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당뇨…3多 증상 땐 공복혈당 재보세요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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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0 08:10  |  수정 2018-11-20 08:11  |  발행일 2018-11-20 제19면
■ 당뇨와 건강하게 공존하는 법
20181120

# 자영업을 하는 40대 최모씨는 오랫동안 운동을 해오면서 체력과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다. 먹는 만큼 운동으로 소모시킨다는 생각에 커피 등 각종 인스턴트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었고, 일이 끝나면 없는 술자리도 만들어 마시는 두주불사형 음주가였다. 70㎏대 중반을 유지하던 몸무게가 90㎏에 육박해도 ‘나잇살이려니’ 하면서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 건강하다고 자부해왔던 최씨는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전단계로 판정받았다. 당뇨병 전단계는 혈당수치가 정상보다는 높지만 당뇨병의 진단기준에는 못 미치는 상태를 말한다.

당뇨병은 오랜 기간 증상을 느끼지 못한 채 꾸준히 진행된다. 자신이 당뇨병인지 모르고 지내다가 뒤늦게 진단을 받고 한순간에 합병증을 불러온다. 당뇨병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당뇨병은 완치가 되지 않는 병이다. 평생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생활습관을 철저히 한다면 당뇨병은 더 이상 두려운 병이 아니다.

세계당뇨연맹(IDF)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질환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10초마다 3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2030년에는 성인 10명 중 한 명이 당뇨병을 앓을 것으로 예측했다.

◆당뇨는 인슐린 이상으로 발생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병이다. 우리 몸에 들어온 음식물 중 탄수화물류는 위에서 소화돼 포도당으로 변한다. 이때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세포에 포도당을 넣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면 혈관 속에는 적정량의 포도당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슐린이 적게 분비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문제가 된다. 세포 속으로 들어가야 할 포도당이 혈관 속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면서 당분으로 끈적끈적해진 혈액은 전신의 미세혈관을 막는다. 눈의 미세혈관을 막을 경우에는 실명에 이를 수 있다. 큰 혈관을 막을 경우에는 뇌졸중, 심근경색, 협심증 등이 발생한다. 신장까지 파괴하면 만성 신부전증을 일으킨다. 뇌혈관 질환에서 손발 괴사, 발기부전까지 당뇨병은 혈관이 있는 모든 곳에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세포에 있을 포도당이 혈관에 쌓여서 발병
오랜 기간 증상 못 느끼다 한순간에 합병증
실명·뇌졸중·심근경색·손발괴사 등 위험

당화혈색소·경구당부하 등 혈액검사 진단
공복혈당검사서 126㎎/㎗ 이상이면 당뇨
당뇨 전단계 규칙적 식사 등 혈당 관리 중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당뇨병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5년부터 3년 새 3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2016년 연령별 진료 인원을 살펴보면 50~70대가 전체 인원의 80%를 차지했다. 60대가 29.7%로 가장 많았고, 50대 27.5%, 70대 23.1%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54.5%)이 여성(45.5%)보다 약 1.2배 많았다.

당뇨병은 제1형과 제2형으로 구분된다.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투여하는 치료를 시행한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특징이다. 제2형 당뇨병은 서구화된 식생활에 따른 고열량, 고지방, 고단백의 식단과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이외에도 특정 유전자의 결함에 의해 생길 수 있으며 췌장 수술, 감염, 약제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제2형 당뇨병은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치료가 어렵다. 생활 습관 교정과 함께 하루 1~3회 약을 복용한다.

◆당뇨병을 관리하려면

당뇨는 약한 고혈당에서는 환자 대부분이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모호해서 당뇨병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당뇨병의 3대 증상으로는 다음(多飮), 다식(多食), 다뇨(多尿)를 꼽을 수 있다. 혈당이 높아지면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때 포도당이 다량의 물을 끌고 나가기 때문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몸 안의 수분이 모자라 갈증이 심해지고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또한 섭취한 음식물이 에너지로 제대로 이용되지 못해 공복감이 심해진다.

당뇨는 혈액검사(공복 혈당검사, 당화혈색소 검사, 경구당부하 검사)로 진단한다. 공복 혈당검사는 8시간 금식한 후 혈당을 측정한다. 경구당부하 검사는 공복 상태에 75g의 포도당 용액을 마시고 2시간 뒤 채혈해 포도당을 측정한다. 이때 공복 혈당검사로 측정한 혈당이 126㎎/㎗ 이상이거나, 경구당부하 검사 2시간 뒤 혈당이 200㎎/㎗ 이상인 경우, 무작위 당 검사에서 200㎎/㎗이면서 고혈당의 전형적인 증상이 있는 경우를 당뇨병이라고 한다.

당뇨 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혈당을 조절해 합병증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다. 당뇨병이 실명, 신장 투석, 하지 절단 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당뇨병 합병증의 발생과 진행을 예방하기 위해 혈당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가 혈당 측정과 당화혈색소 검사를 함께하면 혈당 조절에 더욱 도움이 된다. 당화혈색소는 혈당이 증가되어 적혈구에 있는 혈색소에 포도당이 붙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당화혈색소 수치로 지난 2~3개월 동안 평균 혈당 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당뇨병의 치료·관리가 안정적으로 되고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정상인의 당화혈색소 수치는 4~6%이며, 당뇨병 환자는 6.5%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한다. 적어도 7% 이하를 유지하도록 한다.

식이요법 또한 중요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도록 한다. 식단은 혈당 조절과 함께 콜레스테롤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저지방 위주로 구상한다. 기름기 많은 육류, 난류, 가공육류, 내장류, 어패류의 섭취를 줄인다. 대신 섬유소를 충부하게 섭취한다. 섬유소는 혈당과 혈중지방의 농도를 낮춰 혈당조절과 심장순환계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섬유소는 잡곡밥, 현미밥, 채소, 콩류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당뇨병 환자는 고혈압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지나친 염분 섭취는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싱겁게 먹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단순당(설탕, 꿀 등)은 소화흡수가 빨라 혈당상승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섭취를 줄이도록 한다. 술은 칼로리가 높아 체지방을 늘리고 혈당을 불안정하게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마시지 않도록 한다.

당뇨병 전단계에서 혈당을 잘 관리하면 일생을 정상적인 사람과 똑같이 살 수 있다. 오히려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25%가 당뇨병으로 진행한다. 당뇨병 전단계의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철저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도움말=건강보험심사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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