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문제해결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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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1   |  발행일 2018-11-21 제31면   |  수정 2018-11-21
[영남시론] 문제해결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

북한 비핵화 속도가 지지부진하다. 북미 간 협상도 교착국면이다. 지난 8월 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이루어졌고, 그 중재노력으로 협상이 재개되었다. 10월에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단독으로 만나 많은 생산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11월 초로 예정되었던 김영철과 폼페이오 간의 북미 고위급회담이 북한측 요청으로 연기되었다. 그러다 보니 금년 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종전선언, 김정은의 서울 답방 등을 기대했던 우리 정부의 계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6월12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전후하여 큰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빨리 열리길 바란다면서 북핵문제가 곧 풀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완전하게 검증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이른바 ‘CVID’가 미국이 추구하는 기본 목표임도 확인했다. 하지만 6·12 공동성명에 CVID는 찾아볼 수 없다. 회담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놀라운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 공언함으로써 북한이 비핵화 관련,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조치를 곧 취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비핵화협상 촉진을 위해 한미연합연습 중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반년이 다 가도록 이렇다 할 합의는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협상이 더디고 지지부진한 것인가?

우선, 북한은 자기들은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며 할 바를 다하고 있는데 미국이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연일 불만이다.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조치들은 지난해 11월 말 이후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실험도 하지 않고, 풍계리 핵실험장도 폐기했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도 해체하는 성의있는 조치들을 취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억류된 미국인들도 석방시켰고, 한국전쟁 전사자 미군 유해 50여구도 미국으로 돌려보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종전선언이나 제재완화 등 아무런 반대급부도 주지 않으면서 북한에 일방적으로 추가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입장은 분명히 다르다. 북한이 취한 조치들이 의미있는 것이지만본격적인 비핵화의 조치로 보지 않고 있다. 비핵화 조치를 위해서는 반드시 신고가 이루어져야 하고, 검증을 위한 사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FFVD 나아가 CVID 방식의 비핵화 없이는 제재 완화도 없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도 핵실험과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한 서두를 일이 없다는 느긋한 입장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 입장은 어떠한가? 중재자로서 또는 평화 촉진자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과 북한 비핵화는 선순환 관계라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발전하면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만큼 일부 대북제재 유예를 받아서라도 철도·도로 기공식 등 대북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미국이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의 일정부분 해제 또는 유예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유엔과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북한으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잰걸음을 하고, 미국 눈치를 보며 돈 안 드는 일만 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반면, 미국은 남북관계가 북한 비핵화의 속도를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오늘날 비핵화 협상 교착의 원인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에 옮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평양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기 때문에 빨리 비핵화를 마무리짓고 경제발전에 매진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비핵화를 미룰 이유가 전혀 없다. 북한이 진정 바라는 경제발전을 이루려면 하루빨리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고 이를 착실하게 이행하면 되는 것이다. 모든 문제해결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 100% 완전한 비핵화만이 유일하게 생존하는 길임을 유념하길 바란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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