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2.0] 2018년 대한민국 경쟁 영화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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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30   |  발행일 2018-11-30 제43면   |  수정 2018-11-30
“영화인·관객 모두 만족하는 영화제로 빛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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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백상예술대상 포스터와 제39회 청룡영화상·제55회 대종상영화제 포스터. (위부터 시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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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란 특정한 시기에 제작한 어떤 영화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별하고 상영하는 행사를 말한다. 영화제에 참여한 영화마다 나름의 심사를 거쳐 시상을 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경쟁 영화제와 비경쟁 영화제로 나뉜다. 또 영화의 범위에 따라 국제 영화제와 국내 영화제로 나뉘기도 하고, 영화의 종류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분류한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의 영화제는 무엇일까. 1932년 창설된 베니스 국제 영화제로, 유럽 최초의 파시스트 지도자로 이탈리아를 세계 대전 속으로 끌어들여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 무솔리니 정권 하에서 국위 선양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훗날 영화의 예술성에 보다 주목하는 쪽으로 바뀌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럼 세계 최대의 영화제는? 1946년 창설된 칸 국제 영화제로 장편 극영화 경쟁 부문을 비롯해 엄청난 규모의 필름 마켓을 함께 개최한다. 영화의 예술적 수준과 상업적 효과의 균형을 잘 맞춘 덕에 명성을 얻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인들이 매년 대거 참여하면서 세계적인 영화 산업의 중심이 되었다. 흔히 베니스 국제 영화제, 베를린 국제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3대 영화제는 통상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영화부문)을 꼽는다. TV부문과 함께 시상하는 백상예술대상 대신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주최하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을 꼽는 이도 있다. 지난 10월22일 대종상영화제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경쟁 영화제들이 수상작들을 발표했다. 올해는 어떤 영화제에서 어떤 영화들을 수상작으로 발표했는지 살펴보는 일은 한 해를 마감하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대종·청룡·백상 韓 최고 3대 영화제
각종 사건과 논란 이어져 위상 추락
영화인 대규모 불참·대리 수상 씁쓸

조직위 심사 독립성·공정성 확보 노력
대중성·작품성 갖춘 영화제 거듭나야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시상을 시작한 영화상은 1958년 부일영화상이었다. 이듬해인 1959년 국산영화 보호와 육성을 목적으로 정부 주도로 우수국산영화상이 시행되었고 이 영화상이 1961년 한국최우수영화상으로 바뀌었다가 1962년에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대종상이라는 이름으로 제1회 시상식을 개최하였다. 한때 한국 최고의 권위를 지닌 영화 시상식으로 알려졌지만 여러 논란과 사건·사고가 이어지더니 1990년대 중후반부터 서서히 몰락해 2010년대에 들어서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2009년 이맘때 ‘오마이뉴스’ 청탁으로 대종상에 관한 글을 기고한 적이 있어 어떤 논란과 사건들이 있었는지 비교적 잘 기억하고 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제46회를 맞는 대종상영화제에서 배우 하지원이 ‘해운대’와 ‘내 사랑 내 곁에’에서 호연을 펼쳤는데도 여우주연상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다. 그 빈 자리엔 대신 배우 장나라가 올라가 있었다. 문제는 장나라가 주연을 맡았다는 ‘하늘과 바다’는 개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제작자가 언론시사회에서 영화가 대종상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을 밝히며 영화제 사무국의 공식 발표 전 후보작 유출이라는 구설까지 더해졌다. 제작자는 장나라의 부친인 배우 주호성이었다. 논란 끝에 여우주연상은 ‘님은 먼 곳에’에서 가수로 분한 배우 수애에게 돌아갔다.

이후에도 많은 이들이 기억할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의 15관왕 수상, 2015년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들에겐 상을 주지 않겠다”는 조근우 당시 집행위원장의 기자간담회 발표로 인해 영화인들의 대규모 불참 및 대리 수상 논란이 있었다. 특히 이 대리 수상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그것도 영화사나 동료 배우가 아니라 조직위 측이 임의로 지정한 제3자가 대리 수상하면서 불거졌는데, 음악상 수상 당시 ‘남한산성’ 음악감독 사카모토 류이치의 불참으로 영화 스태프 한 명이 대리 수상을 위해 나오다 가수 한사랑이 먼저 무대에 올라 당황하며 돌아서는 모습이 그대로 생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수상자 선정을 영화와 아무 상관도 없는 제 3자로 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 외에도 이어지는 대리 수상에 ‘1987’로 감독상을 수상한 장준환 감독은 “55회가 된 대종상영화제, 굉장히 뿌리가 깊은데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오늘 약간씩 쓸쓸함이 보이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소감으로 밝히기도 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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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한지민(위)과 대종상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장준환 감독.

지난 11월23일 열린 청룡영화제에서는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버닝’을 볼 수 없었다.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가 올라와 있긴 했지만 정작 연출을 맡은 이창동 감독이나 제작자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후보에조차 보이지 않았다. 까닭은 2002년부터 청룡영화제에는 이들이 출품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가 조선일보의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이 개최한다는 이유다. 참여정부에서 문체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이 감독은 2010년 ‘시’가 서두에 언급했던 칸 국제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을 때도 청룡영화상 후보로 오르는 것 자체를 거부한 바 있다. 대종상영화제의 추락에 반해 신뢰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조선일보 영화상’으로 각인된 부분은 이렇듯 청룡영화상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럼에도 올해 열린 영화상들이 수상 결과의 차이는 있지만 수상자 논란은 거의 없었던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간 영평상과 청룡영화상은 심사에 외부 관여를 배제하면서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상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대종상은 그러질 못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김홍준 감독이 대종상 심사위원장을 맡고 정성일 평론가와 김영 프로듀서, 달시 파켓 같은 이들이 심사위원을 맡아 심사 독립성을 확보한 덕분에 ‘광해, 왕이 된 남자’ 때처럼 특정 작품 몰아주기 시상의 폐해가 사라졌다. 개인적으로 장준환 감독이 ‘1987’로 감독상을 받아 기뻤다. ‘미쓰백’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한지민의 열연도 잊지 못할 것이다. 남우조연상 ‘독전’의 배우 김주혁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신인감독상을 휩쓴 ‘소공녀’ 전고운 감독의 차기작도 벌써 보고 싶다.

대중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영화를 만드는 일은 어려우나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다. 영화인과 관객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영화제는 어떤가. 달라진 내년을 기약한다.

독립영화감독, 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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