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김천 부항댐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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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4   |  발행일 2018-12-04 제30면   |  수정 2018-12-04
빼어난 풍광, 전국에 입소문
관광객 몰리면서 경기 부활
부항댐 여행은 ‘버킷 리스트’
내년은 김천 시승격 70주년
三道 화합의 植樹도 했으면…
[화요진단] 김천 부항댐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김천 부항댐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완공 이듬해인 2014년 봄이었다.

지인들과 함께 찾은 댐은 무척 아담했다. 담수량은 5천400여만t이라고 했다. 10여㎞ 남짓한 댐둘레길 주위에 심어진 수목들이 신록을 뽐내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댐 아래의 오토 캠핑장과 야외공연무대, 그리고 댐 아래 배수지에 지은 아담한 야외 수영장이었다. 다소 생경한 시설이었다. 이 외진 곳에 이런 시설이 들어서다니 예산낭비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해 가을 김천시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김천 부항댐 전국걷기대회 첫 행사를 치르면서 기자의 판단이 기우(杞憂)임이 드러났다. 당시 김천시내에서 부항댐으로 드나드는 길은 왕복 2차로 규모의 좁은 옛 국도였다. 오지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도 행사 당일 8천여명이나 왔다. 김천시민이 13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인파였다. 심지어 일부 김천시민조차 부항댐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태였는 데도 말이다. 지난달 10일에 치러진 제5회 김천 부항댐 전국걷기대회에는 1만여명이 찾았다. 부산과 경남은 물론 광주와 여수, 경기도 지역에서 많이 왔다. 전국대회로서 손색이 없었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입소문이 난 데다 김천시와 K-water에서 마련한 각종 레저시설 때문이다. 올초 완공된 집라인과 최근에 설치된 구름다리가 관광객 증가에 보탬이 됐다.

뭐니 뭐니 해도 관광객을 모으는 일등공신은 댐 주변의 풍광이다. 물안개가 댐을 가득 품고 있다가 주변으로 흩날리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물안개가 낀 부항댐을 청송 주산지와 비교하기도 한다. 맑은 물빛은 중국 주자이거우에 못지 않다고 한다. 부항댐이 빚어내는 사계(四季)는 한마디로 신선이 노니는 선계(仙界)에 비견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사람이 모이면 돈이 따라온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이곳에서도 입증됐다. 지난해 부항댐 초입에 있는 지례면 인근에 숙박시설이 처음으로 들어섰다. 댐을 관광자원화하는 김천시의 생각이 적중한 것이다. 오토 캠핑장은 수주 전에 예약을 해야만 할 정도로 마니아에겐 엄지척이다. 지례 흑돼지요리도 덩달아 상종가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로 제공되는 흑돼지 요리는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례면 소재지에는 횟집 빼놓고 모든 음식을 죄다 맛볼 수 있을 정도로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주민들의 푸근한 인심이 관광객들에게 또다시 오게끔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

부항댐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호젓하다’는 것이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조용하게 힐링할 수 있는 장소로 제격이다. 댐 주변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또한 김천혁신도시에 한국도로공사 본사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반도 남쪽의 한가운데여서 접근성 또한 뛰어나다. 제주도를 제외한 어느 곳에서도 고속도로를 경유하면 2시간 이내에 도착한다.

김충섭 김천시장은 부항댐 걷기대회를 올해 김천에서 치러진 행사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향후 폐쇄된 옛 마을길과 나무꾼길 등 댐 주변의 소로(小路)를 다듬기로 했다고 한다. 특히 흙길을 확보해서 자연친화적인 걷기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의지를 갖고 소매를 걷어붙이기에 부항댐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자리매김할 것은 분명하다.

부항면 지좌리를 비롯한 수몰된 4개 마을의 애환을 오랫동안 지켜봤던 노거수(老巨樹)를 댐 아래 야외공연장에다 이식했지만 안타깝게도 고사했다고 한다. 내년 식목일에는 댐을 지키고 방문객에게 그늘을 제공할 수 있는 당산나무를 심었으면 한다. 때마침 내년은 김천시가 ‘시승격 70주년’을 맞는 해여서 의미가 있겠다. 김천시와 K-water, 그리고 삼도봉을 상징하는 충북 영동군과 전북 무주군에서 참가하는 삼도(三道)의 화합을 위한 기념식수였으면 더욱 좋겠다. 자칫 흉물로 전락할 수 있는 댐을 전국적인 명소로 관광자원화한 김천시와 K-water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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