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서해권 두족류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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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5   |  발행일 2018-11-15 제38면   |  수정 2018-11-15
가을 서해바다 갑오징어가 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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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 굵은 갑오징어를 낚은 YGF 김진석 필드스태프. 올가을 서해 두족류 낚시는 갑오징어가 조황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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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분주한 대야도항 선착장.

가을 시즌을 맞은 안면도 대야도항은 이른 새벽부터 분주했다. 낚싯배 조명등이 대낮처럼 선착장을 밝히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든 꾼들은 각자 장비를 챙겨 낚싯배에 오른다. 지난 10월 말 필자도 이들과 함께 주꾸미 갑오징어 낚싯배, 복성호에 올랐다.

안면도 대야도항
궂은 날씨 탓 바닷물 뒤집혀 황톳물
대천에서 천수만으로 뱃길 다시 돌려
주위보다 깊은 물골, 움직이는 포인트
강한 속조류, 에기 바닥 붙이자 입질
씨알 굵은 갑오징어 낚는 재미가 쏠쏠
작은 아이스박스 묵직하게 채울 정도


◆천수만에서 대천, 그리고 다시 천수만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날씨가 좋네요. 오늘은 멀리 나가도 될 것 같습니다.”

복성호에 승선해 출항을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던 김진석 YGF영규산업 필드스태프의 표정이 밝다. 원래는 오전까지 바람과 파도가 만만찮을 거라는 예보가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다행히 새벽부터 바다가 장판처럼 잔잔했다. 오전 6시에 대야도항을 떠난 복성호는 원산도 앞에서 잠시 머물다 포인트를 찾아 꽤 멀리 남하했다. 육지 쪽을 바라보니 배는 이미 보령 화력발전소 앞을 지나고 있었다. 곧이어 보령 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배가 자리를 잡는다. 저 멀리 하얀 백사장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복성호는 대천해수욕장 앞까지 내려왔나 보다.

그런데 막상 날이 밝고 보니 바다 사정이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일단 물색이 너무 탁했다. 전날의 궂은 날씨 탓에 바닷물이 뒤집혀 누렇게 황톳물이 일었다. 제대로 낚시하기가 곤란할 정도. 이 때문에 주꾸미 입질은 거의 받지 못하고 감자 만한 씨알의 갑오징어가 가끔 한 마리씩 낚일 뿐이었다. 결국 복성호는 2시간 후 천수만 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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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를 낚아 올리고 있는 이현씨. 천수만으로 돌아온 후 좀 더 씨알 굵은 녀석을 낚을 수 있었다.

◆올가을은 주꾸미보다 갑오징어

천수만으로 돌아온 복성호는 이날 철수할 때까지 원산도 주변을 맴돌았다. 천수만 쪽은 확실히 물색이 맑다. 낚이는 갑오징어의 씨알도 굵다. 다만 주꾸미는 가끔 손님고기로 한두 마리씩 낚일 뿐 얼굴 보기가 꽤 힘들었다.

“올해 주꾸미 낚시는 좀 힘듭니다.”

김진석씨의 말에 따르면 올가을 서해는 주꾸미보다 갑오징어가 두족류 선상낚시 조황을 주도하고 있다.

나도 낚싯대를 들었다. 갑오징어 낚시는 꽤 오랜만이다. 처음 한두 시간 정도는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액션을 준답시고 쓸데없이 고패질을 계속 한 게 원인이었다. 에기를 바닥에 붙인 후 가만히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그러면 배가 조류에 밀리며 자연스럽게 내 채비가 바닥을 긁었고 이때 입질이 들어왔다.

조금 물때였지만 속조류가 꽤 강한 편이어서 채비가 금방 떠내려간다. 그러나 일단 바닥에 에기를 붙이기만 하면 입질 받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물이 흐리고 조류가 강해 호황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작은 아이스박스 하나는 묵직하게 채울 수 있었다.

절정을 넘어 시즌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서해권 두족류 낚시. 올해는 갑오징어가 갑(甲)으로 군림 중이다.

◆포인트

조개껍데기가 많이 보이는 해변 근처에는 거의 갑오징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어탐기가 있다면 그중에서도 포인트를 더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다. 바로 브레이크 라인(급격히 수심이 깊어지는 선)과 채널(주위보다 좀 더 깊은 물골) 등이다.

갑오징어떼는 물이 들고 빠질 때 물골을 통해 움직인다. 이런 걸 감안해서 포인트를 정한다. 포인트를 잘 잡는 날이면 한자리에서 세 자릿수 조과를 올릴 수도 있다.

갑오징어는 참오징어라고도 한다. 오징어 등에 납작하고 하얀 뼈조직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 일반 오징어와는 달리 2개의 기다란 다리가 없다. 몸통이 오징어보다 더 통통하고 다리 길이도 짧다. 오징어는 여름철인 7~9월이 제철, 갑오징어는 3~11월이 제철이다.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에기 바닥 걸리기 일쑤…한번 출조때 20∼30개 준비

장비와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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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오징어보다 낚기 쉽고 무늬오징어만큼 맛있는 갑오징어.

