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 일본을 가다 ③ -시가대학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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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1 07:28  |  수정 2018-12-24 10:39  |  발행일 2018-12-11 제6면
타학부 정원 줄이고 첫 데이터사이언스학부 개설 “ICT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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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호수 비와호에 인접한 시가대학은 건물밀집형 캠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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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코캠퍼스 전경과 수업 중인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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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로 오구라 시가대학 부총장

시가대학교(滋賀大學校·Shiga University)가 있는 일본 시가현은 간사이 지방에 있다. 간사이 지방은 교토·오사카 2부와 시가·효고·나라·와카야마·미에 5현을 포함한다. 시가현 면적은 4천17㎢이며 인구는 141만명(2018년 4월1일 현재)이다. 시가현에는 일본 최대의 호수 비와호가 있다. 교통환경이 편리해 물류기지, 공장, 연구개발시설 등이 많다. 최근에는 JR 서일본의 어번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교토와 오사카의 위성도시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시가현처럼 도쿄 수도권 이외 지방에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은 손에 꼽힌다.

◆현주소

비와호에 인접한 시가대는 1949년 시가사범학교, 시가청년사범학교, 히코네경제전문학교를 통합해 설립한 대학이다. 2학부·2캠퍼스 체제로 지금껏 단일 캠퍼스가 없다. 교육학부는 오쓰(大津)에, 경제학부는 히코네시에 캠퍼스가 있다. 두 캠퍼스는 약 60㎞ 떨어져 있다. 대학본부는 경제학부가 있는 히코캠퍼스에 있다. 지난해 데이터사이언스학부가 신설돼 현재는 3학부·2캠퍼스 체제다. 교육학부 230명, 경제학부 460명, 데이터사이언스학부(과) 100명, 대학원 113명(이상 입학정원 기준), 외국인 유학생 150여명 등 학생 수가 3천200여명인 중규모 대학이다. 오쓰·히코 캠퍼스 모두 규모가 크지 않다. 강의실, 교수연구실, 도서관, 체육관, 강당 등을 갖춘 건물밀집형 캠퍼스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가현 인구는 계속 늘고 있어 시가대 신입생 경쟁률은 2.5~3대 1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도쿄23구와 오사카·교토지역 우수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해 입학자원이 비교적 우수하고 취업률도 높아 간사이지역에서는 인기 있는 국립대로 통한다. 부총장 겸 이사인 아키히로 오구라 교수는 “시가대는 통상적인 지방 국립대보다 상황이 많이 좋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대 법인화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면 10% 정도 예산이 줄었다. 문부과학성에서 해마다 1%씩 예산을 줄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국립대처럼 시가대 또한 기존 예산을 합리적으로 운용해 투자예산을 확보할 것인지, 다른 대학과의 경쟁(공모)을 통해 경쟁예산을 확보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경쟁력

△교육학부 취업률 종합국립대 1위= 시가대 교육학부는 1875년 오쓰시에 설립된 소학교 교원 전습소(小學校敎員傳習所)가 모태가 됐다. 1898년 시가현 사범학교로 개칭했고, 1949년 시가대 학예학부(1966년 교육학부로 개명)가 됐다. 시가현을 비롯한 각지에 우수한 교원을 배출한 지역의 대표적인 교사 양성 학부다. 모집정원은 230명으로 유아교육 및 초·중등 교사를 양성한다. 초등교육과정은 유아교육전공을 비롯해 교육문화전공·학교임상전공·환경교육전공·초등영어·초등과학·초등 교과목 전공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등교육과정은 과목별 전공이 있고, 별도로 장애아 전공이 있다. 무엇보다도 교사 취업 실적이 뛰어나다. 2010~2015년 6년간 평균 교원 취업률은 일본 44개 교원양성 국립대 학부 중 4위다. 상위 3개 교는 단과교육대학(교대)이어서 종합대학 교육 학부로 치면 사실상 시가대가 1위다.

△경제학부 국립대 최대 학부= 시가대 경제학부의 전신은 1922년 설립된 히코네고등상업학교다. 이 학교는 사혼상재(士魂商才·무사 정신과 장사의 재능을 겸비함)를 건학정신으로, 깊이 있는 교양과 상호부조·사회봉사 정신을 가진 상업인 육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시가대 경제학부는 이 전통을 계승해 1949년 5월31일 새로 출범했다. 입학정원 460명에 5학과 17강좌로 구성돼 경제학부가 있는 일본 30개 국립대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학부 내에는 경제학과·금융학과·기업경영학과·회계정보학과·사회시스템학과가 있다. 경제학부가 있는 30개 국립대 중 랭킹은 10위이고 지방대 가운데는 단연 1위다. 취업률은 96~97%이고 60%가 대기업에 취업한다. 지역 내 취업률은 10% 정도다. 일본정부는 2021년 지역 내 취업률을 2016년과 비교해 10%포인트 더 올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도시 경제인력 공급대학으로 외지 취업률이 높지만 대학 측은 지역취업률이 15% 선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대 경제학부는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취업 만족도 향상→우수학생 입학’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일본 첫 데이터사이언스학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대는 미래 수요를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데이터사이언스학부(과)를 일본 대학 최초로 신설했다. 경제학부 입학정원을 100명 줄이고 2017년 4월 데이터사이언스학부를 만들었다. 데이터사이언스학부는 사회에 넘치고 있는 데이터에서 가치를 도출하는 학문이다. ICT(정보통신기술)가 진화한 현대사회는 사업·의료·교육·행정 등에서도 고급 데이터 처리 능력, 데이터 분석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학부를 신설했다.


