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관료 출신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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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5   |  발행일 2018-11-15 제22면   |  수정 2018-11-15
■ 관료 출신 정치인
차기 총선과 대선 바라보며
몸 풀고있는 관료출신 많아
정치인과 관료는 다른 DNA
화려한 용 꼬리 되기보다는
초라한 닭 대가리 될 각오를
[차명진의 정치풍경] 관료 출신 정치인
[차명진의 정치풍경] 관료 출신 정치인
시사만평가

자유한국당의 정진석의원이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정치 입문을 권고했습니다. 정 의원은 자신이 원내대표 시절에 김 부총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시려고 했다는 일화까지 소개하며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현대 정치학의 대가인 막스 베버는 “좋은 관료일수록 나쁜 정치인이 될 것”이라며 관료의 정치입문을 만류했습니다.

베버에 의하면 전형적인 정치인은 데마고그, 즉 일종의 선동가입니다. 그러나 관료는 구체적인 집행자입니다. 정치인은 말과 글로 다수 대중의 마음을 사야 합니다. 관료는 구체적인 숫자와 물건의 완성을 통해 임명권자의 마음을 기쁘게 해야 합니다. 정치인은 열정적이고 당파적이어야 하지만 관료는 얼음장처럼 냉정하고 치우침이 없어야 합니다. 정치인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몇 년에 한 번 있는 선거의 결과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의 처지 변화를 겪어야 합니다. 관료는 변하면 오히려 이상하고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합니다. 그래서 정치인은 모험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하지만 관료는 안정을 중시합니다. 정치인은 실패할 경우 모든 책임을 자기가 홀로 져야 하지만 관료는 개인이 실패하더라도 조직에 이중삼중의 완화장치가 있습니다.

관료로서 훌륭한 업적을 쌓은 사람들이 정치에 입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들은 전문성을 살려서 좋은 정책을 생산하고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자주 선발됩니다. 그러나 그들 중에 국민을 울리고 분노케 하는 화두를 던질 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당선 확률이 낮은 선거에 나서기보다 잘 나가는 줄 찾는 일을 더 즐겨 합니다. 관료 출신 정치인은 작은 꼬투리라도 잡히면 엄청난 치욕으로 생각합니다. 혹시나 공무원연금이 날아가지 않을까, 가족들이 상처를 받지나 않을까 긴장합니다. 김동연 부총리뿐만 아니라 많은 관료 출신들이 다음 총선과 대선을 바라보며 몸을 풀고 있습니다. 그전에 자신의 DNA가 정치인으로서 적합한가부터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정치인은 화려한 용 꼬리보다 초라한 닭 대가리가 될 각오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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