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피부 - 몸에서 가장 강한 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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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0 08:37  |  수정 2018-11-20 08:38  |  발행일 2018-11-20 제21면
피부병은 치료 힘들어…조선시대 왕들도 시달렸다
20181120

비가 온다거나 날씨가 급변할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서 온몸이 쑤신다는 말씀을 자주 듣는다. 젊을 때는 느끼지 못하나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공간의 변화를 민감하게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수분 채우는 한약 사물탕·육미지황탕
인체 순환 돕고 중심 잡는 침치료 도움



그만큼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위 중 대표적인 것이 ‘피부’다. 특히 지금처럼 가을에서 겨울로 변화하는 시점에서 피부는 급격히 건조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낸다면 인체 내에서 가장 강한 부위는 과연 어딜까. 단단한 뼈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부드럽기만 한 피부라고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우리 몸의 가장 바깥을 둘러싼 채 공간과 몸의 경계를 지키는 경계선이기 때문이다.

피부는 부드럽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주위 환경의 상태에 알아서 맞추고 대응하며 상태를 조절한다.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이 아마도 단단한 것보다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말은 즉 피부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해결하기가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한다. 나를 둘러싼 강한 틀이 약해진 것을 말하니 한번 피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낫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피부질환은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할까.

요즘 시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전으로 가보아도 피부질환은 언제나 심각하게 여겨진다. 역사에 관계된 서적을 보면 조선시대 왕들이 고질적으로 앓았던 병으로 피부질환이 많이 나온다. 더 오래전에는 천형으로 여기기까지 했는데, 낫기 힘들며 피부가 공간과 가장 가까이 밀접하게 닿아있다는 감각이 그렇게 인식되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둘러싼 공간 안에서 힘든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당연히 여기며 생활하고 있고 평상시 거기에 의구심조차 가지지 못한다. 세상에 당연히 그래야 한다 같은 것은 없기에 버티는 데 큰 틀이 되어 주는 피부에 대해 우리는 큰 감사를 해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럼 피부는 계속 변화하는 공간 안에서 어떤 방법으로 내 몸을 견딜 수 있게 해줄까.

여러 가지 기전이 있지만 가장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수분을 통해 조절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인체 내의 혈액순환만큼 중요한 것이 수분이며 수액대사와 수분의 순환은 우리 몸의 생명 유지 및 상태 유지에 큰 역할을 한다. 피부의 상태 역시 수분이 많은 역할을 차지하며 어떤 환경에서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조절해 준다.

이와 연관해 피부질환이 자주 발생하는 연령을 보면 노인과 아이를 들 수 있다. 노인의 경우는 노화로 인해 몸 전체적으로 수분이 부족해져 피부가 건조해지고 약해지는 것이며, 아이의 경우는 외부의 변화에 대응할 정도로 아직 피부가 강해지지 않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인 아토피의 경우 인공적인 환경이 덜한 농촌이나 환경이 깨끗하다고 평가받는 뉴질랜드 같은 곳에서 지낼 때 급격하게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이 사람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한의학에서도 피부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약이 있는데 대표적인 약들을 들어보면 ‘사물탕(四物湯)’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을 바탕으로 보혈(補血) 보음(補陰)해 수분을 채우는 약들이 있다. 또 ‘청기산(淸肌散)’과 같이 순환을 막는 찌꺼기를 제거해 피부를 맑게 하는 약들이 있으며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처럼 염증이 심할 때 이를 가라앉히는 약들이 있다.

침치료로 과연 피부질환에 효과가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침은 기능적인 순환을 돌리며 중심을 잡아 인체의 틀을 조정해주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북고비사막이나 캄보디아 등의 아주 건조하거나 습한 극단적인 기후의 장소에 의료봉사를 갔을 때, 환자들이 기본적으로 피부질환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침치료를 할 때 주 증상을 떠나 피부상태가 상당히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가적인 방법으로 연령에 따라 나눠보면 아이들의 경우는 자연친화적인 것이 좋다. 흙놀이와 같이 자연 속에서 뛰놀며 인공적인 자극을 피하고 피부의 면역력을 조금씩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위에서 내용이 빠졌지만 피부는 인체 내부의 반응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먹는 것에서도 인스턴트 음식이나 과자 등 자극적인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노인은 보습에 의미를 많이 두어야 하는데 규칙적인 식사와 물마시기,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든 연령에 해당되는 것으로 당연하지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적당히 흘려주는 것은 수분의 순환에 많은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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