정부서도 혁신 모범사례로 선정
교육학부 취업률 종합대학 1위
국립대 기준 최대규모 경제학부
취업률 97% 육박…60% 대기업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적극적
재학생 20%는 외국대학서 공부



하지만 개설과정에 상당한 갈등과 저항이 있었다. 일본 최대 경제학부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에도 굳이 모집인원을 줄이면서까지 새 학부를 신설하자는 데 선뜻 동의할 교수가 없었던 것. 하지만 당시 총장은 일본의 산업구조, 4차 산업혁명, 인구 구성 변화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 안주는 미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정부예산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현상을 유지하면 학교는 점점 위축돼 궁극적으로 학교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며 설득했다. 정부정책에 부응해 학교혁신을 이뤄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예산과 외부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비전 제시에 결국 반대하던 교수들도 마음을 돌렸다. 다만 경제학부 정원 감축에 따른 인위적인 인력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경제학부 교수가 정년퇴임할 경우 추가적인 교수채용은 하지 않고 있다. 반대로 신설된 데이터사이언스학부는 필요한 교수진을 계속해서 충원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시가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신설을 국립대 혁신 모범사례로 선정하고 학부 운영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교육 과정은 통계·정보의 기초능력 습득뿐만 아니라 실제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의사 결정에 활용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구성돼 있다. 1~2학년 때는 통계 및 정보 공학의 기초적인 내용을 익히고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 실례를 배운다. 3~4학년 때는 다양한 영역에서 과학적 데이터 분석 기법을 배우고, 실제 데이터를 이용한 연습을 통해 가치 창조의 실전 경험을 쌓아간다. 또 각자 관심 분야에 따라 특화된 커리큘럼이 준비돼 있다.

데이터사이언스학부는 응용분야가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분야에도 많아 문리융합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 관리·가공·처리·분석은 이과분야지만, 분석 결과를 가치 창조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배경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해 문과적 지식배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커리큘럼은 정보·통계 관련 과목에 경제·경영 등의 교양 과목이 포함돼 있다. 그 외 비즈니스 등 기업현장을 파악할 수 있는 교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데이터사이언스학부 졸업자는 일정 학점 취득 후 ‘조사사’ 자격을 취득한다. 또 정보처리 기술자 시험 (기본정보기술자 시험·응용정보기술자 시험), 통계 검정(준 1급·2급), 품질 관리 시험(2급)도 응시할 수 있다.

시가대는 데이터사이언스학부 신설에 앞서 기업의 수요조사를 충분히 했다. 또 신설 후에는 교내 데이터과학교육연구센터를 통해 공동연구·교육제공·컨설팅제공·인턴파견 등 다양한 기업·단체와 네트워크 활동을 펴고 있다. 주된 교류 대상은 데이터 수요가 높은 금융·서비스·공공단체·제조업 등이다. 이로 인해 기부금 수입과 외부용역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및 지역연계 강화 시스템

시가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경제학부의 경우 외국인 비중이 장·단기 합쳐 200명에 이른다. 전체 정원의 10% 규모다. 외국인 입학생은 정원 내 최대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재학생들의 글로벌화도 촉진하고 있다. 재학생 20% 정도를 졸업 전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유학기간은 한 달에서부터 1년까지 다양하다.

시가현에는 소규모 대학이 10개 정도 있다. 대학 간 컨소시엄화는 돼 있지만 잘 운영되고 있는 편은 아니다. 정부에서는 사립대와 국립대의 협력발전을 유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잘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시가대 역시 대학차원에서는 성과가 미미하다. 하지만 데이터사이언스학부와 교육학부는 다른 대학 학부와 학점 인정(대학 간) 등을 하고 있다. 국립대로서 지역사회와의 협력강화도 과제다. 시가현·시가시와 협력관계를 갖고 있고, 경제단체·기업 등과도 연계돼 있으며, 지역민을 대상으로 공개강좌도 마련하고 있지만 호응이 좋은 편은 아니다.

지역 및 글로벌 과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문리융합형 신학부(데이터사이언스학부) 설치에 성공한 시가대는 이제 또 다른 장기발전계획을 추진 중이다. 현재 △재교육 기능 강화 △지역 이노베이션을 담당하는 인재육성을 위한 대학원 조직 재편 △시가현 내 국·공·사립대와의 제휴 추진 등 제3기(2016~2021) 중기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지식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다.

글·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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