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대구 싱어송라이터 김빛옥민

  • 최미애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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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7   |  발행일 2018-11-17 제22면   |  수정 2018-11-19
“맨날 복도에서 노래부르던 아이…버스킹하며 무대 맛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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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김빛옥민이 자신이 쓴 노래의 가사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평범한 것이 특별한 것이 될 때가 있다. 싱어송라이터 김빛옥민이 노래로 전하는 이야기도 그렇다. 복잡하고 심오한 세계가 아닌, 그저 평소 느낀 것들을 그대로 담아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듣는 사람의 마음에 닿아 있다. 무대에서의 모습도 평범하다. 노래를 부르기 전에 꾸밈없이 생각나는 대로 하는 멘트를 듣다 보면 다소 엉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하기 시작하면 사뭇 진지하다.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로도 활동무대를 넓혀가고 있지만 김빛옥민은 스스로를 “소소히 노래하는 음악가”라고 했다.

◆음악은 함께하는 친구

“노래 부르는 게 그냥 좋았어요.” 어릴 때부터 무언가 흥얼거리는 게 김빛옥민의 취미였다. 소리가 울리는 아파트 복도에서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도 그를 ‘맨날 복도에서 노래 부르던 애’로 기억한다. 그때 불렀던 노래는 유명한 가수의 노래나 잘 알려진 동요 같은 게 아니다. 순간 생각나는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불렀다. 그러다 중학교 때 친구 집에서 기타를 처음 만져봤고 직접 사서 혼자 방에서 쳐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20대 초반이었던 2014~2015년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버스킹을 처음 했는데,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대학교 동아리 활동도 했지만 버스킹을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지역 클럽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20대 초반 대구百 앞서 첫 버스킹
사람들 호응 얻으면서 뮤지션의 삶

‘느낌’ 올때 기타 연주로 곡 만들어
흥얼거리며 내뱉은 단어가 가사로

섬유공예 전공…전시회에도 참여
아쟁 연주자와 팀 꾸려 이색 공연
‘함께 포텐 터지는’ 밴드 등 하고파


김빛옥민은 “지금은 버스킹이 MR를 틀고 하는 등 변질된 것도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다들 자기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직접 치는 분위기였다. 그때 사람들도 많이 모였고, 그때 무대 맛을 알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제는 취미활동을 하는 게 아닌 뮤지션으로 활동 중이지만 음악으로 소위 ‘잘 나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지역에서도 열심히 활동하면 공연을 하는 게 충분히 의미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저한테 음악은 친구지, 음악이 목적이고 음악으로 잘 나가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서요. 그냥 좋은 공연을 보고 나서 나도 좋은 공연을 하고 싶고 어떻게 공연을 만들지 생각하는 것 같아요.”

◆창작활동은 나를 표현하는 방법

김빛옥민이 부르는 노래는 자작곡이 대부분이다. 20곡 정도를 썼다. 이 노래들은 대부분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 특별한 사건이 있어서 가사를 먼저 쓰기도 하지만, 일단은 노래를 만들고 싶은 ‘느낌’이 올 때 기타를 잡는다. 아무렇게나 코드를 만들어보고 기타를 연주하면서 흥얼거리는 걸 녹음하는데 그때 순간순간 뱉은 단어들이 있다. 이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드는 게 김빛옥민이 노래를 만드는 방법이다. 그의 가사는 구체적이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노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관객의 몫이다. 그는 “순간적이고 무의식적인 걸 믿는다. 그때 나온 것들이 진정성이 있다고 믿어서 그때의 느낌을 되짚어서 곡을 쓴다”며 “계획을 잘 못하고 즉흥을 사랑하다보니 곡도 즉흥적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작곡만으로 무대를 꾸미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빛옥민은 곡을 쓰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재밌다고 했다. “곡을 만들고 부르는 건 제 표현방식이고, 제가 표현한 것을 다른 사람이 접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이 흥미로워요. 제 얘긴데 다른 사람들이 듣고 좋아하는 게 신기해요.”

섬유공예를 전공한 김빛옥민은 꾸준히 섬유를 이용한 창작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올여름 더스타일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껌값전’이라는 전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빛옥민은 “음악과 미술 작업이라는 두 가지 형태가 제가 표현하는 방식인 것 같다. 섬유로 창작활동 하는 것도 음악 못지않게 좋아해서 틈틈이 뭐든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쟁과 함께하는 프로젝트팀

지난해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했다. 아쟁 연주자 전휘영씨와 함께하는 프로젝트 팀 ‘옥민과 땡여사’다. 전씨가 먼저 연락이 와서 같이 해보자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잘 맞아서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 EBS 스페이스 공감과 함께하는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카스텐·장기하와 얼굴들 등을 배출한 인디 밴드의 등용문으로 꼽힌다. 흥미롭고 신나는 작업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힘든 점도 있었다. 김빛옥민은 “‘옥민과 땡여사’의 취지가 실험적이고 재미있는 공연을 하자고 하는 거였는데, 음악을 경쟁시키는 프로그램이다보니 이후에 진이 빠졌다”고 말했다.

옥민과 땡여사는 지난 5월 더폴락의 빈 공간에서 ‘옥땡청당’이라는 독특한 공연을 기획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사람에게 딱 한 곡의 노래를 들려주는 공연으로, 45명의 사람들이 이 공연을 우연히 보거나 사전 공지를 보고 찾아왔다. 김빛옥민에게도 기억에 남는 공연이기도 하다.

“얕은 삶은 없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정말 밝은 곡인데도 우는 사람도 있었고, 다 각자 자기 삶으로 해석해서 감동을 받더라고요. 타인과의 보이지 않는 연결성을 느낄 수 있어 따뜻한 공연이었어요.”

◆함께하는 공연

늘 하던 통기타 대신 최근에는 일렉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불러보기도 했다. 지난 10일 서울 컨벤트펍에서 열린 ‘빅나인 고고 클럽’ 공연에서다. 일명 ‘서울상륙대작전’으로 김빛옥민을 비롯한 대구 지역 뮤지션들이 서울 공연장 무대에서 공연했다. 통기타를 연주하면서 곡 표현력에 한계를 느꼈는데 일렉 기타를 연주하면 이펙터를 사용해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했던 시도였다.

뿐만 아니라 언젠가 밴드로도 활동해보고 싶은 게 김빛옥민의 꿈이다. 옥민과 땡여사로 활동하면서 ‘함께하는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같이하면서 ‘포텐이 터지는 것’(숨겨져 있던 잠재력이 폭탄 같이 터지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이 즐겁다고 했다. 밴드 활동뿐만 아니라 섬유 공예로도 누군가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같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데 쉽게 만족을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어서요. 하지만 이제는 같이하고 싶어요. 저랑 많이 놀아줬으면 좋겠어요.(웃음)”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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