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선거제와 소수정당, 그리고 새대열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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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6   |  발행일 2018-11-16 제27면   |  수정 2018-11-16
[조정래 칼럼] 선거제와 소수정당, 그리고 새대열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 12일 “선거제도 개혁 없이 예산통과 협조도 없다”고 여당을 압박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천명하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배수진을 쳤다. 이에 앞서 그는 또 지난달 13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주자로 나서 “이제 다당제 민주주의로 가야 대립과 분열의 정치가 막을 내리고, 먹고사는 문제를 놓고 정당들이 경쟁하는 합의제 민주주의로 진화한다”고 진단했다. 선거제도 개혁은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우리미래 등 원내외 7개 정당과 전국 57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정 대표와 평화당을 비롯한 소수정당들이 선거제도 개편에 목을 거는 건 자명하다. 다음 총선에서 유의미한 의석을 확보하며 존재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지금의 소선거구제를 어떤 식으로든 혁파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소선거구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승자독식의 정치구도, 거대 양당제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고 유권자 3분의 1의 기권과 유효투표 절반 이상의 사표를 초래하는 청산해야 할 적폐로 개혁의 도마에 올라 있다. 소수 정당들은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국회 전체 의석이 배분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민주·한국 양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이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지를 등에 업으면서 정치적 명분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다당제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착근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현재 사실상의 양당제 구도 아래에서 원내만 7개의 정당이 존재하는 현실 자체만 해도 다당제 선호 현상의 존재를 방증한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다당제를 선호한 반면 양당제를 꼽은 비율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국회와 정책을 둘러싸고 여야 정당들이 이합집산하며 사안별로 선택을 달리하는 다양성과 협치를 실험하고 있기도 하다. 당장 시험대에 오른 다당제 효과,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 선 중소 규모 당들의 캐스팅 보터 역할이 각광을 받으면서 거대 양당의 적대적 짬짜미와 공생관계를 넘어설지 아니면 좌우 혹은 보혁의 대통합이란 기치 아래 질식할지 초미의 관심을 모으는 시점이다.

민주·한국 양당의 미온적인 자세와 당리당략적 계산이 최대 관건이다. 하지만 이 또한 여론의 압박과 시대적 요구 앞에 요지부동일 수만은 없다. 지난 총선에서 다당제를 지지한 민심은 물론 평화당 정 대표의 지적처럼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을 주문한 바 있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 또한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고치면 집권 여당이 가장 손해를 보게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했다.

한국당은 인적 쇄신 등을 둘러싼 내홍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지만 그렇더라도 표의 비례성과 등가성을 높이자는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 계속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다가는 민주당에 주도권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반 개혁 세력으로 낙인찍히면서 거대 양당의 한 축으로서 대의명분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소수정당은 선거제도 개혁의 이니셔티브를 쥐었고 놓쳐서는 결코 안 되는 호기를 잡았다고 하겠다.

개편이 확실시되는 선거제도에 대한 대구경북의 관심사는 그 어느 지역보다 크다. 2020 총선에서 한국당은 수성에 안간힘을 쏟으려 하겠지만 미래를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오리무중인 지금의 당내 사정을 감안하면 과거와 같은 전폭적인 TK 민심을 업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대구에서 지역구 2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보수 텃밭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공세를 강화할 터이다.

‘새대열’(새로운 대구를 여는 사람들)은 걱정스럽다. 새대열은 정당법 개정 등을 통해 지역 정당 설립을 목표로 했기에 태생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래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특히 지방선거보다 총선이 더욱 그러한데 기성의 정당과 정치적 제휴 등의 정치적 묘수를 찾아야 하겠다. 소수 정당이 비례대표제 강화를 들고 나왔듯 새대열은 인물 중심으로 TK의 적자를 자임할 수도 있겠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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