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曲기행 .33] 문경 석문구곡(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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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봉규기자
  •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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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솟은 두 봉우리 ‘石門’ 이뤄…별천지서 詩文 짓고 풍류도 즐기네

석문구곡 마지막 굽이 9곡인 석문. 왼쪽 숲 속에 채헌이 건립해 애용하던 정자 석문정(작은 사진)이 있다.
3곡 우암대는 현리에서 현리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작은 길을 따라 400m 정도 가면 나온다. 금천 왼쪽 야산 아래에 있다. 우암대 위에는 정자 우암정(友巖亭)이 있다. 우암정은 1801년에 창건됐다. 우암(友巖) 채덕동이 선조인 채유부(蔡有孚)를 기리기 위해 건립했다. 채덕동은 형제간 우애가 각별했고, 부유하면서도 검소하였으며 많은 선비들과 사귀었다.

우암정 뒤쪽에 바위가 솟아있는데, 바위에 ‘우암채공 장수지소(友巖蔡公 藏修之所)’라고 새겨져 있다. 우암 채덕동이 은거한 곳이라는 의미다. 우암대 앞으로 금천이 흘렀을 것이나 지금은 주암과 마찬가지로 금천 둑에 막혀 물길이 이르지 않고 있다.

‘산양천이 적성산의 남쪽에서 나와 남쪽으로 나아가 옛날 추향(樞鄕)인 권 선생의 청대(淸臺)가 되었다. 청대로부터 위로 5리 지점에 수풀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승경이 있다. 인천(仁川) 채군상(蔡君尙)옹이 그 위에 정자를 지었다. 내가 금년 봄에 한 번 올라가니 정자의 좌우는 모두 푸른 바위이고 앞은 시냇물이 있어, 맑은 물이 급하게 흐르는 소리가 자주 난간에 들려왔다. 시내 밖에는 밝고 맑은 모래다. 고요한 별장인데, 별장이 자리하는 옛 현은 아침 저녁에 연기 꽃과 시내 아지랑이가 숲의 푸르름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3곡 우암대 앞엔 금천 흘렀지만
주암처럼 물길 막혀 이르지 못해

9곡 석문정, 선비 채헌의 이상향
12수 한시 ‘석문정십이경’ 남겨



정상관(鄭象觀)이 지은 ‘우암정기’에 있는 내용이다. 3곡시는 다음과 같다.

‘삼곡이라 여울가에 저문 배가 걸리니(三曲灘頭倚暮船)/ 우암대 몇 천년이 되었는가(友岩臺古幾千年)/ 우뚝 솟은 화주 모래 가에 서 있고(亭亭華柱沙頭立)/ 염바위 바라보니 다만 절로 어여쁘네(回首濂巖只自憐).’

화주는 화수헌이라는 집인데 지금은 없다.

4곡 벽립암은 금천 가의 바위 벼랑이 맑고 많은 물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했다. 근래 농지정리 과정에서 바위가 많이 제거돼 옛 모습을 적지 않게 잃어버렸다.

‘사곡이라 솟아 있는 푸른 바위 벼랑에(四曲蒼蒼壁立岩)/ 바위 이끼 이슬을 머금어 푸르게 드리우네(岩苔含露翠)/ 높다랗게 보이는 형체를 아는 이 없고(高見形體無人識)/ 넓고 넓은 뒷내에는 물이 가득할 뿐(汪汪後川只滿潭).’

5곡 구룡판은 마을 이름이다. 문경시 산북면 약석리 마을이다. 마을 표지석에 ‘구룡판’이라고 표기돼 있다. 마을 뒷산 봉우리가 아홉 마리 용이 서로 다투어 승천하려는 형상을 하고 있는 형세이고, 그 산기슭에 평평한 곳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이 마을을 지나다가 산세를 보고 큰 인물이 날 지세라고 하면서 산혈(山穴)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흙의 색깔도 붉게 되고 산 고개도 잘록해졌다고 전한다.

‘5곡이라 시냇가에 길이 돌아 깊고(五曲溪邊路轉深)/ 구룡판 아래는 버드나무 숲을 이루네(九龍板下柳成林)/ 숲 사이에 그윽한 흥취 누가 아는가(林間幽趣誰能會)/ 한 곡조 뱃노래에 객의 마음 상쾌하네(一曲棹歌爽客心).’