▶에기

갑오징어 낚시를 위한 루어, 즉 에기는 일명 ‘왕눈이 에기’다. 8월 문어부터 9월 주꾸미, 10~11월 갑오징어로 이어지는 두족류 낚시 시즌에 두루 쓰이는 것이 바로 왕눈이 에기다. 왕눈이 에기의 가장 큰 장점은 값이 싸다는 것이다. 1개 200~300원짜리부터 수천 원대까지 다양하다. 1개 1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무늬오징어용 에기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주꾸미 루어는 에기라고 하지 않고 ‘에자’라고 한다. 갑오징어는 에기다. 에기를 이용한 낚시를 ‘에깅낚시’라고 한다. 에자와 에기는 생긴 모습부터 다르고 대상 어류를 유혹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주꾸미 에자는 모습이 동족인 주꾸미 모습을 하고 있어 짝짓기를 하기 위해 올라 타는 습성을 이용해 잡아내는 방식이며, 갑오징어 에기는 먹이 생물인 새우의 모습을 본따 포식하는 습성을 이용해 잡아내는 방식. 그러나 갑오징어용 에기는 필요 수량이 많다. 보통 한 번 출조 때 20~30개씩은 준비해야 한다. 바닥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채비 손실이 잦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닥에 에기가 걸리는 걸 두려워하면 꽝의 지름길이다. 유명 메이커의 비싼 에기보다는 싸고 다양한 색깔의 에기를 많이 준비하는 게 좋다. 갑오징어낚시는 내 채비가 반드시 바닥을 더듬어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잦은 채비 손실을 감안해서 충분한 수량의 에기와 싱커를 준비해야 한다.

▶낚싯대와 릴

선상에서 즐기는 갑오징어 낚시는 버티컬(수직)낚시다. 때문에 베이트 장비가 편하다. 물론 스피닝 장비로도 할 수 있지만 바닥을 찍은 후 채비를 운용하기에는 베이트 장비가 훨씬 편하다.

▶싱커(추)

싱커의 무게는 수심에 따라 선택한다. 가능하면 가볍게 쓰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벼운 걸 쓰면 내 채비가 바닥에 닿기까지 시간이 너무 걸리고 조류에 떠내려갈 수 있다. 낚싯대 끝에서 바닥까지 라인이 그리는 이상적인 각도는 45도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

▶낚싯줄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2호 정도의 합사에 3호 정도 카본 쇼크리더를 쓰면 어지간한 밑걸림은 바늘이 펴지며 빼낼 수 있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조류의 영향으로 감도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1호 이하의 합사에 2~2.5호 쇼크리더를 쓰는 게 적당하다.

1분에 한번 채비 아래 위로… 에기공격 타이밍 노려야

낚시 요령


① 바닥 찍기

우선 채비를 내려 바닥을 찍는다. 조류가 멈추고 바람이 없을 때라면 약간의 캐스팅도 필요하다. 캐스팅을 해서 조금씩 릴을 감아 인위적으로 채비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조류나 바람에 따라 배가 움직인다면 채비를 바로 옆으로 내려도 된다. 중요한 건 내 채비가 바닥을 찍는지를 느끼는 것이다. 채비가 바닥을 찍는 걸 파악하지 못하면 요행으로 낚이는 눈 먼 녀석들 몇 마리 빼고는 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채비가 바닥을 찍는지 정확하게 느끼지 못한다면 좀 더 무거운 싱커를 써서라도 반드시 바닥을 파악해야 한다.

② 고패질

채비가 바닥을 찍었다면 릴은 가만히 두고 팔만 아래위로 움직여 채비를 살며시 들었다 놨다 반복한다. 우선은 내 싱커가 바닥을 두드리는 느낌을 익히자. 채비가 바닥을 찍는 것과 싱커가 바닥을 두드리는 것을 익혔다면 배가 흘러가는 대로 채비를 10~20㎝씩 아래위로 움직여 보자. 1분에 한 번 정도 20~30초씩 갑오징어가 에기를 공격할 수 있는 타이밍을 주는 것이다. 갑오징어의 입질은 물고기처럼 강력할 때가 있고 문어나 주꾸미처럼 끈적할 때도 있다. 채비가 바닥을 두드리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면 짧고 강하게 챔질한다. 에기 바늘을 갑오징어 몸통에 박히도록 충분하게 후킹을 시켜야 한다. 이후에는 펌핑(낚싯대를 세워 드는 행동)을 하지 말고 낚싯대의 탄성만 유지하면서 릴을 감는다. 에기 바늘에는 미늘이 없다. 설 걸리거나 무리하게 펌핑을 하면 갑오징어가 올라오다가 빠지기 쉽다.

이 두 가지 요령이 갑오징어 낚시의 처음이자 끝이다. 나머지는 포인트와 운에 달렸다. 이 두 가지를 초반에 확실히 파악해야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때 발길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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