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죄는 미워해도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 최소영
  • |
  • 입력 2018-12-03 07:54  |  수정 2018-12-03 09:10  |  발행일 2018-12-03 제18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뉘우치면 친구로 받아들여야”
20181203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고대 그리스에는 숫자에 대해 재미있는 의미를 부여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피타고라스학파입니다. 그들은 10을 완전한 수로 신의 수라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9를 10에 도달하기 전 마지막 단계의 수로서 사람이 노력해서 도달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라고 보았습니다.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완전하지 않다는 것은 부족함이나 결함이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 있고, 잘못을 범할 수도 있습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격언은 그래서 생겨났을 것입니다. 이 격언은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므로,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자신의 잘못된 언행을 반성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이웃이나 친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부족함 있는 불완전한 존재
쉽지 않지만 죄·사람 나눠 생각해야
서로 싸우다가도 사과하고 화해를
편가르기 없이 잘 어울려 지내도록

그러나 죄와 사람을 분리하여 생각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교실에서 있을 수 있는 상황을 한 가지 설정해 보겠습니다. 어느 날, 옆 짝이 나의 외모를 갖고 ‘○○’라고 놀렸습니다. 몇 번은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참았으나 며칠째 계속 놀려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머리를 툭 치면서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옆 짝은 나에게 맞은 것이 화가 나서 내 머리를 다시 때렸습니다. 결국 이렇게 해서 주먹다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께 불려가서 야단을 맞았습니다. 선생님의 충고에 따라 옆 짝은 나에게 사과를 하면서 다시는 놀리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나도 때린 것을 사과하였습니다. 또한 주위 친구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므로 방과 후에 교실을 정리하는 봉사활동을 해야 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서로 사과하고 사과를 받아 주었고, 그 벌로 봉사활동도 했으므로 우리의 죄 문제는 해결이 된 셈입니다. 위의 격언대로라면 죄와 사람은 분리되어야 하므로 나는 그 친구를 더 이상 미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이 잘 안되지요. 옆 짝이 나를 놀리지만 않았다면 선생님께 불려가서 야단맞을 일도 없었을 것이고 교내 봉사활동도 하지 않았을 텐데…. 여전히 옆 짝에 대해 화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봅시다. 나라면 다음날 학교에 와서 옆 짝을 어떻게 대하였을까요?

①내키지는 않지만 어색한 분위기 전환을 위해 먼저 말을 걸거나 옆 짝이 말을 걸어오면 받아준다. ②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않거나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 ③선생님을 찾아가서 짝을 바꾸어 달라고 한다.

여러분은 몇 번을 선택하였나요? 3가지 예시 유형을 죄와 죄를 지은 사람을 분리하여 생각하려는 태도와 관련지어 살펴보겠습니다.

②번과 ③번 유형은 죄와 죄를 지은 사람을 분리하려는 노력이 약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잘못을 하거나 실수를 했을 경우에 그 사람을 미워하여 그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하려고 하거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거부하는 유형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죄와 사람을 분리하여 생각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주변의 사람들과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자신은 늘 외톨이가 될 수도 있고, 주위 사람들이 나 자신 때문에 늘 긴장해야 하고 불편해 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①번 유형은 죄와 죄를 지은 사람을 분리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입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죄와 그 죄를 범한 사람의 분리를 잘 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서로 울면서 싸우다가도 사과하고 화해하고 나면 언제 싸웠냐는 듯이 금방 친하게 지냅니다. 이는 어린 학생들의 기억력이나 집중력과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분명한 것은 사람에 대한 미움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편을 나누어 다른 사람을 따돌리지 않고 두루 잘 어울려 지내는 것도 죄와 사람을 동일시하지 않는 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죄를 범하고 실수를 할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너무 완벽한 사람을 보고 인간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지능이 낮은 듯하고 표정이 멍한 사람을 백치미가 있다고 하기도 합니다. 죄는 미워하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않을 때 우리는 사람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세상도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김장수<대구진천초등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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