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의 힘’ 영화시장을 지배하다

  • 윤용섭
  • |
  • 입력 2018-12-10 08:15  |  수정 2018-12-10 09:19  |  발행일 2018-12-10 제23면
‘2018 하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 결산
20181210
20181210
지난 11월에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2018년 국내 영화시장은 입소문의 힘이 크게 작용한 해였다. 관객들은 영화를 선택하기 전 평균 3.7개의 정보를 찾아본 것으로 조사됐고, 연령이 낮고 ‘라이트 유저’일수록 자신이 관람할 영화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려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GV가 지난 6일 ‘2018 하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을 통해 올해 영화시장 결산 및 내년 트렌드 전망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관객들은 작품 선택 시 관람평을 가장 우선시했고, 부정적인 입소문이 나면 관람을 포기한다는 비율이 33%에 달했다. 이를 토대로 올 한 해 국내 영화시장 트렌드를 정리해봤다.

33%가 부정적 평 있으면 관람 포기
韓영화 다양한 장르 덕 51% 점유율
프랜차이즈 앞세운 외화에 근소 우위

팬덤 앞세운 ‘보헤미안랩소디’ 롱런
내년 영화시장 헤비유저 증가 전망
넷플릭스 등 미디어 환경변화 변수


◆외국영화 프랜차이즈 vs 한국영화 다양성

올해 전국 관람객은 11월 말 기준 누적 약 1억9천400만명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99% 수준이다. 예년과 비슷하게 한국영화 비중은 51%로 외화를 앞섰다. 외화는 프랜차이즈 영화의 강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100만 이상 영화 중 프랜차이즈 영화 비중은 62%로, 지난해 50% 대비 12%p 높아졌다. 세계시장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2018년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기준 10위 작품 중 8편이 프랜차이즈 작품이었다.

이에 반해 한국영화는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소재를 무기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신과 함께’는 1·2편 모두 1천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성공을 넘어 한국형 프랜차이즈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개성 강한 한국형 액션물 ‘독전’ ‘마녀’ ‘공작’은 300만 이상 관객을, 최근 몇 년간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공포 ‘곤지암’, 로맨스 장르의 ‘너의 결혼식’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2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했다. 이처럼 한국영화는 올해 한국영화산업의 양·질적 측면 모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더 중요해지는 입소문·팬덤 영화시장 견인

전통적인 비수기라 할 수 있는 올 4월은 ‘마블 시리즈’가 포진하면서 전년 대비 관람객이 대폭 상승했다. 그러나 9월과 10월의 누적 관객수는 전년 대비 꺾이면서 올해의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9월과 10월의 총 관람객은 전년 대비 90% 수준으로, 특히 추석을 기점으로 한 전후 1주일로 기간을 좁혀보면 전년 추석 시즌의 76.2%에 지나지 않았다. 특정 시즌에 유사한 장르의 영화가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이목을 끌지 못했을 뿐 아니라 관객들이 관람 전 영화정보를 꼼꼼히 검증하는 방식까지 더해진 결과다.

관객들은 더 이상 배우, 감독, 예고편 등과 같은 영화 내적 요인만 가지고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실제로 관객들이 찾아보는 정보들 중에 관람평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아 부정적 바이럴에 의한 관람 포기율이 33%에 이른다. 그러나 역으로 ‘서치’ ‘보헤미안 랩소디’ ‘월요일이 사라졌다’ 등과 같이 입소문으로 박스오피스 순위를 역주행하는 ‘개싸라기 흥행’이 올 한 해 다수 터지며 장기 상영으로 이어져 눈길을 끈다.

입소문과 함께 2018년 영화시장을 견인한 건 팬덤 문화였다. 지난 11월을 강타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말 그대로 팬덤이 만들어낸 히트작이었다. 개봉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도 매주 새로 개봉한 작품을 밀어내고 정상권을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건 주 관객층이 중장년 세대가 아닌 2030 세대라는 점이다. 초반에는 퀸을 경험한 40~50대 팬들에게 어필하다가 점차 젊은 세대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싱어롱 버전으로 시작된 떼창은 춤과 야광봉이 어우러진 콘서트장으로, 또는 프레디 머큐리 코스프레의 장으로, 프로 떼창러 대관 행사로 관객에 의해 변형되면서 자가 발전했다.

방탄소년단(BTS)을 다룬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 또한 팬덤이 만들어낸 쾌거였다. 개봉 이후 12일 만에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아이돌 다큐멘터리 중 가장 많은 관객수를 기록했다. 본 작품의 재관람률은 10.5%로, 10만 이상 영화 중 역대 최고 재관람률 수치다. 이승원 CGV 마케팅담당은 “극장 팬덤 현상은 올 하반기 국내 영화 시장의 활기를 불어넣어준 특별한 현상”이었다며 “팬덤 작품들을 일궈낸 바탕에는 스크린X, 4DX 등 최적의 관람 환경을 제공한 토종 상영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019년 키(Key)는 헤비 유저와 워라밸

2019년 영화시장은 증가하는 ‘헤비 유저’와 워라밸 트렌드 확산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CGV의 경우 꾸준히 헤비 유저가 증가해 회원 비중으로 볼 때 올해 이미 27%를 넘어섰다. 내년에 관람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특히 ‘캡틴 마블’ ‘어벤져스4’ ‘킹스맨3’ ‘겨울왕국2’ ‘서복’ ‘남산의 부장들’ 등 다수의 기대작들이 내년 라인업으로 포진돼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감을 더한다. 올해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워라밸 트렌드도 관람객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10월 이후부터는 주중 저녁시간 관람객 비중이 17년 24.3%에서 18년 26.8%로 2.5%p 높아진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다만,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인 만큼 콘텐츠 사업자들이 보다 넓은 시각에서 플랫폼 변화를 인식할 필요성은 제기된다. 최병환 CJ CGV 대표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대표되는 OTT와 VOD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관객의 영화 관람 패턴까지 바꿔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5년째 관객이 2억1천명 선에서 횡보 중이며 연평균 1인당 관람횟수가 세계 최고 수준인 4.2회로 더는 관객이 늘기 어려운 상황이다. 플랫폼의 활용 전략에 대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전체 영화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윤용섭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