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0조 예산 절반 0∼5세 보육료…출산기피 문제부터 해결을”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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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0 07:43  |  수정 2018-11-20 09:56  |  발행일 2018-11-20 제6면
개선 목소리 높은 출산·보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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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 지자체가 학부모 교육비 부담 경감을 위해 건립한 장난감도서관. 이 곳은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장난감과 책을 빌려주고 있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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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출산·보육정책을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 한 아파트에서 두살배기와 다섯살배기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모씨(여·39)는 “임신 이후 최근까지 보건복지부·대구시·달성군청 등으로부터 출산·보육지원금을 받았다. 적잖은 금액이지만 이것 때문에 출산을 결심하는 부부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냥 공돈 생겨 기분이 좋은 정도”라고 했다. 고2 학생을 둔 박모씨(57·북구 태전동)도 “사실 초등학교 전까지는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날로 상승하는 집값과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출산을 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동시에 계속 이어진다면 대한민국 미래 발전 동력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정부·지자체의 출산·보육지원 정책은 여전히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유아 예산에만 집중적 편성

저출산·아동돌봄·교육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정부와 일선 지자체는 10여년 전부터 관련 예산을 대거 투입했다. 특히 어린이집 확충 등 보육 분야에 많은 예산을 집행했고, 지난 9월부터는 아동수당까지 도입하며 ‘현금성 복지’를 늘렸다. 내년부터 대구는 서울에 이어 어린이집 전면 무상보육도 실시한다. 이를 위해 시는 7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포항시 역시 내년부터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는 부모가 그동안 매달 추가로 부담해 온 누리과정 차액 보육료 4만9천~6만9천원을 대신 지원한다.

대구지역 8개 지자체는 출산 관련 지원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첫·둘째 등 아이의 수와 거주기간에 따라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550만원까지 출산축하금을 출산가정에 나눠주고 있는 것. 남구와 달성군 등은 출산축하금 외에도 고막 체온계, 속싸개, 내의 등 10만원 이상의 출산용품을 소득과 상관 없이 지원한다. 또 분만비와 산후조리비 등도 감액해 주고 있다.


정부·지자체 관련예산 대거 투입
아동수당 등 ‘현금성 복지’치중
대구 내년 전면무상보육도 실시
경북 대부분서 출산 축하금 지원

실제 만족도는 건강검진 의료비·
양육비 세제지원·교육비 지원順
“양육 단계별로 욕구 수준 반영
수요 큰 사업 위주로 확대해야”



경북은 더 적극적이다. 23개 지자체 대부분이 출산축하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의성군의 경우 셋·넷째 이상을 출산한 가정에 2천만원에 가까운 출산장려금을 전달하고 있다. 포항·영천·안동시 등은 보장성 보험 성격의 건강보험료를, 칠곡군은 산전·기형아 검사와 함께 엽산·철분제를 지원한다. 영천시는 지역 7개 한의원과 연계해 20만원 상당의 산모 보약비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포항시는 내년 교육예산을 올해보다 90억원 증액할 방침이다. 초·중학교에 이은 사립유치원 전면 무상급식과 어린이집 무상보육, 중·고교 신입생 무상 교복 지원을 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출산정책 관련 공무원은 “실제로 상담해 보면 출산장려금 등 지자체 지원혜택 때문에 출산했다는 가정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모르는 가정이 더 많다”며 “단체장이 선거법과 상관 없이 지원할 수 있다 보니 다양한 명목을 만들어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생애주기별 건강·의료비 지원 절실

육아정책연구소의 ‘저출산 분야 자녀돌봄 지원의 생애주기별 정합성 진단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예비부모 및 자녀를 둔 부모 1천2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아동에 대한 의료비 지원의 만족도와 필요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의 각 정책을 7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영·유아 건강검진 및 의료비 지원이 평균 6.25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양육비 세제 지원(6.17점), 학령기 교육비 지원(6.12점), 임신·출산 관련 의료비 지원과 영유아 보육료 지원(각 6.06점), 초등 방과 후 돌봄 지원(6.05점) 등이 뒤를 이었다.

지자체 자체 사업 중에서는 영·유아 무료 독감 예방접종이 6.04점(7점 만점)으로 자녀 양육에 가장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신생아 건강보험료 지원(5.86점), 맞벌이가구 가사관리사 파견, 아동전문 건강센터 운영, 아동 등·하원(교) 서비스 제공(각 5.64점), 셋째 자녀 진료비 감면(5.62점), 신생아 안심보육료 지원(5.58점), 영·유아 학습비 지원(5.57점) 등의 순이었다. 지자체 사업 중 출산 사업에 한정해서는 신생아(0세) 의료비 지원의 만족도(5.94점)가 가장 높았다.

돌봄지원 정책은 보육·교육 외에 △출산·신생아 의료지원 및 건강관리서비스 △학령기 자녀의 건강관리 및 의료비 지원 △교육비 지원 등 매우 다양하다. 이 중 의료비 지원의 만족도와 필요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부 지원은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 2017년 정부가 집행한 자녀양육 관련 예산은 모두 60조6천686억원으로, 이 중 51%가 0∼5세 보육료 지원에 사용됐다. 임신·출산 진료비 비중은 0.02%, 신생아 사전예방적 건강관리 0.64%, 고위험군 산모신생아지원 0.23%, 영·유아 건강검진 사업 0.02%에 불과했다. 12세 이하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이 아동건강 정책 중 예산규모가 가장 컸지만 4.03%에 그쳤다.

연구팀은 “자녀돌봄 지원은 양육단계별 욕구 수준을 반영해 더 세분화하고 수요가 큰 사업을 위주로 확대해야 한다”며 “영·유아기는 다양한 돌봄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의료지원 분야는 보편적인 수요에도 못 미치고 있어 시급한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또 “건강관리·의료비 지원의 수요가 중·고등 학령기까지 존재하므로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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