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의 뮤직톡톡] 한류의 시초, 외화벌이 일등공신 미8군 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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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7   |  발행일 2018-12-07 제39면   |  수정 2018-12-07
[김명환의 뮤직톡톡] 한류의 시초, 외화벌이 일등공신 미8군 가수들
한국 첫 걸그룹인 김시스터즈.

이번엔 한국 가요사에서 미군부대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 그리고 거기에 출연한 가수들의 연대기도 추적해 볼까 한다.

몇년전 용산 미8군이 주최하는 재즈페스티벌 공연을 기획하고 연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먼저 용산에서 전송돼 온 무려 30여장의 영문 공연 계약서가 날 감동도 하게 하고 주눅도 들게 했다. 공연과 관련된 사소한 것까지 꼼꼼히 기록되어 있었다. 우리 공연기획계와는 사뭇 달랐다. 솔직히 부러웠다. 그만큼 뮤지션을 배려하고 있었다.

공연은 넓은 미식축구장에서 축제처럼 진행됐다. 와인과 음식도 푸짐했다. 흑인과 백인 병사들, 그리고 그들의 초대로 들어온 한국인 등이 자유롭게 흩어져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감상했다.

난 그날 음악을 통해 그들의 성향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텍사스 블루스를 연주할 때는 백인의 기립과 환호가 들렸다. 반면 뉴올리언즈 딕시랜드 음악을 연주할 때는 흑인들의 춤사위가 눈길을 끌었다.

[김명환의 뮤직톡톡] 한류의 시초, 외화벌이 일등공신 미8군 가수들

1950년 세계2차대전 승리의 주역이자 세계의 경찰로 나선 미군. 그들이 주둔하는 곳이면 항상 USO(United Service Organization·미군 위문협회) 공연단이 와서 위문공연을 펼쳤다. 루이 암스트롱과 냇 킹콜 같은 전설의 가수들도 한국에 주둔한 미군부대를 방문했다고 한다. 그만큼 당시 미군의 위상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막강함 그 자체였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부른 한명숙은 윤복희와 함께 미8군 무대를 주름잡은 여전사급 가수다. 이 노래는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중국, 일본 등지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심지어 프랑스 샹송 가수 이베트 지로가 내한했을 때도 이 노래를 한국어로 부르기도 했다.

‘방금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가수’. 한명숙은 정말 그런 가수였다. 왜 노란 셔츠인가. 작사·작곡가인 손석우는 “특별히 노란 셔츠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멜로디가 떠오르는 순간 노란색이라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하긴 노란을 빼고 파란·빨간·하얀을 넣어 노래를 불러보면 금방 그 맛의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노란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아니 ‘노오란’이 곡의 뉘앙스를 더 잘 살려 낼 수 있다는 걸 여러분도 금방 알 것이다.

한국 최초의 여성 중창단 겸 걸그룹은 누굴까. 김시스터즈이다. 세 명으로 구성된 중창단의 두 명은 김해송·이난영 부부의 딸이고 나머지 한명은 이난영의 오빠이자 드러머 이복룡의 딸이다.

그들은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수십가지의 악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 그래서 국내 미8군쇼에서 대성공을 거둔다. 이를 본 한 미국인 기획자의 눈에 들어 1959년 미국으로 진출하게 됨으로써 국내 가수들에게 많은 자극을 주기도 하였다.

‘머나먼 미국 땅에 일 년 넘어 살면서 고국 생각 그리워/ 아침저녁 식사 때면 런치에다 비후스택 맛 좋다고 자랑쳐도/ 우리나라 배추김치 깍두기만 못하더라’. 개인적으로 김시스터즈의 ‘김치 깍두기’라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지금 그 어떤 걸그룹도 만들어 내지 못할 환상의 하모니를 들려준다.

그밖에 미니스커트 돌풍을 일으킨 윤복희를 비롯해 현미, 패티김, 최희준, 김상국, 신중현과 애드훠…. 사실상 1960년대를 주름잡은 가수들은 모조리 미8군쇼에서 출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빌보드에 진출한 아이돌을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그에 따른 경제효과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의 수출, 즉 외화벌이의 일등공신은 공산품이 아니었고 미8군 가수였다. 미군들 앞에 공연하고 달러로 연주료를 받는데 그 금액이 가발을 수출하고 벌어들인 외화보다 많았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의 가요사는 미국 선교사의 찬송가, 그리고 미군부대 무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을 빼고선 한국가요사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재즈드러머 sorikong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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