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출국

  • 윤용섭
  • |
  • 입력 2018-11-15   |  발행일 2018-11-15 제42면   |  수정 2018-11-15
‘평범한 가장’ 이자 ‘납북공작원’ 실존 이야기
20181115

이념과 사상의 차이로 인한 대립과 갈등이 극심했던 1980년대. 과거 ‘민실협’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국내 입국이 금지된 영민(이범수)은 서독에 망명해 아내(박주미)와 두 딸, 혜원(이현정)·규원(김보민)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영민은 경제학자인 자신의 학문을 높이 평가한다는 북한 공작원의 꾐에 빠져 북한행을 택한다. 하지만 북한의 주체사상을 따르고 유럽을 거점으로 요인을 포섭해야 하는 스파이 임무가 그에게 주어진다. 잘못된 선택이라고 판단한 영민은 가족과 함께 도착한 코펜하겐 공항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아내와 막내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억류되고 영민은 가족을 찾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1986년 실존했던 납북 공작원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출국’은 영민의 고군분투를 숨가쁘게 쫓는다. 가족의 생사가 달려있기에 영민은 다급하다. 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그를 계속 감시해온 남한의 안기부나 미국 CIA는 오히려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영민을 이용하려 할 뿐이다. 어찌보면 영민은 혼란과 분단의 시대가 낳은 희생자에 다름 아니다.


이념·사상 차이로 서독 망명후 아내·딸과 행복한 삶
北 꾐에 스파이 활동…가족찾기 위한 외로운 싸움



‘출국’은 첩보물의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화려한 액션과 스릴러적 긴장감에 치중한 장르적 접근보다는 드라마적 감성에 충실한 영화다. 이념과 사상을 떠나, 자신의 성공이 가족의 행복이라 믿었던 평범한 가장, 오영민의 부성애와 가족애가 그 중심이다. 때문에 조금은 단조롭고 투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가 품고 있는 진정성을 주목해서 본다면 제법 울림이 크다.

사실 이 영화는 지난해 ‘화이트 리스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개봉 전, 박근혜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는 보도 때문인데 ‘출국’의 연출을 맡은 노규엽 감독은 “합리적 의심이라는 명분하에 근거없는 사실이 아닌 기사들이 많았다”며 이를 일축했다. 그는 “정작 중요했던 건 ‘개인의 삶을 돌아볼 계기가 있었는가’였다”며 “‘출국’을 통해 체제 속에 함몰된 개인의 삶에 집중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이범수는 부성애 넘치는 실제 모습을 영민 캐릭터에 투영해 사실감과 진정성을 더했다. 여러 논란을 떠나서 ‘출국’은 영화 그 자체로 충분히 대중과 소통이 가능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