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왜 한국당엔 아직도 ‘親朴’ ‘非朴’이 있을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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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9   |  발행일 2018-11-19 제30면   |  수정 2018-11-19
친박계-비박계로 부르든
잔류파-복당파로 나누든
박근혜 탄핵 연상 이미지
全大 최후의 일전 치르고
과거 벗어나 미래로 가야
[송국건정치칼럼] 왜 한국당엔 아직도 ‘親朴’ ‘非朴’이 있을까…

정치에서 유권자들이 갖는 ‘연상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개별 정치인뿐 아니라 특정 정당과 정파마다 각자의 이미지가 있고, 거기서 여러가지를 연상하며 호·불호를 가르는 기준이 되곤 한다. 특히 어떤 정치세력이 갖는 연상 이미지는 그 그룹의 네이밍(이름 붙이기)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정당이 걸핏하면 당명을 바꾸는 건 나쁜 연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과거 3김 시절 ‘상도동계’(김영삼), ‘동교동계’(김대중), ‘청구동계’(김종필)는 그 이름에서 정치적 연고지, 노선, 인적구성이 쫙 떠올랐다. 3김의 계보는 각각 보스 이름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YS계’ ‘DJ계’ ‘JP계’라고도 불렸는데, 그 이후론 각 정치계파가 리더의 성을 따서 ‘친(親)○계’라고 네이밍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 세력은 ‘반(反)○계’ ‘비(非)○계’로 불린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집권세력 안에는 ‘친문(친 문재인)계’와 ‘비문계’가 있다. 자유한국당엔 집권 시절의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계’가 그대로 있다. 그런데 친문-비문 구별과 친박-비박 구별에 대한 유권자의 연상 이미지엔 큰 차이가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절대다수인 친문계가 청와대·내각과 함께 국정운영을 주도하고 소수인 비문계가 정권 내 견제역할을 하는, 어찌보면 양쪽 다 좋은 연상 이미지를 갖는다. 반면에 한국당의 친박계는 박근혜 정권 실패에 책임이 있음에도 여전히 정치의 한 끄트머리를 붙잡고 매달린 집단으로 비치곤 한다. 비박계도 좋은 연상 이미지는 결코 아니다. 같은 뿌리이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조함으로써 보수 몰락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따라서 친박계든 비박계든 국회에서 탄핵소추되고 헌재에서 파면된 ‘박근혜’를 연상시킨다. 그럼에도 비박계는 한국당 안에서 만큼은 친박-비박 프레임을 그대로 사용한다. 친박계가 박근혜정권 몰락에 책임 있는 세력이고, 탄핵에도 반대했다는 이미지를 심어 수렁 속에 가두는 대신 자기들은 이를 딛고 빠져나오겠다는 속셈이다. 이를 모를리 없는 친박계는 네이밍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친박-비박 대신 ‘잔류파’-‘복당파’ 프레임을 짜려 한다. 친박계 입장에서 자기들은 탄핵정국 때 풍전등화였지만 꿋꿋하게 잔류해 당을 지킨 절개를 지닌 세력이다. 반면에 친박계 시각에서 복당파는 어려울 때(탄핵과 대선) 당을 뛰쳐 나갔다가 밖에서도 별 환영을 받지 못하자 슬그머니 돌아온 기회주의적인 세력이 된다.

친박계든 비박계든, 잔류파든 복당파든 큰 착각에 빠져 있다. 자기들끼리 뭐라고 네이밍하든 많은 국민은 ‘박근혜’ ‘탄핵’ ‘보수분열’ ‘대선패배’ ‘지방선거 참패’ 이미지를 연상한다. 더 큰 문제는 지금 당 안에서 벌어지는 네이밍 경쟁은 무조건 과거지향적이란 점이다. 과거를 털어내고 앞으로 갈 생각은 않고, 지금까지도 네 탓 놀음만 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까발리는 꼴이다. 언론 탓을 할지도 모른다. 언론이 편의에 따라 친박-비박, 잔류파-복당파 구분을 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공식 회의석상이나 기자간담회,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목적을 가지고 그런 표현을 실제로 하고 있다. 언론에 친박-비박, 잔류-복당 지칭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은 없었다.

현실적으로 당에 계파가 존재하니 네이밍은 필요하다. 한국당의 경우 2월 전당대회까지는 이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친박-비박이든, 잔류파-복당파든 갈라져서 마지막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 결과에 따라 네이밍을 새로 하면 어떨까. 당권파-비당권파로 구별하든, 주류-비주류로 부르든 과거에선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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