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사학재단에 시정명령만…시교육청이 면죄부?

  • 이효설
  • |
  • 입력 2018-12-10 07:42  |  수정 2018-12-10 07:42  |  발행일 2018-12-10 제8면

학교 돈으로 재단 직원 급여 지급
교비 타용도 사용 ‘업무상 횡령’
교육청 “절차 문제…비위 아냐”
“정부 사학비리 척결 의지 역행”
교육계 안팎선 비판의 목소리

수년간 수억 원대의 학교 돈을 재단 직원 인건비로 사용(영남일보 9월14일자 7면 보도)한 대구 한 사학재단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이 시정명령을 내렸다. 해당 재단 이사장은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시교육청의 조치에 대해 사실상 사학재단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시교육청이 공개한 A사학재단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 돈으로 집행한 재단 직원(4명) 인건비 4억3천800여만원을 법인회계에서 다시 교비회계로 전출하도록 명령 조치했다. 또 A재단 이사장에 대해서는 ‘법인회계 운영 부적정’으로 경고를 줬다. A재단은 지난 8월 전·현직 교직원의 자녀 다수가 채용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9월 중순 재단 직원에 대한 부당한 인건비 지급 건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결과 조치는 ‘징계’가 아닌 만큼 A재단이 받게 될 페널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학교법 제29조는 학생이 낸 등록금 등으로 마련된 교비회계 수입은 교육 목적이 아닌 곳에 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비회계를 다른 용도에 쓰는 것은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 A재단이 명백한 교비 횡령을 저질렀음에도 시교육청이 징계가 아닌 시정 명령을 내리자 교육계 안팎에서는 비난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계 한 인사는 “대구시교육청이 A재단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특히 문재인정부가 사립유치원을 비롯한 사학 비리 척결에 강한 의지를 밝혔지만 일선 교육청이 이에 역행하는 감사결과를 내놔 놀랍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교비로 재단 직원의 인건비를 지급한 것은 재단에서 직원을 더 필요로 해 발생한 절차적 문제”라며 “교비를 (재단 이사장 등이)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비위로 보기 어렵다”고 이번 조치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 “전출 금액이 연간 학교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재단에서) 한꺼번에 전출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전출에 대한 재단의 이행계획서를 받아 봐야 정확한 전출 시기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학교의 재단업무 지원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이런 일이 반복될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재단 업무를 전담하며 소속 학교에서 월급과 수당을 지급받았던 이 재단의 한 직원은 최근까지도 학교와 재단을 오가며 겸무 중이다. 사립학교법에는 재단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에 대해선 교비회계에서 인건비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재단과 학교 업무를 겸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교비로 월급을 지급할 수 있다. 재단에서 이를 교묘하게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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