 정서적 안정이 안 되며 일상적 생활에 적응할 수 없이 안절부절 못하는 현상을 ‘블랭킷 증후군’이라 한다. ‘블랭킷’이란 담요를 말하며 어릴 적부터 소중하게 자기 곁을 지켜 주는 물건에 의존돼 있을 때 그 물건이 없으면 안절부절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스마트폰이 자기 곁에 없을 때 나타나는 불안감을 잘 설명해 준다.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랠 때 쉽게 스마트폰을 쥐어 주면 결국 자신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블랭킷을 만들어 주는 셈이 된다.

스마트폰에 중독돼 있는 사람들을 나무라기만 해서 될 일은 아니다. 현실 세계가 더 즐겁고 더 재미있고 더 의미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나무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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