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도어락

  • 윤용섭
  • |
  • 입력 2018-12-07   |  발행일 2018-12-07 제42면   |  수정 2018-12-07
혼자 사는 집에 낯선자의 흔적…일상을 파고드는 현실적 공포
20181207

‘가장 안전하다고 느꼈던 집이 한순간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굳이 영화적 설정으로 치부하지 않더라도 이와 관련된 사건들이 더 끔찍한 현실적 공포로 다가오는 작금의 상황에서 영화 ‘도어락’은 도어락의 기능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구보다 혼자 사는 여성에겐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계약직 은행원으로 일하며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는 경민(공효진). 언제부턴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도어락 덮개가 열려 있고,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는 등 낯선 사람의 흔적이 발견된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경민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잦은 신고를 귀찮아 할 뿐,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급기야 경민의 집안에서 직장 상사가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녀의 목숨까지 위협받게 된다. 자신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경민은 직접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예전 없던 새로운 두려움 감내하며 살아가는 시대
가족·주변 인물도 피해자 될 수 있는 상황 긴장감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대한민국 1인 가구는 총 56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8.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절반 이상이 ‘1인 주거 여성’이라는 점에서 ‘도어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덕분에 현실을 관통하는 ‘도어락’의 이야기는 공포나 호러장르가 전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팽팽한 긴장감과 공포심을 유발한다. 동시에 혼자 사는 여성에게 외부의 위협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도어락’은 2011년 개봉한 스페인 영화 ‘슬립 타이트’를 원작으로 했지만, 국내 상황에 맞게 각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관찰하는 범인의 시점이 아닌, 피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 점은 주효했다. 일상을 파고드는 현실 공포라는 점에서 경민이 겪는 불안과 위협은 단순한 영화적인 상상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나, 혹은 내 가족과 주변 누군가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극중 상황에 빠져든다. 이에 이권 감독은 “현시대는 예전엔 없던, 새로운 두려움을 감내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영화는 낯선 자의 침입 흔적을 통해 끊임없는 궁금증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리고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한 경민의 처절한 고군분투로 차츰 이야기를 확장해 나간다.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영화적 접근이지만 이 과정에서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다소 상투적으로 소비된 건 아쉽다.

개연성 없는 전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를 선보이겠다는 이권 감독의 뚝심은 읽혀진다. 익숙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살얼음 같은 긴장감,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주인공의 두려움과 절박함, 그리고 엔딩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까지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열정과 의욕은 인정할 만하다.

낯선 이의 침입을 깨닫고 점차 극강의 공포에 사로잡히는 경민 역으로 스릴러퀸에 도전한 공효진의 열연은 인상깊다. 공효진은 “‘도어락’은 내가 연기했지만 심장이 쫄깃해질 정도로 긴장되어서 혼자 못 볼 것 같은 작품”이라며 “하지만 이런 스릴을 즐기고 싶은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현실 공포 스릴러”라고 소개했다. (장르:스릴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