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지역정당 설립을 許하라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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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30   |  발행일 2018-11-30 제23면   |  수정 2018-11-30
[조정래 칼럼] 지역정당 설립을 許하라

선거제도 개혁 여부가 오리무중이다.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 야 3당이 선거법 개정 조건부 예산안 통과라는 배수진을 불사하고 있지만 민주·한국 두 거대 양당이 미온적이거나 개혁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바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목적지까지 순항할 역량을 발휘할지 미지수다. 올 연말까지 운용될 국회 정개특위가 과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합의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까. 갈 길은 먼데 해는 속절없이 저무는 형국이다. 이번에도 선거제도 개편이 흐지부지된다면 이는 순전히 정치권의 책임이며, 그중에서도 민주·한국 양대 정당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마땅하다.

민주·한국 양당의 오만이 도를 넘었다. 선거제도 개혁은 문재인정부의 공약이자 높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핫 이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15년에 중앙선관위가 이미 국회에 제출한 바도 있다. 민주당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변칙·절충안을 고집하다가는 태풍급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오늘의 지지율이 그대로 계속 이어지리라는 자만은 날개 없는 추락을 부르게 된다. 한국당도 중대선거구제를 뜬금없이 들고 나오거나 의원 수를 줄이자는 실현 불가능한 주장을 해선 곤란하다. 민주·한국 양당은 반개혁적 검은 속내를 거두고 과소 대표돼 온 중소 정당 표의 비례성을 높여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간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 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 사이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방선거 정당공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 큰 관심을 끌었다. 정당공천 폐해의 개선 방안으로 제안된 지역정당 허용과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선거제도 개편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치개혁 과제라는 점에서 국회 정개특위를 압박하고 있다고 하겠다. 선거제도 논의가 지지부진하니 그보다 한발 더 나간 개혁안을 제시했으니 성동격서 전법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기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만도 어려운데 정당법 개혁은 무망하다. 개혁의 대상이지만 개혁의 주체를 자임한 국회가 셀프 개혁안을 이번에도 내놓지 못하면 또다시 불임국회로 낙인찍힌다.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여전하고, 이를 금지하는 규정은 위헌이다. 지난 대선 당시 여야 후보들이 그 폐해를 지적하고 폐지를 공약하기도 했지만 그 개선책은 요원하다. 지역정당 허용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는데, 이는 중앙정치 예속 탈피와 지역의 이해를 반영하는 다양한 정치세력의 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절충수로 꼽힌다. 중앙당과 5개 이상의 시·도당을 설립요건으로 규정한 현행 정당법은 지역정당 창립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위헌 소지마저 안고 있다. 중앙당 중심의 비민주적인 정당 구조하에서는 백년하청일 상향식 공천제도 역시 민주적인 지역정당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지역정당 존재의 정당성과 당위성이 이처럼 엄연하지만 정치권이 스스로 이를 허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우니 이 또한 시민의 역할일 테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없다는 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하지만 말뿐이고 대안 제시는 인색하다. 서울에서 발행하는 전국지조차 지방 이슈의 실종을 제기하지만 그야말로 ‘땟거리’ 기사에 그친다. 지금까지 지방선거는 총선 등 전국 선거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졌다. 중앙이 강탈한 지방선거를 지역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은 현재로선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게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이다. 이 외에 달리 대안이 모색되기 어렵다. 이 역시 국회의원들의 탐욕과 기득권 제어와 포기가 전제돼야 하지만 그들의 선의와 양식에 맡겨둬선 지역정당 설립이 허용될 리 만무하다.

지역정당 창립 운동은 제2의 지방분권운동으로 추진될 만하고, 그를 위한 결사가 지방분권운동의 발상지인 대구에서 발원돼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새대열’(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은 올 연초 설립돼 6·13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과 공동으로 대구시장 후보를 낸 바 있으며, 21대 총선을 1년5개월여 앞두고 세 규합과 조직 재정비에 나서는 한편 지역정당 쟁취를 위한 실행방안도 마련 중이다. 정당법 개정, 지역정당 설립을 허용하라. 아니면 헌법소원 제기는 물론 시민불복종과 투쟁의 촛불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게 새대열과 지역의 논리이자 주장이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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