6곡 반정의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6곡시는 다음과 같다.

‘육곡이라 반정에 물굽이 둘러 있고(六曲潘亭一帶灣)/ 흰 구름 깊은 곳에 동문이 닫혀 있네(白雲深處洞門關)/ 비파산 풀 푸르고 강가의 꽃 떨어지며(琶山草綠紅花落)/ 황새가 우니 봄뜻이 한가롭다(黃鳥綿蠻春意閒).’

7곡 광탄은 두 줄기 물길이 만나 넓은 여울을 만드는 지점이라 광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광탄은 석문정에서 내려오는 대하천과 화장골에서 내려오는 동로천이 만나 넓은 여울을 이루는 지점이다.

‘칠곡이라 배를 저어 광탄에 오르며(七曲行舟上廣灘)/ 다시금 가유서숙을 되돌아 보노라(嘉猷書塾更回看)/ 안타까워라 밤비가 봉산을 지나가니(却憐夜雨蓬山過)/ 활수의 원두에 찬 물이 불어나네(活水源頭添一寒).’

8곡 아천은 아천교 주변이다.

‘팔곡이라 아천은 돌길이 열리고(八曲鵝川石路開)/ 세심대 아래로 물이 돌아 흐르네(洗心臺下水回)/ 나루에서 복사꽃 줍는 일 말하지 마라(渡頭不說桃花網)/ 나들이객들 진처 찾아 물 따라 오리니(遊客尋眞逐水來).’

◆채헌이 많은 시를 남긴 9곡 석문정

9곡은 석문정이다. ‘석문(石門)’은 석문정 옆의 시내 양쪽에 바위 벼랑이 솟아 있어 문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석문을 지나면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조금 더 올라가면 김룡사와 대승사가 나온다. 채헌은 석문 옆에 석문정을 짓고 이곳에서 시문을 짓고 풍류도 즐겼다.

채헌은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석문정에 노닐며 한글 가사(歌辭)로 읊은 ‘석문정가(石門亭歌)’를 짓고, 12수의 한시로 된 ‘석문정십이경(石門亭十二景)’을 짓기도 했다.

지금 석문정에는 채헌이 한글로 지은 ‘석문구곡도가’를 새긴 시판과 ‘석문정기’ 기판 등이 걸려 있다.

‘구곡이라 석문에 길이 확 열리며(九曲石門道豁然)/ 광풍과 제월이 청천에 가득하네(光風霽月滿晴川)/ 등한히 꽃을 찾는 길 알아내니(等閒識得尋芳路)/ 연비어약 모두 이 동천이어라(飛躍鳶魚摠是天).’

채헌은 9곡을 속세를 떠난 별천지로 표현하며, 선비가 지향하는 이상세계가 펼쳐지는 곳으로 노래하고 있다.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뛴다는 연비어약은 천지 만물이 자연의 바탕에 따라 움직여 저절로 그 즐거움을 얻음을 상징한다. 이는 곧 도(道)는 천지에 가득차 있음을 뜻한다. ‘시경(詩經)’에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고기는 연못에서 뛰어 오른다(鳶飛戾天 魚躍于淵)’는 구절이 나온다.

한시 ‘석문정십이경’ 중 ‘석문정’과 ‘석문’을 읊은 시다.

‘일대의 십리 시내와 산이 기이하여(一帶溪山十里奇)/ 반생 동안 오고가니 기대하는 바에 합하네(半生往來契心期)/ 지금에야 머물던 자리 장식하고(于今粧點盤旋地)/ 천석정 앞에서 생각한 바를 위로하네(泉石亭前慰所思).’

‘두 봉우리 높이 솟고 한 시내 달리니(兩峯嶪一川奔)/ 뾰족한 산 하늘에 닿고 돌은 문을 이루네(箭括通天石作門)/ 조물주가 조화의 도끼로 만들지 않았다면(不是天公裁化斧)/ 또한 응당 우 임금 산을 이끈 흔적이네(也應大禹導山痕).’

글·사진=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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