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줄탁동시가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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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0   |  발행일 2018-12-10 제30면   |  수정 2018-12-10
전통·사회주의 과감히 탈피
中의 용기에 국제사회 공조
그래서 40년간 개혁이 성공
또다른 40년 개혁개방 위해
‘함께 끝까지 간다’명심해야
[아침을 열며] 줄탁동시가 요령이다
이정태 경북대 교수

주부산 중국총영사관 주재로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 중국연구자 좌담회가 열렸다. 모두 발언에 나선 총영사는 “대약진과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굶어죽은 사람이 부지기수일 정도로 빈곤했던 중국이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 미국을 추월할 정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말 그대로 중국은 지난 40년 동안 상전벽해의 신화를 일구었다.

돌이켜보면 개혁개방은 젊은 신중국 정부의 도전과 결단의 성과물이었다. 당시 중국호의 선장이었던 덩샤오핑은 1978년 12월 개최된 제11기 3중 전회에서 전면적인 개혁개방노선을 발표했다. 흑묘백묘, 즉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천명하면서 중국의 발전방향을 급선회시켰다. 국가이익이라는 목표를 향해 좌우 방향지시등조차 무시하며 돌진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정지작업이 의식전환과 내부정비였다. 계급투쟁에 얽매인 아비규환의 중국사회를 풀어헤쳐 화두를 정치중심에서 경제중심으로 옮겼다. 폐쇄적인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개방된 시장경제로 전환하자 자유경쟁이 활성화되고 시장에 활력과 역동성이 살아났다. 외부적으로도 미국·일본 등 자본주의 국가들과 수교하면서 국제사회와 정상적인 교류를 시작했다. 세계경제도 중국의 동참으로 규모가 확대되고 급성장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중국도 세계경제의 활성화에 편승하여 인구대국에서 경제강국으로, 농업중심사회에서 공업중심사회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거듭났다. 지금 중국은 세계의 시장역할에서 세계의 금고라 불릴 정도의 자본대국과 기술정보 강국이 되었다. 중국경제의 부침이 세계경제와 정치를 좌우할 정도로 규모와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세상만사에는 명암이 있다. 지금 중국인이 누리는 풍요가 지난 40년 개혁개방정책의 덕분임에는 분명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가장 심각한 것이 빈부격차의 확대다. 돈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가진 부유한 이들이 대도시마다 가득하지만 농촌지역에는 여전히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과 도시로 나간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 다 같이 가난했던 시절에 없었던 상대적 빈곤감과 열등감이 잘사는 중국이 될수록 더 확대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처럼 불평등이 지속되면 중국공산당이 표방하는 ‘중국특색사회주의’에서 ‘사회주의’가 무의미하게 될 것이고 결국 중국공산당은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부작용은 중국의 안정적·지속적 발전에 대한 불안감이다. 국가의 양적 팽창은 내부불안 요인도 확대시키지만 필수적으로 경쟁 국가들의 질투와 견제를 촉발시킨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무역공세다. 최근 중국은 미국과 90일 동안 무역전쟁을 휴전하는데 합의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지만 중국경제에 대한 불신이 확대된 것은 분명하다. 특히 이번 중미무역전쟁의 단면이 세계경제의 주도권이 여전히 미국의 손아귀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꼴이 되었기 때문에 위안화의 세계화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때문에 시진핑 정부는 일대일로정책을 성공시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고, 사업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과 협력해야만 인접국과 연선국가들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지금처럼 주변국들로 하여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강요해 불편을 준다면 중국의 또 다른 개방개혁 40년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중국 개혁개방 40년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면 전통과 사회주의의 갑옷을 과감히 벗어 던진 용기와 봉쇄의 철조망을 걷어준 국제사회의 공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닭이 부화할 때 알을 깨고 나오려는 병아리와 밖에서 쪼아주는 어미닭이 함께 힘을 합치는 줄탁동시(啄同時)의 요령이다.

또 다른 40년의 개혁개방을 준비하는 중국이 마음을 열고 제대로 된 개혁개방을 진행하려면 세계를 리더할 가치관을 마련해야 하고, 책임대국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중국 스스로의 발전도 지속해야 하는 숙제를 해야 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가야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다. 이정태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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