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서 사노 요코 그림책 번역가 초청

  • 최지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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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1   |  발행일 2018-11-21 제12면   |  수정 2018-11-21
구미 ‘그림책 산책’ 서점행사 열어
대표작 번역 황진희씨 직접 낭독
“원서통해 받은 감동 그대로 전달”
동네책방서 사노 요코 그림책 번역가 초청
그림책 테라피 연구소장인 번역가 황진희씨가 ‘사노 요코’ 그림책 낭독회 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림책 산책 제공>

지난 10일 구미시 원평동 그림책 서점 ‘그림책 산책’은 독특한 발상으로 유쾌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작가 ‘사노 요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붐볐다. 황진희 번역가와 함께하는 사노 요코의 그림책 낭독회가 열려서다.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날마다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우주 한가운데에서 별 사이를 걸어 다녔습니다. 별에 부딪혀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태양 가까이 다가가도 뜨겁지 않았습니다. 태어나지 않았으니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사노 요코 ‘태어난 아이’ 중에서)

사노 요코의 대표작 ‘태어난 아이’ ‘백만 번 산 고양이’ 등 국내에 출간된 그림책을 비롯해 국내에서 미출간된 다수의 그림책을 번역가 황진희씨(그림책 테라피 연구소장)는 일본어와 우리말로 번갈아가며 정성스럽게 낭독했다. 참석자들은 허리를 세워 그림책을 바라보고 낭독하는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노 요코의 독특한 삶의 철학에 빠져들었다.

평범한 독자였던 시절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사노 요코를 알게 됐다는 황씨는 “당시 절판돼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소장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어 애를 태우던 중 지인을 통해 재출간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해 듣고 출판사에 연락해 번역을 자청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너무 사랑하는 책이었기에 원작자의 철학을 녹여내고 싶었다. 사노 요코의 다른 작품을 모두 찾아 읽었고 작가의 삶을 깊게 들여다봤다. ‘~가’ ‘~를’같은 조사 하나도 허투루 선택하지 않았다. 한 문장을 한 달에 걸쳐 번역하기도 했다. 주체적인 삶을 강조했던 원작자의 철학에 나의 색깔을 살짝 입혀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태어난 아이’로 다시 태어났다”라고 번역 과정에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예정된 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그림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긴 이야기를 풀어낸 황씨는 “원서에서 받는 감동이 있다. 언어마다 갖고 있는 울림이 있는데 그 울림을 알맞은 우리말로 찾아 ‘내가 받은 감동을 독자에게 그대로 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한다”면서 낭독회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혔다.

이날 낭독회에 참석한 김소희씨(40·구미시 봉곡동)는 “번역가가 직접 읽어주는 그림책을 보고 들으면서 사노 요코의 인간적인 면을 알고 나니, 그의 작품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마련한 ‘그림책 산책’ 하정민 대표(34·구미시 원평동)는 “동네 책방은 작가를 초청하고 싶어도 제약이 따른다. 11일 ‘서점의 날’을 맞아 서점조합연합회에서 진행한 공모에 선정돼 행사를 갖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지혜 시민기자 jihye79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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